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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공식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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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8.11.3
일드는 드라마 제목을 뚝딱 지은 것처럼 희한하고 재밌는 것이 많다. 이 <전개 걸>을 접하고 나니, <도쿄 전력 소녀>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도쿄전력 회사에서 일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네 살 때 아빠와 헤어지고 엄마와 시골에서 같이 살다가 스무 살이 되어 도쿄에 살고 있는 아빠를 찾겠다면서 혼자 엄마 몰래 상경한 우라라의 당찬 모험기이며 성장기였다.
이번에 본 드라마 <전개 걸> 또한 제목에서 벌써 궁금증을 유발한다. 뭘 전개하려는 걸까. 좌절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여 도쿄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아라가키 유이(와카바 역)가 주인공이다.
아라가키 유이는 정말 재밌게 본 <리갈 하이>에서도 변호사로 나왔었다. 면접을 보러 가는 날 버스에서 한 남자와 부딪히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던 보따리가 와르르 쏟아지는데. 희한한 물건들이 다 있다. 여자의 가슴 모양 그대로 만들어진 물건, 아기 기저귀까지. 와카바는 그를 변태로 오해를 하고 법조문을 읊어가며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단한 로펌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을 보기도 전에 당장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을 듣고 신이 난 와카바. 다음날 출근하니 그를 채용한 대표변호사(사쿠라가와)는 자신의 딸 다섯 살짜리 아이를 돌보는 시터 일을 해야 한단다. 기도 안 막히지. 죽어라고 공부해서 변호사자격증을 땄는데 베이비시터라니.
어떻게 뒷조사를 했는지 갚아야 할 학자금대출, 월세도 내야지, 가진 돈도 없는 상황을 모두 꿰뚫고 읊어대는데... 이러다가 이것도 놓칠세라 할 수 없이 받아들인다. 남편과 이혼하고 다섯 살 딸과 사는 이 변호사는 일에 대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변호사다. 와카바는 상황이 그러한지라 일단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리라 다짐하는데. 이튿날 아이를 데려다 주러 유치원에 갔는데 마주친 남자는 바로 어제 버스에서 부딪힌 그 남자 히나타의 친구 비타로의 아빠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도 아닌데 이렇게 마주치네. 둘의 인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몹시 궁금하다. 음 이 배우도 어디서 본 듯한데. 기억을 쥐어짜보니, <만물점집 음양사에 어서 오세요>에서 나오는 니시키도 료(야마다 소타 역)였다. 이 드라마도 재밌었는데. 이 배우는 웃음이 정말 순진무구하고 밝다. 알고 보니 아이돌 출신의 배우였다.
자칭 아이를 싫어한다는 와카바가 어떻게 아이를 거둘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거나 데려오고 심지어 도시락을 싸야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유치원 동료들을 한 집에서 맡아서 당번제로 놀아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와카바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웬일인지 부모님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차압 딱지가 붙은 가구며 험악한 사람들의 모습. 가난한 아이라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와카바가 심은 토마토를 발로 뭉개고 훼방을 놓는다. 그렇게 얄궂은 행동을 하며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며 울지 않는다. 마치 밟고 밟아도 일어서는 잡초와 같다. 토마토 묘목을 심어서 물을 주고 열매가 자라 그것을 보며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걸어 다니면서도 중얼중얼 외우면서 공부하는 와카바, 어려서부터 가난을 벗어나고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 울지 않고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와카바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데는 좀 부족하다.
사쿠라가와 변호사의 딸 히나타. 다섯 살 짜리 히나나타가 하는 말은 애어른 같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인 비타로나 히나타가 솔직하다. 아이들이 눈치도 얼마나 빠른지 비타로의 아빠가 와카바를 좋아하는 마음을 눈치 챈다. 게다가 히나타는 얼마나 예쁜지! 인형이 따로 없다. 얘들이 한마디씩 하는 말이 얼마나 기발하고 애어른 같은지 요 아이들 보는 맛에 푹 빠진다. 비타로는 아빠에게 좋아하면 얼른 와카바에게 고백을 하라고 훈수를 두고 난리다. 처음부터 콩벌레(당고 무시)라며 애써 무시했건만 와카바는 자신도 모르게 비타로 아빠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류사회의 진입만이 꿈인 와카바는 그것을 애써 받아들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시터 외에도 변호사 로펌에서 번역이라든가 서류 조사 등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해냄으로써 사쿠라가와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하는데... 이때쯤 같은 로펌에서 변호사인, 고급 저택에 살며 프랑스에 와이너리까지 있다는 부를 가진 남자 변호사 신도가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한다. 와카바도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어 그의 호의를 받아들여 식사도 하고 음악회도 가는 등 바쁘다. 잘 나가는 부자 변호사도 좋지만, 변호사에 셰프의 조합도 나쁘지 않은데 하면서 둘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비타로 아빠는 이혼하고 비타로의 프랑스 식당에서 셰프로 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타로의 육아를 위해 아쉽게 포기하고 작은 가게에서 요리를 한다.
5화를 넘어서면서 와카바의 마음은 조금씩 비타로 아빠에게 기울고 있는 느낌인데 과연 어떻게 될까. 6화에서는 요전날 밤샘 작업을 하고 유치원의 행사에 왔다가 수박을 깨는 행사에서 수박을 깨지 못하여 고백을 해야 하는데 잠들어 버린다. 와카바를 업고 유치원에 눕혀 놓고는 비타로 아빠는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는데... 아마도 잠결에 그것을 들은 모양이다. 히나타는 유치원에서 연극을 하는데 오로라 공주역이 아닌 마녀 역할을 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바쁜 엄마가 와서 보러 와 준 것에 대해 놀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히나타는 그때 와카바가 잠들었을 때 계속 있어준 사람이 비타로 아빠라는 것을 알려주는데...
히나타의 말을 듣고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고백을 해야겠다고 그의 가게로 가는데... 비타로의 친엄마가 와서 뉴욕으로 가자고 셋이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음... 잘 되어가고 있는데 왜 왔담. 이제 와서 말이지.
하긴 아이의 친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건 지당한 말씀이다.
다시 마음을 굳힌 와카바는 신도의 부에 합류하여 신분을 상승시키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이상하게 비타로 아빠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귀여운 히나타의 조언으로 비타로 아빠에게 고백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거절을 한다. 왜 이렇게도 척척 마음이 맞지 않는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신도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인가. 성대한 결혼식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반전. 와카바의 마음을 읽어서였을까. 처음엔 신도 선생이 와카바를 어떻게 이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참 멋진 신도 선생이다. 결혼에 앞서 와카바 아빠의 빚을 모두 갚아주며 통 큰 선행을 베풀어 주었는데, 이젠 와카바도 놓아주었다. 와카바는 얼떨떨한 상황이 되고, 이미 계획하고 떠난 신도의 전언을 듣게 된다. 하객도 없는 텅빈 결혼식장에 새하얀 셰프 복장을 한 비타로 아빠가 나타나고 둘이 놀라고... 두 연인은 감격의 포옹을 한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여기서 마친다.
이런 성장기 같은 드라마가 난 참 좋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훈훈한 연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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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