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여행

모나리자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2.11
사실은 이 여행 후기를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한일관계 악화로 불매운동이 한동안 이어지는 분위기도 있었고 바쁘기도 해서요. 하지만 저는 일본어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가게 되는군요. 사회 초년생으로 건너가서 곧 1년이 되어가는 우리 큰 아이가 거기 있기도 하고요.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가는 일본여행이고 해서. 그래서 여행 후기를 남기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다른 때와 좀 다른 여행을 했습니다. 이전의 여행은 거의 전철을 타고 움직이고 엄청 많이 걷는 여행의 연속이었거든요. 그래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추억은 그쪽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는 차를 렌트해서 다녔습니다. 운전은 물론 큰 아이가 했습니다. 거기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면허로 바꾸었다더군요. 한국에 있을 때는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도로의 운전자들이 너무 거칠잖아요. 차분하게 운전을 잘 하는구나, 했더니 여기는 다들 운전이 거칠지 않아서 운전하기도 편하답니다. 아들이 대학생 때 시골의 지인 딸에게 과외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마음이 안 놓여서 한 달 동안 같이 다니면서 코치를 해 준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내비게이션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일본어 음성도 신기했어요. 우리나라 내비는 말하는 걸 별로 못 들어봤는데 일본의 내비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톨게이트 앞에서도 차단기가 열리면서 ‘통과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음성이 흘러나와서 웃겼어요. 택시도 처음 타보았고요. 뒷좌석은 자동은 열리는 것이 특징이지요.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부터 4박 5일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나고야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가는 지역이어서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지요. 그런데 둘러 본 곳은 별로 없어요. 기후 현에 있는 시라가와고와 나바나의 사토라는 일루미네이션 축제에 간 것이 다군요. 나고야 성에 가볼까 했지만, 일본의 성들은 다 비슷해서 거기서 거기고 날씨도 별로라서 사진을 찍어도 별로 멋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냥 사진으로 보자고 해서 안 갔습니다.ㅎㅎ 하루는 그냥 나고야 역 근처 쇼핑몰을 구경하기도 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거나 하면서 느긋하게 보냈습니다. 쇼핑하면서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일도 나름 즐거운 기억입니다.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하면 말할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확실히 도쿄와는 달랐어요. 도쿄, 오사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전체적으로 한산해 보였어요. 파도처럼 물밀 듯이 밀려오고 가는 신주쿠, 시부야에 비하면 활력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그리고 볼거리도 별로 없는 듯했어요. 큰 아이는 자기도 안 가본 곳이라 선택했는데 의외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나고야보다는 그 인근의 현으로 원정을 가서 구경하고 온 것이지요. 역시 사람 많은 도쿄가 좋아요.ㅎㅎ
** 나고야의 풍경들 **
나고야 국제 공항에서 전철을(준급) 타고 40분 정도 걸리는 카나야마 역입니다.
여기서 숙소는 걸어서 1분 거리. 이 역에서 한 정거장 가면 나고야 역입니다.
호텔 로비입니다. 좀 럭셔리 하죠. ㅎㅎ 처음으로 근사한 호텔에 묵었던 여행.
관람차가 건물에 붙어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부드러운 곡선미가 느껴져 멋졌습니다.
전날은 비가 내렸는데 1월 24일은 맑게 갠 날씨여서 좋았습니다.
숙소 호텔 20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큰 아이는 도쿄 쪽에서(얼마 전에 요코하마로 이사를 갔어요.) 퇴근하면서 나고야로 신칸센을 타고 오기로 했었지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이 왕복 20만원이래요. 우리는 부산까지 왕복해도 그 절반도 들지 않잖아요. 대단한 물가죠. 새벽에 출발해서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탑승해서 나고야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지났어요. 여기서 숙소까지는 열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카나야마(金山) 역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서 도보 1분 정도 거리의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을 하고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묵었던 호텔 중에서 가장 크고 근사한 방이었어요. 깨끗하기는 작은 호텔도 마찬가지이니 말할 것도 없고요. 4성급 호텔이래요. 처음에 예약한다고 해서 너무 비싼 비용을 들이는 게 아까워서 작아도 괜찮으니 바꿀 수 없느냐고 했더니 놀러 오시는 것이니 한번 쯤 누려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래 이번 한번 만 호사를 누려보자 했었지요. 나고야는 비가 오고 하늘이 흐렸습니다. 날씨도 그렇고 시간도 어중간해서 어디 멀리 구경하러 다니기는 좀 그랬어요. 늦은 점심이나 먹으면서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큰 아이는 일을 마치고 밤 11시가 넘어야 도착한다고 했으니까요.
아들이 예약해 둔 렌트카가 있는 장소로 가서 차를 타고 갔습니다. 하루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8만원 정도, 저녁 8시까지 원래 장소에 세워두면 되고 연료는 채워 놓지 않아도 된다더군요. 여럿이 멀리 움직일 때는 이편이 훨씬 경제적인 것 같았어요.
1월 24일 시라가와고 갓쇼무라(白川鄕 合掌村)
휴게소에서 잠깐 쉬는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눈이 내렸는지 길가와 먼 산에 쌓인 눈이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입니다. 시라가와고 입구에 도착했네요.
가운데 가느다랗게 보이는 다리 보이시죠. 저 다리를 건너가야 해요.
저 다리 보세요. 사람들이 많이 건너고 있지요.
제법 긴 다리인데 교각도 없어요. 사람들이 걷는 무게감에 따라 출렁출렁합니다.
동네 안에 논과 밭도 있는데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선물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도로변에 즐비했는데 관광객들에 의한 수입도 한 몫 하는 것 같았고요.
언덕을 올라가서 내려다 본 시라가와고의 전경.
이곳은 눈이 왔을 때 보아야 더 멋진 곳이래요. 그런데 실제로 눈이 많이 왔을 때는 운전해서 가는 것도 좀 힘들 것 같아요. 편도로 두 시간이 걸리거든요. 도로에 차가 밀리지 않고 뻥뻥 뚫려 있었어요. 그런데도 두 시간 정도 걸리고 왕복 네 시간인데 혼자서 운전해야 했으니.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들은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두 번은 오기 힘들겠다고 그러더군요. 맞아요, 두 번 오기는 힘들겠구나. 그래서 저도 여행 후기를 쓰자 마음먹었고요.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 했어요. 저 다리를 건너는데 출렁출렁 움직였어요. 제법 긴 다리인데 교각도 없어요. 그 아래서는 공사하는 포크레인도 보였고요. 지붕의 모양이 합장한 듯한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한 ‘갓쇼’라고 불린답니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은 목조양식의 집으로 눈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의 각도는 60도의 급경사라고 합니다.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는 군요. 봄이나 초여름에 가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록과 꽃이 어우러진 시골 마을의 풍경도 아름다우니까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몇 가지 사가지고 왔어요.
이것은 퍼온 사진입니다.
나고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1인당 3만 원 정도 하는 샤브샤브를 먹었어요. 야채도 고기도 거의 무한 리필이라서 원 없이 먹었습니다. 생고기인데 얼마나 입에 살살 녹는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점원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이것저것 자유롭게 주문하는 큰 얘에게 ‘니홍고가 죠즈데스네~ ’(日本語が上 手ですね)’ 하면서 말을 붙이면서 자기도 다음 달에 한국에 간다고 하더군요. 맛있게 먹고 나오며 계산을 하는데 남자 분 사장이 얘기를 합니다. 아까 그 아가씨를 두고 하는 말인데, 그 아가씨 칸코쿠 다이스키데스요.(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그리고 자신은 우리 영화 <기생충>을 보았대요. 아들이 어땠느냐고 묻자, 무서웠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러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신나게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아까 뉴스로 봉준호 영화감독 인터뷰 하는 걸 봤는데 참 대단하죠. 만화광 이었으며 12살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천재다, 는 등 대단한 호평과 열광적인 분위기에 고조되었습니다. 영화를 본지도 한참 되었는데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졌어요.
여러모로 기분 좋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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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