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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9.27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일드를 보기시작한 건 순전히 우리 큰 아이 덕분이었다. 오래된 일드 <런치의 여왕>은 2002년에 제작된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온 다케우치 유코는 밝은 웃음과 씩씩한 연기가(주로 그런 역할을 하는 드라마를 보아서인지)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돌려본 기억이 있다. 벌써 5,6년은 된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아들들이 경양식 가게 키친 마카로니를 운영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츠미(다케우시 유코)가 키친 마카로니에 와서 오므라이스를 먹게 된다. 그건 이집 갑자기 나타난 큰 아들 켄이치로의 부탁을 받아서였다. (약혼자인 척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그런데 그 오므라이스를 먹는 모습이 얼마나 먹음직스럽고 예쁘던지. 나중에 일본에 여행가면 나도 오므라이스를 꼭 먹어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후쿠오카에 갔었는데 미리 알아본 오므라이스 가게를 찾기 어려웠고 어느 백화점에 있는 오므라이스 가게를 갔더니 줄이 얼마나 길던지 먹는 것을 포기하고 말아서 아직이다. 나중엔 꼭 먹어봐야지.
남자들만 바글거리던 가게가 귀여운 여자가 나타나니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는 건 당연하겠지. 그렇게 자신의 가게인 것처럼 손님을 맞이하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는지...
그런 행복도 잠시
나츠미가 조직폭력배 우두머리 슈지의 애인이었던 과거 때문에 경찰이 찾아오고 한바탕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민폐를 끼쳤다며 미안해서 나츠미는 가게를 떠나고 또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남자들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나츠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있다. 12화에서는 그렇게 속을 썩이던 큰 아들이 돌아온다. 나츠미를 보고 자기를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착각하면서 감동을 하는데... 나츠미는 전혀 당신을 기다린 건 아니라고 모두들 앞에서 선언을 한다.
갑자기 나타난 큰 형을 혼내주려고 다들 경계심을 품고 있는 가운데 맨발이 된 나츠미가 날렵하게 발차기로 혼내주는 장면은 얼마나 멋지고 후련했던지.
유지로는 나츠미가 거짓말을 하고 그 집에 눌러 앉았던 것을 알게 되고 화를 낸다. 셋째 준자부로도 나츠미를 좋아하는데 진짜로 큰형의 약혼자인 줄 알고 마음만 졸였었다. 그런데 결국 프로포즈는 유지로에 받았다는 말을 듣고 준자부로는 한발 늦었다는 안타까움이 표정에 가득해서 그걸 보는 사람도 안타깝고 웃음이 난다. 옆집 채소 가게의 토마짱은 준자부로를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결국 키친 마카로니의 견습생과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준자부로는 토끼 두 마리를 다 놓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키친 마카로니의 데미크라스 소스와 오므라이스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나츠미, 요리 레시피를 노트에 빼곡이 적은 것을 보여주고 유지로를 감동시켰던 나츠미. 이 집 아들들의 사랑 공세에 몸이 하나라서 정말 안타깝다. 나츠미를 짝사랑했던 준자부로는 유지로형과 나츠미의 결혼식장에서 결혼반대를 외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아침에 NHK뉴스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다케우치의 이름이 들렸고.. 세상을 떠났다는..
저렇게 밝은 웃음과 목소리를 이제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니 정말 안타깝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요리와 더불어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던 <런치의 여왕>을 떠올리며 오늘 12화를 다시 찾아보았다.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드라마를 보며 삭혀야겠다.
좀 한가한 때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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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6
- 작성일
- 2020. 9. 28.
@ne518
- 작성일
- 2020. 9. 30.
@ne518
- 작성일
- 2020. 9. 30.
@ne518
- 작성일
- 2020. 9. 30.
- 작성일
- 2020. 9. 30.
@추억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