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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공식계정
- 작성일
- 2019.12.14
여행의 이유
- 글쓴이
- 김영하 저
문학동네
제목: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으면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
(10년 전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괜히 마음이 술렁거린다. 어느 틈에 이렇게 네 번째의 계절을 지나왔는지. 새해가 되면 무언가를 계획하며 희망에 부풀었다가 작심삼일하며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 두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처음엔 아쉬운 마음도 해를 거듭할수록 무뎌지는 것 같다. 10년 전에 이 책들을 볼 수 있었더라면 나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한 권의 책으로 삶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의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조하며 위안을 삼아야 하나. 그래도 올해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단한 재주도 능력도 없는 내가 책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책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책속에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잊고 있던 꿈을 새록새록 떠올려 주기도 하고, 작고 희미해진 꿈의 불씨를 일으켜주기도 한다. 많은 좋은 책을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읽은 조민진 기자의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는 여러 해 째 잡고 있는 일본어공부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다져 주었다.
1.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조민진
14년의 기자생활을 해 오던 중 안식년을 얻어 1년 동안 런던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보러 다니고, 그림을 배우고, 영어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롯이 자신의 인생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공부를 해 오면서 언젠가 현지 거주를 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연했던 그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일본어공부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몇 차례 가 본 도쿄를 떠올렸다. 몇 해 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다녔다는 도쿄대학과 그 안에 있는 ‘산시로의 연못’을 둘러보고 신주쿠에 있는 산방 기념관에 가 본 적이 있다. 기념관은 바로 동네와 접해 있어서 누구나 드나들기 쉬운 위치여서 신기했다. 생전의 작품들이 전시된 도서관, 소세키를 상징하는 검은 고양이의 깜찍한 모형이 군데군데 디자인되어 있어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가서 그의 흔적들을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공부하는 행위를 떠나 그들의 문화, 역사 등 많은 것들에 관심사가 확장으로 이어진다. 부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두근하면 읽었다. 저자처럼 나에게 약속된 1년은 아직 없지만, 아직 미숙한 일본어실력을 갈고 닦으며 언젠가 내게 올 ‘그 날’을 준비하려고 한다. 마음껏 상상하며 이미지화 하는 것, 그것이 공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다. 어쩌면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행위는 자신의 꿈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2. 『온천명인이 되었습니다』-안소정
이런 여행도 있었다. 취미가 목욕이라는 평범한 회사원 안소정은 어느 날, 우연히 ‘벳푸 온천 명인’을 알게 되고 88곳의 온천을 찾아다니며 도장을 모아서 ‘온천 명인’이 된다. 보통 사람들에게 ‘꿈’을 물으면 거의 직업적인 성공을 말 할 것이다. 그녀도 그랬단다. ‘꿈 없음’에 만족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해진 것이다.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온몸의 피로가 풀리듯 기분 좋아지는 경험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다양한 자태를 한 온천탕 안에서라면 그 행복감은 두말 할 나위도 없겠지. 그냥 온천에 다녀오기만 하면 ‘명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장치일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다가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했을 그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하루에 열 번이나 옷을 갈아입기를 반복해야 하는 수고는 들겠지만 좋아한다면 그리 대수일까. 그녀의 온천 순례 이야기는 정말 이색적이고 재밌었다. 너도나도 성공을 갈망하며 피로를 느끼는 우리시대에 기쁨과 행복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목욕하는 기쁨을 이야기하며 작가도 되었으니 일석이조의 행복한 성공이 아닌가.
3. 『여행의 이유』-김영하
이 책으로 김영하 작가를 처음 만났다. 아니! 나 같은 독자도 있다니!(ㅠ) 작고 얇은 책이지만 작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냈단다. 중국에 갔다가 추방당한 이야기부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에피소드, 소설과 여행의 닮은 점, 소설가로서의 일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였다. 특히 호텔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새집에 들어간 것 같은 설렘으로 비유하는 등 호텔 예찬 이야기는 무척 공감하며 웃었다. 확실하게 자신이 살 던 곳을 떠났다는 증명이 아닌가.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은 여행자의 특권이 아닐까. 여행자로서 낯선 곳에서 겪었던 내면의 변화가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어떻게 정착하고 작용하는지 사유하는 부분에서, 과연 소설가로서의 여행은 보통 사람들과 관점이 다르구나 싶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P109~110)
어쩌면 여행이란, 작가의 말처럼 ‘현재’를 가장 제대로 살아보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무엇’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원하는 그 ‘무엇’이 되고자 계획하고 꿈을 꾸지만 제대로 시도하기 전에 사라져간 꿈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자주 과거를 되새기고 가끔 막연한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한 오늘이 없다면 행복한 내일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읽기와 공부는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선사한다. 알게 되면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책읽기, 공부, 여행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동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어도 좋았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러져 간 많은 아쉬운 것들이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꿈을 꿀 것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을 것이다. 간절한 마음은 언젠가 그것에 가 닿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처음으로 문학동네 리뷰대회에 참여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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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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