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살려쓰기

파란놀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5.2.3
알량한 말 바로잡기
(821) 자타가 공인하다
수업중에 수다스러운 건 자타가 공인하는 바입니다
《스나가 시게오/외문기획실 옮김-아들아 너는 세상 모든 것을 시로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라》(가서원,1988) 79쪽
자타가 공인하는 바입니다
→ 다 아는 바입니다
→ 모두 아는 바입니다
→ 누구나 아는 바입니다
→ 우리 모두 아는 바입니다
→ 모든 사람이 아는 바입니다
…
한자말 ‘자타(自他)’는 “자기와 남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이처럼 풀이합니다. 그러나 ‘자타’는 “자기와 남”이 아닙니다. “나와 남”이나 “나와 너”라고 풀이해야 올바릅니다. 한자말 ‘공인(公認)’은 “국가나 공공 단체 또는 사회단체 등이 어느 행위나 물건에 대하여 인정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공공에서 인정함”이 ‘공인’인 셈인데, 한자말 ‘인정(認定)’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뜻하고, ‘공공(公共)’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공인’은 “여러 사람이 두루 그렇다고 여김”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말버릇처럼 굳은 ‘자타가 공인하다’라 할 텐데, 이 말마디는 “너와 내가 두루 그렇다고 여기다”를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다고 여기다”라든지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여기다”를 나타낸다고 할 테지요.
너와 나를 아우르는 ‘우리’요, 너와 나를 두루 헤아리는 ‘모두’요 ‘다’이며 ‘모두 다’이고 ‘우리 모두’입니다. 4337.8.10.불/4348.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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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할 적에 수다스러운 줄 우리 모두 압니다
‘수업중(-中)에’는 ‘수업할 적에’로 손보고, “수다스러운 건”은 “수다스러운 줄”이나 “수다스러운 모습은”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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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392) 좋은 질문을 하다
“엄마는 왜 세 발로 걸어 다니게 되었어요?” “그래, 좋은 질문을 했다.” 복실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눈물겹고 서러웠던 지난날의 슬픈 이야기를 해님이, 달님이, 별님이 세 강아지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준연-세발강아지》(창비,1984) 193쪽
그래, 좋은 질문을 했다
→ 그래, 잘 물어 봤다
→ 그래, 많이 궁금했지
→ 그래, 너희도 궁금하지
→ 그래, 너희가 물을 줄 알았다
→ 그래, 언젠가 물을 줄 알았다
→ 그래, 왜 안 묻나 했다
…
궁금하니까 묻습니다. 모르기에 묻습니다. 알고 싶어서 묻습니다. 묻는 말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궁금함을 풀면서 새롭게 알고 싶어서 묻습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 여쭐 적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아이한테 “좋은 질문을 했구나” 하고 대꾸할는지 궁금합니다. ‘질문(質問)’이라는 한자말부터 한국사람이 쓴 지 얼마 안 되었고, 이런 말마디는 학교나 사회나 도시에서나 씁니다. 한국사람은 먼 옛날부터 ‘묻다’와 ‘여쭈다(여쭙다)’ 두 가지 낱말만 썼습니다. 여느 자리에 수수하게 쓰는 말이 ‘묻다’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한테 쓰는 말이 ‘여쭈다(여쭙다)’입니다.
한자말 ‘질문’은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물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묻다’일 뿐입니다. 더 헤아린다면, “좋은 물음을 했다”라든지 “좋은 여쭘을 했다”처럼 말하는 한국사람은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 ‘묻다’이든 한자말 ‘질문’이든, 이러한 낱말 앞에 ‘좋다·나쁘다’ 같은 뭇느낌을 붙이지 않습니다. 4334.10.2.불/4348.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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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왜 세 발로 걸어 다니게 되었어요?” “그래, 잘 물어 봤다.” 복실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눈물겹고 서러웠던 지난 슬픈 이야기를 해님이, 달님이, 별님이 세 강아지한테 들려주었다
‘엄마’는 ‘어머니’로 바로잡습니다. “지난날의 슬픈 이야기”는 “지난날 슬픈 이야기”나 “지난 슬픈 이야기”로 손봅니다. “세 강아지들에게”는 그대로 두어도 될 테지만 “세 강아지한테”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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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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