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

 

오늘 술 한잔 어때요?

딱 한 잔밖에 안 마셨어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려면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특히 띄어 쓰느냐, 붙여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잔'은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술을 가리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분 좋을 만큼 가볍게 서너 잔 마시고 싶을 때 "오늘 술 한잔 어때?"라고 하지요. '한 잔'은
정말 둘도, 셋도 아닌 하나의 잔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시간 없으니까 한 잔만 마시고 일어나자", "딱
한 잔밖에 안 마셨어"라고 할 때는 띄어 써야 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한 잔을 마시나 한잔만 하거나 별 차이가 없지만, 술 한 병을 통째로 따를 수 있는
잔으로 '한 잔'을 마신다면 이때는 '한잔'은 될 수가 없겠지요. 다른
예문들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번'과 '한 번'

 

'한 번'과 '한번'도 뜻에 따라서 띄어쓰기를 달리해야 합니다. 1회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띄어 쓰고, '지난 어느 때나 기회', '기회가 있는 어떤 때',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경우',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경우' 등을 나타낼
때는 붙여 씁니다.

 

한 번도 연락이 온
일이 없습니다. <손창섭, 낙서족>

 

육지에서처럼 이 섬에서도 닷새마다 한 번씩 장이 선다. <하근찬, 너무나 짧은 봄>

 

한번은 어느 교수가
날 보고 "선생님 가장 기쁠 때가 언제입니까?"라고
물어 오는 거예요. <이문재, 그 점안식>

 

그럼, 언제 환송회 한번 하자, 얘. <신상웅, 분노의 일기>

 

언제 시간 내서 그 사람을 한번 만나 보시겠어요? <정종명, 그러나 사랑은 아름답다>

 

얼씨구, 이놈 입 한번 잘 놀린다. <전상국, 하늘 아래 그 자리>

 

좀 복잡한가요? 아래와 같이 '두 번, 세 번' 등으로
대체해도 뜻이 통할 수 있는 맥락에 쓰인 경우, 즉 단순하게 횟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만 '한 번'과 같이 띄어 쓰는 것으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한 번/두 번/세 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넘어질 땐 넘어지더라도 한번/*두번/*세번 해 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한사람'과 '한 사람', '한패'와 '한 패'는 각각 어떻게 구분할까요?
'한사람'과 '한패'는 각각 '같은 사람', '같은
무리'를 가리키고, '한 사람', '한 패'는 각각 '한
명', '한 무리'를 가리킵니다.

 

단 한 사람이 잘못한다 해도 그 이미지는 구성원 모두에게로 파급되는 것이다. <은희경, 마이너 리그>

 

수령들이야 기껏 좀도둑 중도둑과 한패지만 조정의 고관들은 큰 도적과 한패니 이러고도 나라가 안 망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박완서, 미망>

 

이 밖에도 '한'을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에 의미가 달라지는 예들로는 '한가지/한
가지, 한마디/한 마디, 한발/한 발, 한자리/한 자리, 한줄기/한 줄기, 한판/한 판' 같은 것들이 더 있습니다.
앞으로는 잘 구분해서 쓰시기 바랍니다.

 

모친이 침중하다는 말을 듣고도 변변히 인사 한마디 없다. <염상섭, 무화과>

 

자네한테 순사 한자리 내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야. <박경리, 토지>

 

너, 사업 한판 벌여 보고 싶은 생각 없니? <김용성, 도둑 일기>

 

글_이대성

 

이대성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온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국어사전 편찬과 우리말 다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출처 : 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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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 하나에도 이러한 의미가 있었네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우리말이네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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