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우리말
노라미미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6.27
재미있는 우리말
'*개이다', '*설레였다'는 틀린 표현이에요!
"비 개인 오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나의 마음은 무척 설레였다." 이 문장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볼까요? 바로 '설레였다'인데요, 왜
그런지 예문을 통해 공부해 보세요! 이번 시간에는 군더더기 '-이-'가 들어간 말들에 대해 알려 드립니다.
군더더기 '-이-'가 들어간 말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라는 뜻의 동사는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이므로 '*개인'으로 쓰면 안 됩니다. '갠'으로
써야 합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라는
뜻의 동사도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이므로 '*설레였다'로 쓰면 안 됩니다. '설레었다'나 '설렜다'로 써야 합니다.
하늘은 아직 어둡게 흐려 있었으나 비 갠 후의 대기는 청수처럼 싱그러웠다. <이원규, 훈장과 굴레>
찌푸렸던 날씨가 맑게 개었고, 달빛이 밝아 손금까지 보일 정도다. <홍성원, 일부와
전부>
지금 서서히 내리고 있는 이 어둠이 *개이면→개면 새 아침이 오듯이 이 땅에도 고요한 새 아침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야릇한 기분에 가슴이 설레었다. <김운하, 언더그라운더>
송편을 빚어 함지박에 넣은 부부는 간밤에 설레는 마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수혜는 *설레임과→설렘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으로 포장을 뜯었다.
'*개이다'와 '*설레이다'에 들어간 '-이-'는 군더더기입니다. 각각 '개다'와 '설레다'와 구분될 만한, 별다른 뜻을 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바른 표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데이다, *메이다, *배이다, *에이다' 등도 군더더기 '-이-'가
들어간 예들입니다.
화롯불에 손을 데었다.
나의 발은 동상과 물집으로 부어오르고 얼굴은 전체가 불에 *데인→덴 듯 화끈거렸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목이 메는 것이었다. <손춘익, 작은 어릿광대의 꿈>
정필이는 목이 콱 *메여서→메어서/메서 소리를 치지 못하였다.
언제부터 이런 게으름이 몸에 배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최인훈, 회색인>
속옷에 땀이 흠씬 *배이도록→배도록 튀어 왔건만 병원 문은 닫혀 있었다.
계곡의 밤바람이 코끝을 에어 낼 것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김용성, 리빠똥
장군>
날이 어둡자 살을 *에이는→에는 듯한 칼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단, '에이다'의 '-이-'는 군더더기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위에 보인 예문에서처럼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라는 뜻의 타동사 '에다'와 의미 차이가 없는 '에이다'는 잘못입니다. 하지만 '에다'의 피동형, 즉 '칼 같은
것으로 도려내듯 베어지다'의 뜻으로 쓰인 자동사 '에이다'는 잘못이 아닙니다. 아래는 '에이다'가 옳게 쓰인 예문입니다.
육십 년간에는 살인 광선과도 같은 폭염도 있었을 것이며, 살점이 에이는 추위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무영, 흙의 노예>
"……비로소 세상의 넓구 깊은 이치를 얼마만큼 깨우쳤구 사는 보람두 찾았느니라" 어머님이 예전에 들려준, 지금도 가슴이 에여 오는 말씀이다. <김원일, 세월의 너울>
글_ 이대성
이대성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온 겨레가 함께 볼 수 있는 국어사전 편찬과 우리말 다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출처 : 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은근히 많이 틀리는 것 같아요. 역시나 헷갈리는 것이 많은 우리말입니다. 올바로 알고 써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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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