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부(대학생/일반인)

hdmh
- 작성일
- 2008.4.28
지금도 지구 저 편에는 약소국의 자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자치권 인정을 바라는 티벳인들을 무참히 살상하는 무력 진압이 행해지고 있다. 신문에는 늙은이가 마니주를 돌리며 티벳인을 죽이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절규하며 시위하는 모습을 담았다. 평화로운 일상 가운데 인간적인 삶을 꿈꾸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전쟁은 깡그리 묵살하고 만다. 소련의 침공, 공산주의와 이슬람 무자히딘 간의 내전, 탈레반이 이끄는 이슬람 법률의 엄격한 적용, 미국의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은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한 곳으로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하면 탈레반, 자살테러가 먼저 떠오르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곳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곳으로 규정짓고 있다.
평온한 일상을 덮친 불행의 그림자는 일상의 삶을 파괴하여 이전의 온전한 생활로 돌리기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살육을 일삼는 전쟁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했고, 속출하는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는 깊은 상흔을 남긴 채 극도로 참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만했다. 단지 그 나라에 살았던 이유 하나만으로 불가항력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며 생존을 위해 도덕적인 의무도 저버리고 살아남아야 했다. 거대한 숙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패권을 지고 있는 이들의 꼭두각시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쳐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던 한 송이 꽃처럼 극도로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잉태하고 새로운 빛을 갈망하며 지내는 이들이 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가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고향을 버리고 살기 위해 유랑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픈 운명을 이 시는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 구절 이면에는 절망적인 벽 속에 갇히지 않고 그 틀을 깨고 새롭게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듯하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표지에 서 있는 여성의 우울한 실루엣을 보니 2년 전 인도에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들어갔을 때 스쳐 지나간 여성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먼저 떠오른다. 검정 색 차도르를 입고 눈만 드러내 놓고 무표정한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하던 그 눈빛이 극도로 서글퍼 보였다. 어쩌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혈육을 잃고 어느 곳이든 육신을 의탁하며 지내야 했던 슬픈 운명의 여인이라도 만난 듯 연민의 정을 떠올리게 하였다.
겉으로는 독립국처럼 보이지만 패권을 쥐고 흔드는 나라의 구미에 따라 국가의 존립 여부가 결정되는 약소국의 아픔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러진 전쟁에서 잘 드러난다. 응어리진 가슴에 숙명적인 아픔을 부여안고 비극적 삶을 살았던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인 마리암과 라일라가 있다. 숱한 내전과 외침으로 살기 위해 피난을 가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여 고통스런 관습을 지켜내야 했던 여인들의 삶이 안쓰러움과 연민으로 다가온다. 월하향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본 따 지은 마리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하라미라고 윽박지르는 엄마의 푸념을 들으며 우울한 유년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사생아로 태어나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 잘릴은 체면과 명분을 내세워 어린 딸의 바람을 무참히도 외면하고 만다. 오로지 참는 기술만을 전수받아 목숨을 부지했던 이슬람 여인들처럼 비극적 운명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며 살아야 했던 마리암!
마리암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며 지냈던 파이줄라 선생님을 뒤로 하고 짐짝 치워지듯 치러진 라시드와의 결혼은 고통의 불 섶으로 화약을 지고 뛰어든 격이 되고 말았다. 원하지 않은 결혼 생활이 주는 고독함과 반복되는 유산으로 가해지는 남편의 잦은 학대로 점점 지쳐가던 마리암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신의 구원도 바라기 힘든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마리암은 오로지 지금의 상황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혁명의 소녀라는 별명이 붙은 열네 살의 어린 소녀 라일라는 전쟁으로 온 가족을 잃어버리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자생할 기력을 잃은 어린 여성이 포화로 이지러진 곳에서 살아가기에는 힘든 상황이라 하릴없이 마리암 부부의 집에 은신하였다. 한편 라일라는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타리크와 교감을 나누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타리크 가족은 또 다른 삶의 공간을 찾아 길을 떠나야 했다. 라일라는 타리크와 이별하기 전 사랑을 나누며 미래의 기적 같은 희망을 꿈꿔 보지만 허사였다. 오갈 데 없고 자생력이 없는 어린 소녀의 약점을 잡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던 라시드의 모습에서는 동물적인 본능이 현실로 나타났다. 라일라는 라시드의 첩으로 그의 갖은 욕구를 채워주는 여인으로 자리해야 했다.
라일라는 가슴에는 타리크를 품고 라시드의 첩으로 들어와 마리암에게 의탁하여 살게 되면서 두 여인은 정실부인과 첩의 관계처럼 적대 관계에 놓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 권에서 핍박받는 여성들의 삶을 종식시키는 길을 위해 그녀들은 마침내 뜻을 함께 하기에 이른다. 한편 라일라는 남편보다 타리크의 아이를 뱃속에 잉태하여 마리암 같은 자식을 낳았고 전쟁은 그들의 운명을 헤어나기 힘든 심연 속으로 내몰아 갔다. 전쟁의 폐해가 곳곳에 깔려 가슴 아리는 아픔을 주고, 주변의 이웃이 삶의 길을 모색하여 새로운 자리를 찾아 떠나는 숱한 이별 속에 남은 자들은 연대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참혹한 아픔이 배태하는 슬픔 속에서도 마리암과 라일라는 서로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끈끈한 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전쟁 통에 죽었다는 타리크가 돌아오고, 그들이 사랑하여 낳은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길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 자기 방어로 시작된 라시드와 라일라의 싸움에서 범법자로 낙인찍힐 라일라를 구하기 위해 라시드를 살인하는 마리암의 용기어린 행동이 빛을 발하였다. 총탄으로 억압적인 생활을 청산한 마리암의 희생은 라일라와 타리크의 결혼 생활을 더욱 돈독히 해줬다. 목숨 부지를 위해 양심까지 버리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 마리암의 의로운 행동은 여성을 속박하며 군림하려는 남성 위주의 삶을 향한 미완의 혁명이기도 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은 잦은 테러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정든 땅을 떠나 해외로 피난을 가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참혹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숱하다. 서로의 야욕과 사상을 앞세워 인간의 생명까지도 무참히 짓밟고 마는 전쟁의 폭력성 앞에 평화와 자유의 절대적 가치를 부르짖는다. 지금은 각종 테러와 전쟁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가슴 속에 떠 있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이 세상 어둠을 몰아내고 밝음을 줘 제 빛을 발할 수 있는 세상의 도래를 꿈꿔본다.
응모자 ;노은주
전화번호 :011-9303-4570
주소 ; 경남 남해군 읍 아산리 효성아파트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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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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