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역 공부

사랑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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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9.1.3
간기배(艮其背)면 불획기신(不獲其身)하며 행기정(行其庭)하여도 불견기인(不見其人)하여 무구(无咎)리라(그 등에 그치면 그 몸을 얻지 못하며 그 뜰을 다녀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여 허물이 없을 것이다).
(初六) 간기지(艮其趾)라 무구(无咎)하니 리영정(利永貞)하니라(그 발에 그침이다. 허물이 없으니 길이 바르고 곧게 함이 이롭다).
(六二) 간기비(艮其?)니 부증기수(不拯其隨)라 기심불쾌(其心不快)로다(그 장딴지에 그침이니, 그 따름을 건지지 못함이다. 그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다).
(九三) 간기한(艮其限)이라 렬기인(列其?)이니 려(廬) 훈심(薰心)이로다(그 허리에 그침이다. 등뼈살을 벌림이니 위태로움이 마음을 태운다).
(六四) 간기신(艮其身)이니 무구(无咎)니라(그 몸에 그침이니 허물이 없다).
(六五) 간기보(艮其輔)라 언유서(言有序)면 회망(悔亡)하리라(그 볼에 그침이다. 말에 차례가 있으면 뉘우침이 없어질 것이다).
(上九) 돈간(敦艮)이니 길(吉)하니라(두텁게 그침이니 길하다).
간괘(艮卦)는 쉰두 번째 괘로서 위도 아래도 산으로 거듭되었다(重山艮). 앞의 진괘(震卦)를 뒤집은 기호 모습이다. 진괘의 '움직임'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움직임'이 다하면 '멈춤'이 있다.
간괘는 '멈춤', '머묾', '그침'이다. 자연물로는 '산'이 그 이미지를 가진다. 나라나 기업이 창업(創業)되어 그것이 지속되어 가려면 처음의 전투적이고 저돌적인 욕망의 분출을 우레가 잠잠하여 산처럼 안정되듯 하여야 한다. 그것이 수성(守成)의 길이다. 진(秦)나라나 수(隋)나라가 창업 후 오래가지 못한 것도, 지난 날 경제개발과정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던 일부 재벌그룹이 어느 날 사라진 것도 안정의 도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괘는 욕망을 눌러 그치게 하여 안정을 도모함이다.
피안(彼岸)의 이상을 지향하는 불교는 욕망의 불길을 근원적으로 불어 꺼버리려 한다. 이것이 열반(涅槃)이다. 그러나 문화·문명을 인정하는 유교는 이를 이루는 인류 욕망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치와 방탕으로 흐르지 않도록 중용으로 절제할 뿐이다.
따라서 간괘는 욕망을 그치게 하되 금욕(禁慾)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처지에 맞는 절욕(節慾)을 이야기한다. 곧 악(惡)에 이르지 않도록 적절한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다. 욕망을 그치는 관건은 그 대상을 보고 집착하지 않는 데 있다. 간괘 괘사의 그 대상을 등지고 욕망을 그치게 함(艮其背)이 그것인 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함'이다.
초육은 욕망이 악에 이르지 않도록 그 초기상태에서 적절히 그치도록 함이다(艮其趾). 나아가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도록 올바름을 간직한다(利永貞). 육이는 초기에 욕망을 저지하지 못하여 이미 진행되고 나서 그것을 그치게 하여(艮其?) 그 마음의 고통이 생김이다(其心不快). 욕망을 조기에 그치게 하지 못한 대가이다.
그래도 그 욕망을 그치지 못하여 비유컨대 구삼에서처럼 몸의 중간에 이르러 그치면(艮其限) 마음을 태우듯 위태로움을 수반한다(廬薰心). 욕망을 이겨내려는 극기(克己)의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난 후 육사에서 이제 안정의 단계에 접어든다. 즉 극기의 주체인 마음을 담고 있는 몸에서 욕망을 그친다(艮其身).
이상은 욕망을 이겨내어 나라나 기업의 안정을 이루는 실천적 행동의 과정이다. 그러나 만일 이렇게 공들여 이룬 안정도 입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곧 이것은 나라나 기업의 계속적 안정을 도모하는 기밀(機密)의 단속이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그 동안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가 있다. 그래서 육오는 입조심하여 말에 절도를 지켜 보안을 유지하면(艮其輔,言有序) 나라나 기업에 해되는 일을 없게 할 수 있다(悔亡)는 것이다. 이러한 안정은 상구에서 종합적으로 두껍게 완성된다(敦艮吉).
정해왕 부산대 철학과 교수
*출처 : (52) 간괘(艮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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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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