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사성어

사랑지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3.8
패배한 군대의 장수는 무용을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줄여서 패군지장(敗軍之將)이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한나라의 맹장 한신은 위(魏)나라를 쳐서 이긴 다음, 여세를 몰아 조나라로 쳐들어갔다. 그런데 조나라의 졍형으로 가는 길이 너무 비좁고 험난하여 대부대가 이동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는데, 게다가 조나라의 장수 광무군 이좌거는 지혜가 출중한 사람이었다.
당시 광무군은 한신의 군대가 정형 어귀에 들어설 때 공격하면 이길 것이라고 건의했으나, 성안군은 군대는 의로워야 하므로 기습 작전을 쓰지 않겠다며 광무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식은 한신이 보낸 첩자에 의해 한신에게 보고되었다.
한신은 자기 걱정이 해결되자 단숨에 쳐들어가 조나라 군대를 무찌를 수 있었다. 한신은 싸움에 앞서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광무군을 죽이지 말라. 산 채로 잡아오는 자가 있으면 천금으로 사겠다.”
그러자 광무군을 묶어 휘하로 끌고 온 사람이 있었다. 한신은 묶은 줄을 풀어주고 그가 동쪽을 보고 앉게 하고 자기는 서쪽을 향하여 마주보며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한신이 광무군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북쪽으로 연나라를 치고 동쪽으로 제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공을 세우겠습니까?”
광무군이 사양하여 말했다.
“제가 듣건대 ‘싸움에서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할 수 없고, 멸망한 나라의 대부는 나라를 존속시키는 일을 말할 수 없다(聞敗軍之將, 不可以言勇, 亡國之大夫, 不可以圖存)’라고 합니다. 지금 저는 싸움에서 지고 나라를 멸망하게 만든 포로에 지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러한 큰일을 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현인 백리해가 우나라에 있자 우나라가 망했으나, 진(秦)나라에 있자 진나라가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백리해가 우나라에 있을 때는 어리석은 사람이다가 진나라에 있을 때는 지혜로운 사람이 된 게 아닙니다. [그 군주가] 그를 등용했는지 등용하지 않았는지, 또 그의 말을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만일 성안군이 당신의 계책을 들었더라면 나 같은 사람은 이미 포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성안군이 당신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모실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광무군은 한신의 정성에 감동하여 연나라와 제나라 토벌 방법을 제시했고, 한신은 그것을 받아들여 일을 이룰 수 있었다.
한편 한나라 유향(劉向)도 『설원(說苑)』에서 “망국의 신하는 지혜를 말할 수 없다(亡國之臣, 不可言智)”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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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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