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교양

사랑지기
- 작성일
- 2019.2.28
커피 얼룩의 비밀
- 글쓴이
- 송현수 저
MID 엠아이디
저자 송현수 박사는 대학에서 기계 설계를 전공한 뒤 작은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미세유체역학을 전공했다.
그는 책에서 우유에서부터 맥주와 와인, 커피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에서 과학을 풀어냈다. 가령 ‘커피 얼룩은 왜 항상 바깥쪽 테두리가 더 진할까?’, ‘맥주 거품은 왜 생겼다가 사라지는 걸까?’, '우유의 왕관 효과는 신선한 우유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까?’ 와 같이 음료의 충돌과 거품 그리고 표면장력과 점성 등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다.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약 20㎜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하다. 이 곳에 사는 딱정벌레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여 스스로 물을 만들어 낸다. 뿌연 안개가 낀 이른 아침, 물구나무 서듯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등을 수직으로 세운다. 바람에 흩날리는 미세한 물방울은 등껍데기와 충돌 후 어느 정도 쌓이면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 원리를 응용하여 사막에서 에너지 없이 마실 물을 얻을 수 있는 ‘Dew Bank(이슬 저장고)’가 개발됐다. 이렇듯 우리 주변을 잘 관찰하면 생각지도 못한 과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딱정벌레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여 스스로 물을 만들어 낸다. 오른쪽은 딱정벌레가 물을 만드는 원리를 응용하여 만든 Dew Bank.
이 책은 커피 얼룩의 비밀을 비롯하여 우유 왕관과 맥주 거품의 원리 등 흥미로운 유체역학 이야기를 8장에 걸쳐 들려준다.
커피 얼룩에는 표면 장력의 원리가 숨어 있다. 커피 얼룩이 마른 뒤 살펴보면 얼룩이 균일하지 않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이며 바깥 테두리는 진하다. 왜 그럴까? 물방울은 습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난다. 증발로 인해 물이 사라지면 겉보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물방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흐름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커피 알갱이들 역시 그 유동을 따라 이동한다. 가장자리에서 물은 계속 증발하고 커피 알갱이들이 쌓이는데, 이것이 커피 얼룩에서 바깥 테두리 색이 더 진한 이유다.
커피 얼룩에는 표면 장력의 원리가 숨어 있다.
1865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톰슨이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하였고,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마랑고니가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그리하여 물방울이 증발처럼 표면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한 흐름을 마랑고니 유동이라 한다. 이후 미국 물리학자 조사이어 깁스가 이론을 완성하였다.
특히 1980년대 초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거품 발생 장치, 위젯(widget)을 개발한 기네스의 노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위젯의 원리는 이렇다. 탁구공보다 작은 플라스틱 공으로 미세한 구멍이 하나 있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대기압에 노출된 맥주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낮아지면 위젯 안에 들어 있던 높은 압력의 질소가 밖으로 강하게 분출되며 거품을 일으킨다.
기네스는 1988년 위젯이 적용된 캔맥주를 출시하였으며 2003년 실시된 조사에서 지난 40년간 개발된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선정되었다. 캔맥주에서도 생맥주처럼 거품을 즐길수 있도록 한 고안 장치는 일상에서 맥주를 즐기는 기쁨을 고스란히 되살린 것이다.
이렇듯 흔히 간과하기 쉬운 곳에서 과학자들은 집념을 가지고 현상의 원리를 관찰하고, 규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잘 엿볼 수 있다. 그 현상 안에 숨은 놀라운 과학의 원리는 그간 놓치고 있었던 과학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해 준다.
아울러 생활 속에서 즐기는 커피, 맥주와 와인, 우유와 비스킷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를 더 몰입하게 하면서 원리 속에 쏙 빠져들게 한다. 다 읽고 나면 제법 풍성한 과학 상식을 안겨 된다. 이제 사람들과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화젯거리가 늘어난 것도 빼놓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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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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