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약산 김원봉 선생이 훈장이나 포장의 서훈 대상에 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산의 서훈을 두고 ‘항일 독립투쟁의 공적이 뚜렷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42.6%)과 ‘북한 정권에 기여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39.9%)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결국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는 6월 10일 서훈 검토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김원봉 이야기를 쓴 김하늘 작가는 이처럼 엇갈린 평가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을 몰아내는 단일대오를 위해 국민당이든 공산당이든 누구와도 손잡은 일은 남쪽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렸고, 북쪽에서는 장개석 스파이로 몰렸다는 것이다. 모두와 손을 잡으면 모두와 벗이 되지만, 그 모두가 편을 나누어 갈라서면 모두에게 적이 되고 마는 역설을 약산의 운명을 통해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약산이 한때 공부했던 밀양 표충사를 찾아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밀양 읍내에 있던 동화학교가 문을 닫자 할아버지는 약산에게 서울에서 의남매를 맺은 여을을 찾아가보라고 했다. 서울에서 약산이 만난 스님할머니는 왜놈에 빌붙은 부잣집을 드나들며 입에 발린 소리나 해주고 없은 재물로 기름지게 살고 있었다. 약산은 상경한 지 몇 달도 안 돼 스님 집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밀양에 돌아온 약산은 표충사에서 1년을 보내며 여러 병법 책을 읽었다고 전한다.

약산은 일본 군대보다 더 강한 독일 군대를 배우기 위해 천진에 있던, 독일인이 세운 덕화학당에 진학했다. 세계대전이 발발 덕화학당이 문을 닫자 난징에 있는 금릉대학을 찾았다. 이 무렵 약산은 약수(若水) 김두전, 여성(如星) 이명건과 만나 의기투합했다. 약산(若山)은 산처럼 살겠다는 뜻이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의열단을 결성하는 모습니다. 때는 1919년 11월 9일 상해에서 약산을 비롯한 동지들이 모였다. 3·1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8월 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단장으로 추대된 약산은 혁명목표와 아울러 5파괴, 7가살을 발표했다. 5파괴는 쳐부술 대상으로 조선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매일신보사, 각 경찰서와 기타 왜적 주요기관을 일컫는 말이요, 7가살은 처단할 대상으로 정한 조선 총독 이하 고관, 군부 수뇌, 매국노, 친일파 거두, 밀정, 반민족 토호열신 그리고 대만 총독 등을 뜻했다. 대만 총독을 넣은 이유는 의열단이 중국 땅에서 활동하니 중국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의열단은 1920년 2월에 북경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거사에 들어갔다. 국내로 비밀이에 잠입하여 부산경찰서장을 폭사시키고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졌다.

무정부주의 활동과 요인 암살을 벌였던 의열단 투쟁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도 이를 눈치챘음일까? 약산이 만난 열여덟 청년 김산의 입을 통해 말을 대신한다.

“왜놈 하나를 죽이고 못 죽이고를 떠나서 폭탄 하나는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는 일입니다.” (129쪽)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