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사성어

사랑지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9.11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말로, 사방이 모두 적에게 둘러싸였거나 고립되어 돕는 사람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무소도야(無所禱也, 빌 곳이 없다는 뜻)와 같으며, 준말은 초가(楚歌)다.
왕족 출신이면서 파란만장하게 산 항우의 삶을 그린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항우는 유방에게 거센 도전을 받아 천하의 패권을 두고 여러 차례 싸움을 벌이다가 홍구를 경계로 서쪽은 한나라 영토로, 동쪽은 초나라 영토로 하기로 약조했다. 유방이 서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장량과 진평이 이렇게 권했다.
“한나라가 천하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제후들도 모두 귀의했습니다. 이제 초나라 군사들은 지치고 군량미도 떨어졌으니, 이는 하늘이 초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차라리 이 기회를 틈타 빼앗는 게 좋습니다. 만일 지금 내버려두고 치지 않으면 이는 호랑이를 길러 스스로 화근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방은 항우를 양하(陽夏)까지 추격하여 진을 치고는 한신, 팽월과 만나 초나라 군대를 치기로 약조했다. 이때 항우를 무찌르면 한신에게는 진현 동쪽에서 해안에 이르는 지역을 주고, 팽월에게는 수양(○陽) 북쪽에서 곡성(穀城)까지의 땅을 주기로 약조했다. 이들이 이끄는 군대는 모두 해하(垓下)로 모여 항우를 향해 진격했다.
항우의 군대는 해하에 방벽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군사는 적고 군량미는 다 떨어진 데다 한나라 군대와 제후의 군대에게 여러 겹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밤에 한나라 군대가 사방에서 모두 초나라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夜聞漢軍四面皆楚歌) 항우는 깜짝 놀라 말했다.
“한나라 군대가 벌써 초나라 땅을 모두 빼앗았단 말인가? 어찌하여 초나라 사람이 이리도 많은가?”
항우는 술잔을 기울이며 비통한 심정을 이렇게 「해하가(垓下歌)」로 노래했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한데
시국이 불리하니 추(○)도 달리지 않네
추도 나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나
우(虞)여, 우여, 어이하면 좋으냐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不逝
○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우(虞)는 항우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던 여인이고, 추(○)는 항우가 타고 다니던 준마이다. 항우는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부르고는 눈물을 떨구었고, 주위에 있던 이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고는 바로 말에 올라 부하 800여 명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남쪽으로 오강까지 내달렸다.
오강까지 오는 동안 한나라의 추격을 받으면서 부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이 되었다. 직접 70여 차례 전투를 벌였는데 내가 맞선 적은 격파하고 내가 공격한 적은 굴복시켜 일찍이 패배를 몰랐으며,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결국 이곳에서 곤궁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결코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한 죄가 아니다. 오늘 정녕 결사의 각오로 통쾌히 싸워서 세 차례 승리하여, 그대들을 위해서 포위를 뚫고 적장을 참살하고 적군의 깃발을 쓰러뜨려서 그대들이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게 아님을 알게 하고 싶다.”
이것은 지도자로써 위상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고뇌의 말이며, 따르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항우가 처음 군사를 일으킨 강동으로 가는 오강에 이르렀을 때 오강의 정장이 배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항우는 강동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다며 다시 한나라 군대 속으로 달려가 수백 명을 죽이고는 자결했다. 그의 나이 불과 서른한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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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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