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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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의 몽타주: 충동에 관한 18개의 텍스트
글쓴이
다니엘 콜린스 외 16명
인간사랑
평균
별점9 (10)
사랑지기

 

이 책의 원서 "Umbr(a)"는 뉴욕주립대(SUNY Buffalo)에 사무실을 둔 정신분석과 문화연구센터(The Center for the Study of Psychoanalysis and Culture) 주관으로 현대정신분석이론에 관한 논문을 실은 저널이다. 1993년 창간호 이래 매년 한 차례씩 2013년까지 총 18호를 발간했다(한때 홈페이지http://www.umbrajournal.org에서 저널 원본을 제공했으나 현재 링크가 끊겼다).

제호 "Umbr(a)"가 던지는 의미는 이중적이다. 프랑스에서 'umbre'''을 뜻한다. 여기에 'e'대신 소대상을 뜻하는 '(a)'를 덧붙였다. '(a)'는 욕망의 대상을 뜻한다. 그래서 'umbr(a)''욕망하는 삶'으로 옮길 수 있다.

이번 책, '충동(Trieb)'을 다룬 특별호는 1997년 발간되었다. 옮긴이 강소영 선생에 따르면 저널형식으로 충동이라는 단일 주제로 다수의 연구자들을 한데 모아 한 권으로 엮는 경우는 당시 최초라고 할 수 있다고 평한다. 그만큼 각별하다는 뜻이겠다.

인간사랑은 이 책보다 앞서 '정체성/자기동일화' (Identity/Identification)라는 주제를 다룬 1998년판 Umbr(a)나의 타자 ? 정체성의 환상과 역설라는 제목으로 20186월 출간했다. 1998판에 7편의 논문이 실렸다면 이번 1997년판에는 18개의 논문/비평을 담고 있다. 그만큼 충동이라는 주제가 논의할 것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조운 콥젝의 글은 이 책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콥젝은 엄브라의 한국어판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2008, 인간사랑)의 원서 편집을 맡아 서문을 쓰기도 했다.

 

이번 엄브라는 몸을 생산하는 것, 즉 충동에 몸을 재장착해서 생명을 불어넣어주려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이 중요한 기획에 가능하면 많은 저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우리는 짧은 분량의 글을 청탁했다. 이런 방식으로 충동에 관한 일련의 예비적 개념들을 모으고, 충동을 그것과 유사해 보이는 다른 개념들, 가령 욕망, 주이상스, 소대상 등등과 구별하려고 했다. 이 에세이들의 몽타주를 통해서 몸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열기를 희망한다.” - 24

 

여기서 우리는 몽타주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몽타주란 사전적 의미로 따로 촬영된 화면이나 그림을 떼어 붙여서 새로운 장면이나 형태를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의 얼굴을 그려내는 것도 몽타주다. 편집자의 의도는 독자들이 18편의 글을 통해 프로이트와 라깡이 말한 충동 이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역자는 서문에서 자크 데리다의 짧은 비평을 소개한다. 데리다는 인간주체로서 우리에게 충동은 필연이라고 말한다(본문에서는 필연이 충동이라고 거꾸로 말한다). 그는 필연이란 개념을 통해 욕망을 거스르고 방해하며 인간의 운명에 필연적으로 정해진 죽음이라는 한계로서 충동을 제시한다. 즉 내 안의 뭔가, 내 욕망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그것, 그 필연적 기표가 있다는 것이다. 나를 대타자와의 불완전한 결속으로부터 떼어내어 다른 운명의 길을 가게 해줄 그 무엇을 통해 나는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가 된다. 내가 로서의 참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무엇[학벌, 가문, 재력 등]이 아니라 충동과 주이상스에서 기원한다.

그렇다면 프로이트와 자크 라깡에서 충동이란 무엇일까? 충동 이론에 대한 시초는 프로이트가 1915년에 발표한 논문 충동과 그 변이에서 비롯됐다. 충동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서는 다니엘 콜린스의 「충동에 관하여」와 레나타 살레츨의 「충동의 만족」을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우선 충동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충동은 주체가 기표의 주체가 되어 상징적 구조에 통합되는 작용을 거치고 난 뒤 남은 잔여물이다. 이때 주체에게는 오직 부분충동만이 존재하며 순수한 의미의 성기중심 충동은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충동은 기호적으로 상징적 요구와 관련된 빗금 친 주체다. 또한 충동은 본능과 다르며, 주체와 욕망을 나누는 어떤 것이다.

충동과 욕망은 구분해야 한다. 욕망은 본질적으로 법에 연결되어 있다. 욕망은 늘 금지되었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찾는다. 욕망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걸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하지만 나는 그래도 할 거야.” 충동은 이와 반대로 금지를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이걸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하고 있어.” 따라서 충동 안에는 모순적 논리가 작동한다. 주체는 어떤 것을 할 욕망이 없으면서도 바로 그것을 즐긴다.

이것을 정리하면 욕망은 만족되지 못하고 끝없이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제한과 금지를 만든다. 충동은 역설적으로 항상 만족을 얻는다. 또한 충동은 지속적인 압박이며 소대상 주변을 돌면서 주이상스, 즉 고통을 주는 만족감을 생산한다.

말이 좀 어렵다. 차근차근 풀어보자. 라깡에서 주체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 그렇다면 주체는 어떻게 대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는 것일까? 라깡은 이 과정을 그래프를 통해 풀어냈다. 이 그래프가 등장하는 곳은  『에크리』의  「프로이트적 무의식에서의 주체의 전복과 욕망의 변증법」이다. 

 

 [그래프1]

 

콜린스는 라깡이 설명한 것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설명한다. 먼저 기본적인 그래프(1)를 보자. 여기 기표들의 연쇄를 2차례 뚫고 지나가는 원환이 있다. 오른편(△)에 놓인 환영 상태의 전-언어적 의도가 왼쪽의 빗금 친 주체로 향해 간다. 이때 S에서 S‘로 움직이는 벡터는 어떤 일을 성취하기는커냥 무언가를 상실하고 있다. 

[그래프2]

 

조금 확대된 그래프(2)를 보자. 여기서 △$원환($I(A))은 의미의 효과를 기표의 연쇄에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SS’(기표목소리)선은 의미의 연쇄는 소거되고 오직 순수한 잔여물, 순수한 목소리만을 남긴다. 이때 두 개의 교차지점 A와 s(A)가 생긴다. 라깡에 의하면 각각 장소와 맥동(pulse)이다.

 

여기서 m은 반영적 이미지(거울상)를 표상한다 (『에크리Ecrits』(2019 개정판) 658쪽을 보라). i(a)는 대타자의 자리를 뜻한다. i(a) 지점에서 강박증적 주체는 기표(A)의 가능성을 제공받지만 대타자가 될까봐 두려워 대타자를 회피한다. 즉 빗금 친 주체$는 대타자를 위한 특수한 기의s(A)를 반영(m)해 대타자와의 동일화I(A)를 이룬다.

 

[그래프3]

 

[그래프4]

 

완성된 그래프(4)의 상단부는 그래프(2)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라깡은 욕망이 “그 분리[주체와 욕망의 분리]와 분리의 원인인 대상 사이의 오인된 관계에서만 유지되며, 이것이 환상(幻想)의 구조”라고 했다. 즉 상징적 요구가 만족의 대상들을 얻는 것을 향해가기 때문에 주체는 자신의 욕망을 대상을 통한 만족이라는 환상 속에 유지시키게 된다. 이것을 공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이때 환상의 기호 $◇a에 주목하자. 이것이 뜻하는 바는 주체와 대타자 사이에 있는 간극, 교차 혹은 공허는 비어 있지 않고 소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소대상은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인 동시에 이미 얻은 충동의 대상이다. 이것을 원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상단부는 대타자의 결여에 대한 기표(S빗금 친A)는 주체 $가 대타자 안에서 그리고 대타자 A에 의해서 소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결여는 주체s(A)에게 의미화되고, 대타자와의 동일화I(A)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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