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육아/생활

사랑지기
- 작성일
- 2022.6.30
깨어있는 부모
- 글쓴이
- 셰팔리 차바리 저
나무의마음
내게 중학생 아들이 있다. 아들은 중2병은 물론이요, 한창 노도의 질풍과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엄마하고도 툭하면 제법 큰 소리가 난다. 어떻게 하면 아들을 제대로, 잘 키울 수 있을까? 이 책, 《깨어있는 부모》(원제 The Conscious Parent: Transforming Ourselves, Empowering Our Children)는 내 깊은 고민에 단비 같은 책이 돼주었다.
저자 셰팔리 차바리(Shefali Tsabary)는 인도 출신의 미국 임상심리학자이다. 그녀는 뉴욕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한편, ‘마음챙김과 깨어있는 부모 되기’라는 주제로 여러 나라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책에서 그녀는 명상법과 심리학을 접목해 깨어있는 부모의 마음챙김으로 어떻게 아이를 양육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이 양육에서 ‘깨어있음’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주장은 ‘오프라 윈프리 쇼’와 TED 강연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일이나 딸의 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학생이던 시절 아빠는 학교에서 자신이 A를 받든 C를 받든 반응이 한결 같았다고 말한다. 한번은 C를 받았을 때 아빠가 이랬다.
“C도 좋지.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네가 최선을 다해서 배웠다고 느끼는 거란다.” 그녀가 아빠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 것은 스무 살이 다 되어서였다고 고백한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자신의 성적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 나오기도 했다.
저자는 딸을 키우면서 주위에서 흔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말한다.
“딸이 자라서 무엇이 되길 바라나요?”
“글쎄요. 그 아이는 이미 충분한 걸요. 다만 한 가지, 자신의 온전함이 고요한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길 바랄 뿐이죠. 그걸 알면 세상을 다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요.”
이처럼 책에는 저자 스스로 어릴 적 부모에게서 배운 교훈이나 깨달음이 스며있다. 이런 깨달음이 바야흐로 딸을 키우면서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다. 뭔가 더욱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을 때의 저자(왼쪽)
19세기 초 아들을 뛰어난 학자로 키워낸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은 셰팔리의 양육법과 일맥상통한다. 가령 칼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아이의 마음속에 쌓인 일을 모두 말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살피라고 말한다.
셰팔리 역시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싶다면 먼저 아이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릿속에 아이를 바로잡거나 혼내거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없이, 아이가 하는 얘기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펼치니 달라이 라마가 우리 안의 잠재력을 키워줄 깨어있는 마음은 부모와 아이 관계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 추천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특히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깨어있음’이 지닌 진정한 의미였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가 응석받이가 되거나 술과 약물에 의존하거나 이런저런 꼬리표를 달게 되는 이유는 부모가 각자의 해결되지 않은 욕구와 충족되지 않은 기대, 좌절된 꿈을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도대체 아이가 왜 그럴까?’하는 의구심을 버리고, 아이에게 “틀렸다”고 지적하려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아이가 통제를 받지 않고 자기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은 깨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펼쳐 보이며 인생이라는 장(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생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상황을 지혜롭게 끌어안을 때 성공의 열쇠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다." - 142쪽
깨어있는 부모는 자기 내면과 연결된 상태에서 아이들 또한 그들의 내면과 교감하며 진솔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환상과 기대, 통제하려는 욕구와 같은 올가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기 운명대로 살 수 있게 지지하고 기다려준다.
하지만 깨어있는 부모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다정하고 애정 표현이 넘치는 모습이 아니다. 깨어있는 부모는 아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용인하지 않으며, 부모 자신의 욕구보다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앞세우지도 않는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야생동물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작은 괴물을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스틸 컷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을 다룬다. 학폭에 시달리던 피해 학생은 편지에 같은 반 4명의 가해 학생의 이름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퇴직 경찰, 변호사, 병원 이사장, 해당 학교 교사다. 기득권층을 대변한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피해 학생에 가한 행동에 대한 사과는커녕 관심 조차 없다. 오로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는 사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두려움 때문이다. 영화에서 부모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부와 권력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깨어있는 양육은 아이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제멋대로, 예의 없이 행동할 때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령 영화에서라면 벌어진 사건에 대해 진실을 알아내고 자기 아들을 꾸짖는 한편,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와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깨어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깨어있는 부모가 되려면 그동안 버티고 있던 견고한 에고의 기둥을 허물고, 마음챙김으로 기초를 탄탄히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로서 우리는 외부 요인에 휩쓸리는 대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활동보다 존재에 의미를 두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이 불안과 허상에 연료를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 - 220쪽
깨어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평범함을 가치 있게 여기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 함께 미소 짓는 기쁨, 남들과 관계 맺는 기쁨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부모와 아이는 함께 배우는 상호적 관계에 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운다는 건 끊임없이 우리의 무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에고에서 벗어나 더 진실한 존재로 변할 기회를 제공하니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참으로 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옳거니, 나는 무릎을 쳤다.
책에 의하면 부모와 아이 사이의 핵심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상호적 관계에 있다.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며 아이를 탓하거나, 도무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대신 부모의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묵은 상처와 오래된 습관을 깨달아야 한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훈육이라는 말 대신 ‘행동 형성’과 같은 표현을 쓰는 편이 깨어있는 양육과 더 잘 연결된다고 말한다. 행동 형성을 하려면 우리가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는 행동만이 아니라 아이의 모든 행동에 반응해야 한다. 바람직한 행동에도 똑같거나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행동 형성의 전제에는 아이들이 골치 아픈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본래 선한 아이가 아직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힘든 감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행동의 근원이 되는 감정을 처리하지 않는 한, 부적절한 행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인내’와 ‘신뢰’다. 부모가 인내심을 키운다는 건 아이에게 필요한 반응을 할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에고가 요구하는 것들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러면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이래서 인내심을 키운다는 건 정신 수행이기도 하다.
또한 아이들과의 관계를 진정한 유대 관계, 동반자 관계로 유지하려면 신뢰가 중요하다. 아이의 현재에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을 가져야 한다.
▲깨어있는 부모가 되려면 마음챙김으로 기초를 탄탄히 세워야 한다.
저자가 예로 든 깨어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품을 수 있는 희망 사항들은 내게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1. 우리 아이는 대단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 될 것이다.
2. 우리 아이는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고, 부모를 존경할 것이다.
3. 우리 아이는 부모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조언을 구할 것이다.
4. 우리 아이는 유명세를 좇지 않고 멋지게 존재하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할 것이다.
5. 우리 아이는 부모의 비전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비전을 세울 것이다.
6. 우리 아이는 성공을 거두기보다 목적이 있는 삶을 살 것이다.
7. 우리 아이는 목표가 아닌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8. 우리 아이는 부모의 꼭두각시가 아닌 영혼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9. 우리 아이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온전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10. 우리 아이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을 것이다.
11. 우리 아이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용서를 구하는 품위를 갖출 것이다.
한편 부록에 실린 〈깨어있는 부모를 위한 11가지 질문〉 또한 두고두고 새겨볼 만하다.
Q1. 내 감정의 도화선은 무엇인가?
Q2. 나의 에고가 가장 집착하는 것은 무엇인가?
Q3. 내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두려움은 무엇인가?
Q4. 나는 어떤 인생대본에 따라 살고 있는가?
Q5. 내가 물려받은 정서적 유산은 무엇인가?
Q6. 나는 살면서 부정적인 일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하는가?
Q7. 내 인생의 사명은 무엇인가?
Q8. 나는 깨어있는 상태로 살아갈 수 있는가?
Q9. 나는 행동을 중시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존재에 충실한 사람인가?
Q10. 내 양육법의 핵심은 무엇을 기초로 하는가?
Q11. 나는 아이에게 내면과 연결되도록 어떻게 가르치는가?
나는 책을 금세 읽었다. 그간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이 잘 설명되어 있었다. 앞으로 내가 아들을 위해 깨어있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절한 해법도 얻을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그래, 내 아들의 지금 모습을 신뢰하고, 아들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하는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예비 부모 독자들에게 일독을 적극 추천드린다!
*《깨어있는 부모》 리뷰대회 최우수상 수상
http://blog.yes24.com/document/16555299
- 좋아요
- 6
- 댓글
- 8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