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지기
  1. ……문학/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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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산시로
글쓴이
나쓰메 소세키 저
현암사
평균
별점9 (50)
사랑지기



산시로(三四郞)는 나쓰메 소세키가 41세되던 19089월부터 12월까지 오사카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것이다. 사실 당시 소세키는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했다. 그해 1~4월에는 갱부(坑夫), 6월에는 문조(文鳥)이어 7~8월에는 몽십야(夢十夜)를 발표했다. 산시로까지 치자면 1908년 한 해 동안 무려 네 편을 발표한 셈이다.

이 작품은
산시로라 청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다. 오가와 산시로 나이 23. 후쿠오카현 미야코군 마사키촌에서 자랐다 이야기는 산시로가 대학 공부를 위해 도쿄로 상경하면서 시작된다. 소세키는 산시로를 두고 시골 출신의 청년’(46)으로 묘사한다.

소세키는 청년의 눈을 통해 도쿄가 발전하는 모습
, 당시 최신 문물에 대한 인상, 인간관계의 일상 그리고 처녀을 만나고 연애 감정을 싹틔우는 과정을 담백한 필체로 그려냈다.

한편 이야기 속에 영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 애프라 벤
(Aphra Behn, 1640~1689)도 나온다. 그녀는 어릴 때 서인도 제도의 수리남에서 살았던 경험을 살려 수리남을 무대로 노예 문제를 다룬 오루노코 Oroonoko(1688)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세키가
오루노코를 거론한 의도는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언듯 생각해보면 오루노코를 읽었을 당시 지식인들은 소세키를 포함하더라도 극히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자신이 그만큼 서양의 최신 문물의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증거가 된다. 또한 소세키도 벤처럼 젊었을 때의 경험을 살펴 독자들에게 계몽 사상을 펼쳐 보인다. 그래서 산시로에서 오루노코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소세키는 이야기 속 인물 요지로가 쓴 《위대한 어둠》을 가상으로 등장시켜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그렇다면 소세키 식의 계몽은 무엇일까?

"사회는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산물인 문예 역시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기세를 타고 우리의 이상대로 문예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영세한 개인을 단결시켜 자신의 운명을 충실히 하고 발전하게 하고 팽창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178쪽

산시로가 소세키의 또 다른 분신인 것을 감안하면 그가 이야기 속에서 왜 그렇게 침착하고 냉정하며 때로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려 드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소세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는 소시로가 이야기 속에서 여자
(모두 3)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시로가 도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잠깐 만났던 여인을 두고 대한 자세가 대표적이다. 뜻하지 않게 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지만, 소시로는 적극적인 여인에 비해 냉담할 정도로 차분하다. 여인은 다음날 소시로와 헤어지면서 그에게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는 말을 남긴다. 이어 소시로의 성격의 한 단면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일화다.

소시로에 대해 또 말하자면
매일 학교에 나가 성실하게 강의를‘(61)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오히려 사색에 잠겨 거닐기 좋아하는 사람”(104)이다.

그는 도쿄에 도착한 소시로는 어머니의 지인을 통해 소개해 준 노노미야 소하치를 찾아간다
. 잠시 나와 있던 도쿄 대학 연못가에서 사토미 미네코와 조우한다. 두 번째 등장하는 여인이다. 미네코에 대한 인상은 무엇일까? “살결이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뼈 자체가 부드러운 것처럼 보인다. 아주 그윽한 느낌을 주는 얼굴”(85)이었다. 미네코는 노노미야의 친구이다여담으로 이 연못은 현재 산시로 연못으로 불린다.


 



▲ 산시로 연못 (왼쪽 당시, 오른쪽 현재)



마지막으로 산시로는 노노미야의 동생 요시코와 조우한다
. 그녀는 아오야마 내과에서 요양 중이었다. 산시로가 그녀에게서 받은 첫 인상은 어떠했을까? 바로 나른한 우울함과 숨길 수 없는 쾌활함의 통일성”(82)이었다.

사실 산시로는 미네코에 더 관심을 두었으나
, 요시코에게서 미네코가 노노미야의 친구라는 말을 듣고 이내 요시코를 여성 중의 가장 여성적인 얼굴”(139)이라며 달리 보게 된다. 역시 배짱이 없는 행동이다.

한편 대학에서 사사키 요지로를 만난다
. 그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선과(選科, 중학 졸업자가 다니는 3년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을 다니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선생 히로타 조의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그러던 요지로는 집을 구해 이사하게 된다. 거기서 산시로는 미네코와 다시 조우하면서 좀 더 가까워진다.

소세키는 산시로와 요지로의 대화를 통해 신여성관 등을 피력한다
.

입센의 인물과 닮았다는 것은 미네코 씨만이 아니네. 지금의 일본 여성들은 모두 닮았지. 여성만이 아니네. 적어도 새로운 공기를 쐰 남자는 모두 입센의 인물과 닮은 구석이 있어.”(170)

작품 속에서 모티브가 되는 대상은 하늘이다
. 하늘은 산시로가 미네코를 만날 때(117)와 요지로와 대화할 때(173)에도 등장한다.

결말 께 이르러 미네코의 선택은 내게 참으로 의외였다. 덕분에 생각할 거리도 생겼다.
다른 독자의 읽는 재미를 위해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나는 이 작품을 산시로의 성장 소설로 읽었다
. 산시로가 당대의 지식인들과 교유(交遊)하고, 두 여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 만큼 훌쩍 성장한 모습을 그려보고 쫓아갈 수 있있다. 어쩌면 연애 소설이기도 할 것이다.

작품 뒤에 덧붙여진 소설가 김연수의 평은 내가 읽으면서 미처 놓쳤던 것을 다시 되돌아게 해 주었다
. 그는 산시로100년이 지난 지금도 청춘 소설로 읽히는 건 묘한 상실감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 “여전히, 이토록 세련된 결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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