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교양

사랑지기
- 작성일
- 2017.5.12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20세기
- 글쓴이
- 이현우 저
현암사
이 책은 2014년 펴낸 ‘19세기 러시아 문학강의’에 이어 3년 만에 나왔다. 19세기에서는 푸슈킨,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그리고 체호프까지 모두 일곱 거장들과 그 아홉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았었다.
이번 20세기는 저자가 2009년쯤 한 독서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러시아 문학 강의를 엮은 것이다.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을 보면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자먀틴, 플로토노프, 파스테르나크, 불가코프, 숄로호프, 솔제니친, 나보코프의 롤리타까지 8명의 작가와 9작품이 등장한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였다면, 20세기 문학은 ‘은세기’ 문학이라고 불린다. 문학은 시대의 자화상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러시아 문학 역시 광할한 러시아의 영혼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독자들이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먼저 20세기 러시아 역사에 대해 개관한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루카치는 “러시아 문학은 오직 1917년의 시점에서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혁명 전후의 러시아 문학은 이 문제적 시간과 사건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뜻이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사회주의리얼리즘의 효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혁명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었던 많은 작품들은 한동안 출판 금지되거나 비공식 문학에 속해야 했다. 자먀틴의 《우리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 등이 그렇다.
특히 자먀틴의 《우리들》은 안티유토피아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 오웰의 《1984》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 앞섰다. 저자는 ‘1984’와 ‘멋진 신세계’는 ‘우리들’에 빚진 바가 크다고 말한다.
자먀틴과 플라토노프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가다. 이 책을 통해 두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들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뜻깊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자먀틴은 단편 <사흘>에서 오데사에서 일어난 전함 포템킨의 봉기를 소재로 했다.
2007년 영국 타임즈에서 영어권의 현역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품을 10편씩 골라 달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1위가 《안나 카레니나》였다. 이어 《마담 보바리》, 《전쟁과 평화》, 《롤리타》,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의 순이었다.
《롤리타》를 쓴 나보코프는 제정 러시아 때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던 상류층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혁명 때 백군 편에서 일하다 암살되었다. 그는 런던, 파리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5년 《롤리타》가 파리에서 출간되었을 때 당시 파리에 주둔하던 미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1958년 미국에서 폭발적인 호응으로 막대한 인세 수입이 생기자 그는 곧장 스위스로 떠났다.
저자는 나보코프를 두고 푸시킨의 계보를 잇는 ‘러시아 망명문학 작가’로 평가한다. 그는 《롤리타》가 나보코프의 노스탤지어를 그린 작품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회복할 수 없는 유년에 대한 그리움, 러시아에 대한 그리움 같은. 신선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저자는 몇 년 전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동시대 러시아 문학이 국내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러시아 문학 수요층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좀처럼 엄두를 내기 쉽지 않죠... 게다가, 러시아문학의 경우 번역자들이 다른 주요 언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합니다... 현실적인 제반문제로 인해 러시아문학 전공자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자의 ‘책임감’은 제법 튼실한 결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렇듯 고전(古典)은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읽혀져야 한다. 저자의 '러시아 문학 새롭게 읽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함의로 다가올까? 이는 러시아 문학을 새롭게 읽으며 각자 체득해야 할 몫이지 싶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