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콩
- 작성일
- 2017.8.1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 글쓴이
- 김현미 저
돌베개
올해부터 이주민들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도 정작 이 주제에 관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일하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지만, 일에 바빠서 공부할 시간은 못 낸 것이다. 간혹 시간이 날 때에도 업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만 싶었다.
관련 책은 아마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서 읽은 "내 이름은 욤비: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이 유일한 것 같다. 센터에서 일 하다가 난민 신청한 아프리카 사람을 만난 후 나의 반응은, "와우, 우리나라에 난민이 있어?"였다. 유럽 같은 나라들에나 있을 듯한 난민을 바로 눈 앞에서 만난 뒤 친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난민조약을 받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나, 정작 난민 신분을 인정받은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난민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바로 생활의 보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시 시간이 흐른 뒤, 오늘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프로젝트 기안을 쓸 일이 있는데, 난민 쪽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 권 빌려왔다. 그 중의 하나가 연세대 김현미 교수님의 이 책.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센터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부류의 이주민들, 이주노동자(특히 미등록), 결혼이주여성, 조선족(중국동포), 난민, 이주아동 등의 여러 케이스들을 실제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한국 이주 역사와 국가의 정책 등과 함께 설명을 해 주셔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해하는데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국가의 정책은 정책대로 변화하여야 할 터이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 또한 변화를 해야할 것이다. 교수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에 통합시켜야 할 대상으로, 그래서 우리 문화와 언어를 얼른 배워서 한국 사람으로 동화되어야 할 사람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어떻게 하면 상호적으로 좋은 관계 가운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동등하게 살 것이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주변인이나 단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것도 잘못된 태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사람들을 우리 경제에 위협적인 존재로 본다든지, 단순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단기간 동안 해결해 줄 도구적인 존재로 보아선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해 주는 고마운 존재,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받쳐주고 있는 존재, 더 나아가서는 그들로 인하여서 우리의 편협한 세계관이 넓어지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그런 존재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면 좋을 것 같다. 교수님 말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모두 집을 떠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나도 한국을 떠나 왜국에서 4년 정도 살아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그 때 만난 사람들 대부분 나에게 정말 잘 해 주셨다.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이 일을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초심을 다지게 되었고, 내가 만나는 이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기로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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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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