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올 때는

신통한다이어리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2.5
남모르게 부르는
이 은은한 노래
머나먼 그곳에도
닿을 수 있다면
이 가슴
밤과 낮 푸르른
아픔 될래 눈물 될래
- <밤에 쓰는 편지 2> (권순분), 『내가 좋아하는 현대시조 100선』(홍성란 엮음 / 2006 / 책 만드는 집)
가슴 한켠에 흐르는 푸르른 눈물, 그 눈물을 삼키며 소년은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 다가와 주길, 누군가 다가와 줘서 그 눈물을 닦아주길. 그러나 소년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년은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쓸쓸함을 뒤로 하고, 가슴 속에 증오를 키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자라난 증오는 그의 인생을 지배했습니다. 그는 결국 그 사람을 마음 속에서 죽였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기어코 입히고는 아무런 치료도 해주지 않은 사람. 그 증오는 소년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그 사람보다 먼저 죽었습니다. 자살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슴 속의 증오가 병이 되어 암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소년은 매일 스트레스로 시달리다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은 병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소년의 죽음은 그 사람에게 큰 아픔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소년을 가슴 속에 묻었습니다. 그러나 끝끝내 그 사람은 소년에게 아픔을 준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그 사람은 무엇이 그리 아픈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그 사람에게 죽어서 아픔을 주는 방식으로 복수를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평안을 안기지 못한 이 죽음. 머나먼 그곳에서는 평안해지기를. 남모르게 외쳐대던 이 은은한 아픔이 누군가의 아픔이 되지를 않기를. 그 아픔이 아픔이 되고 눈물이 되지 않기를. 오늘도 그렇게 기도합니다. 저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할 수 있게 하시고, 제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 또한 용서해 주시옵소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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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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