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내게 (에세이)

신통한다이어리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4.18
11. 오늘도 치열한 행복을 살아간다
아무 인사도 없이 누군가가 날 떠난다면.
사실, 그런 경우는 살면서 참 많이 겪는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이 있기도 하다. 때로는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내가 될 때도 있다. 인사도 없이 누군가가 떠나는 이유는 많고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사람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없어도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존재. 물론,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 마음속에까지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처음 겪었을 때에는 참 많이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나를 다시 다잡고, 더 나은 내가 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사람이 떠난 것이 내가 못나서가 아니란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무엇이든지, “처음”은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은 언제든 다시 오게 마련이다. 그 “처음”을 현명하게까지는 모르지만, 잘 극복하였기에, 나의 지금은 별로 당황스럽지 않다.
때로는 불편한 어떤 사람과는 내가 먼저 연락을 끊기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격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사람과 내가 안 맞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과거에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인사도 없이 떠났듯이.
누군가가 떠나는 것, 누군가에게서 떠나는 것. 지금 그것을 불편해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잘 살아가는 방법이기에. 지금, 연락이 안 되는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하는 것도 그 사람이 불편해할 것이기에 나는 일부러라도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기도 한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아주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주변에 아주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로 나를 걱정해주고 위해주는 몇 사람만 있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윳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할 시간을 매일매일 보낼 수 있을 것이므로.
뭐, 내가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나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많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지 않아도, 돈이 많이 있지 않아도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꿈이 있기 때문이겠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마음껏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른다.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나는 많이 애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 애쓰는 시간이 오래 된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행복한 죽음의 순간에, 나는 잘 살았다고, 나는 정말 행복하게 죽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를 위해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오늘도 치열한 행복을 살아간다.
12. 나의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요즘은 시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줬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과연, 그것이 시민의식이 향상되어서 그런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오늘날에는 심리학 서적, 자기계발서, 에세이 등의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 무조건 열심히, 무조건 착하게, 무조건 된다, 라는 강박적 의식을 가진 책들은 더 이상 오늘날의 트렌드가 아니다. 그렇게 사는 것은 너무 힘들고, 별로 행복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과거에는 자신의 생색내기 수단이었다. 물론, 현대에도 생색내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생색내기조차 "생명"의 소중함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생명을 그다지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있기에 오늘날에는 생명의 소중함이 더 귀하게 여겨진다.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에 대해서 지배를 당하고만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이유로 오늘날 주저앉아 생명을 구제하려는 노력은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지배하고 그로 인해 오늘날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더 나은 오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도 어떻게든 나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도 있고, 웃음이 떠오르는 기억도 있지만, 그 과거들이 모여서 내일의 나를 만들어갈 발판을 만든다. 그러므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저 말. 어떤 과거든지, 나의 오늘로 승화시켜 나간다면 내일의 나는 창조된 삶,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 희망에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거웠던 순간들은 마음껏 회상하면서 오늘 또 하나의 정진을 이루어나간다. 슬픈 순간, 기쁜 순간,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내게로 오는 오늘. 더 많은 기쁨을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다.
13. 서로 다른 사람들
세상이 날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나 외에 모든 사람은 옳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다르다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었다. 다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은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니, 사는 게 덜 힘들어졌다. 나만 옳은 게 아니라, 나도 옳지만, 다른 사람도 옳은 것이다. 나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틀릴 수 있는 것이다. 모두는 다르기 때문에, 싸울 수도 있고, 화합할 수도 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쭈그려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울었을까, 웃었을까. 삶의 작은 발견이 삶의 큰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큰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그 성장은 나의 능력을 무한대로 키우도록 도와준다.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기에, 오늘 조금만 더 힘써서 그 차이를 인정하자. 인정하고 나면, 세상을 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깨달음의 길 위에서, 나는 오늘의 우연을 발견한다. 그 우연은 필연이 되어 나의 글들을 밝히곤 한다. 마치, 하루 먼저 일거리를 마치고 느긋하게 마지막 날 여유를 부리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내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루를 맞이하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보다 더 가벼워지기를. 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14. 놀라운 힘이 있는 책보기
시집을 읽다 보면, 가끔 아득한 기억이 떠올라서 한참동안 명상에 잠길 때가 있다. 그 명상들은 때로는 복받친 감정으로 내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것이 진실이었든, 거짓이었든, 아련한 추억들은 나를 감정의 세계로 몰고 간다. 예전에 느꼈던 그 감정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그 감정은 내게 새로운 활력소를 주고 새로운 영감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는 어떤 것들. 또,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기억했을 것들.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정말 필요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철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도 필요에 따라서 잊어버리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하는, 필연적인 어떤 상황들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 수 있었던 날들도 내가 "철새"였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철새"의 삶처럼 내가 머물 장소를 때에 따라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삶의 곡절에서는 잦은 이동이 있었다. 그 이동이 때로는 낯설어서 적응하기 힘들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철새와 같은 삶처럼, 편안해졌다. 그 편안해진 삶 속에서 이제 나는 나에게 뭔가를 묻는 여유까지 생겼나 보다. 나, 앞으로 뭘 하고 살 건데? 그 물음에 나는 이제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내 인생을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그런데,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삶의 계획이 지난 반년여 사이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역시, 책을 본다는 것은 놀라운 힘이 있다. 그 힘으로 오늘을 또 살아낸다.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즐거운 소망이 가득한 날이 있다는 것이다.
15. 글을 쓸 수 있어 기쁘다
관심법을 발휘해 볼까. 당신의 생각, 내가 다 안다. 나의 글은 왜 다 저 따구야? 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렇다면, 나는 독선자? 결국엔, 누군가에 의해서 쫓겨나버리는 인생? 으아! 안돼!
누군가 자꾸 문틈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러고 있는 나를 한숨 쉬면서 쳐다 본다. 그 한숨은 안도의 한숨이기도 하고, 걱정의 한숨이기도 하다. 그렇게 걱정하고 안도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다. 거의 죽음이 가까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는 나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 구원은 멀쩡히 살아서 이렇게 행복해하는 내가 되었다. 내 죽음을 막고 있는 누군가. 그렇다, 그 누군가 없이는 죽을 수도 없다. 초라하고 남루한 모습이라도 한숨 쉬면서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기에 나는,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런데, 난 대체 뭐가 기쁜 것일까? 도대체, 그 작가란 타이틀이 뭔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게 바로 성취감이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어 나의 글을 보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왜 기분이 더 좋은 걸까. 함께 길을 가는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꿈들을 이루어갈 수 있지 않을까. 멀고 먼 길, 가는 길에 혼자가 아니란 사실, 그 사실이 더욱 기쁘다.
누군가 자꾸 문틈으로 들여다봐주길 원한다. 그 들여다보는 누군가에게 진심이 담겨있기도 바란다. 내 죽음을 막고 있는 누군가도 행복하길 바란다. 그 누군가는 내 행복을 빌어주리란 걸, 나도 안다. 더 행복하게, 더 아름답게, 더 나누면서 살아가자는 다짐, 오늘 한번 해 본다. 아름다운 세상 속에 신통한 다이어리란 녀석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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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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