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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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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글쓴이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
해냄
평균
별점8.6 (53)
신통한다이어리

1.

그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글을 쓰라면서 이 작은 노트를 주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두껍고 하얀 백지가 묶인 노트.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연필을 뾰족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 p.13

 

가벼워지고 싶었다. 한없이 한없이. 무언가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님을 알았기에. 리뷰쓰기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으라고 <서평단 당첨>순간부터 1차리뷰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지려고 한다. 그래, 이거 1차 리뷰다.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어 쓰는 리뷰다. 그러니까, 내게 내용설명을 기대하지 마시라~ ㅋㅋ. 나는 그냥, 내용설명 안 할거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 현재, 침묵을 지킬 것이다. 그럴 것이다.

 

2.

디오메디스는 앨리샤가 미쳤다고 말하고 있었다.

앞뒤가 맞는 설명은 그것이 유일했다. 도대체 왜 사랑하는 남자를 의자에 묶고 바로 앞에서 얼굴에 총을 쐈겠는가? 그러고도 후회의 기색 없이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입도 열지 않는다? 미친 것이 당연했다.

- p.26

 

앨리샤는 미친 것일까, 아니면 계획적인 것일까. 어쩌면, 어느 정도 미쳤다고 해도 분명 일말의 의도는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인생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때, 때로는 신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나를 돕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한번 가보는 거야, 그곳이 어딜지라도! 앨리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3.

정신벙원에 그로브에 수감된 사람.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진짜 죄인지 아닌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살인이나 폭력은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러나 그럼에도 그래야만 헀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상황. 이해와 수용은 다르다는 의미. 이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황. 과연,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요. 그리고 그들의 상황 속에서 어떤 주제가 드러날까요. 삶은 미궁으로, 책은 현실로, 서평은 단단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어울리게 만들어지는 멋드러진 스릴을 꿈꾸며. 서평 소망합니다. 

 

서평을 신청했을 때 나의 댓글이다. 서서히 드러나야만 하는 앨리샤의 실체는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주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느낌도 든다. 

 

4

멍청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무슨 짓을 한 거야? 엘리샤를 너무 멀리, 너무 강하게, 너무 급하게 몰아붙였어. 끔찍할 정도로 전문가답지 못했어. 빌어먹을 정도로 서툰 짓이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밝혀버렸잖아. 그러나 그건 엘리샤가 상대방을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거울과 같았다.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춰 보여준다.

그리고 그건 가끔 보기 흉한 모습이다.

- p.130

 

드러나지 않는 실체와 드러내기 싫어하는 정체. 그 실체와 정체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신하는 사회, 또한 때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무언가를 숨길 필요도 있음을 역설하는 듯 하다.  나는 숨길 것 없다, 하는 사람이 오히려 숨길 게 많음을 직시하게 되는 현대. 그 현대란 미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은근한 폭력. 그 폭력을 어쩌면,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침묵이란 주제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5.

 

사람의 실체를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객관적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사일런트 페이션트』, 그러니까 실어증 환자. 어쩌면, 나 역시 실어증 환자일지도 모른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세상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으니. 『사일런트 페이션트』에는 어떤 삶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삶의 끝에도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은 작기만 한 나의 소심한 리뷰를 마친다. 내일은 극찬할 얘기, 극찬할 리뷰, 극찬할 글이 써질 수 있기를 바라며.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해냄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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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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