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춘문예

신통한다이어리
- 작성일
- 2019.7.25
마리의 돼지의 낙타
- 글쓴이
- 엄우흠 저
자음과모음
1.
이런 음식이 된 건 애초의 계획에는 포함되었던 필수적인 식재료를 어떤 사정으로 조리과정에서 빼먹었기 때문일 텐데, 그 식재료를 어떤 사정으로 조리과정에서 빼먹었기 때문일 텐데, 그 식재료는 아마 두부이리라. 이 어중간한 음식에는 두부의 부재로 인해 생긴 딱 그만큼의 빈 공간이 있었다.
- P.311
드디어 다 읽었다. 몸과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소설이 읽히기 제대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리의 돼지의 낙타』를 느무느무 재밌게 읽었다. 경수는 3년간 옥살이를 했다.
뜬금없는 옥살이는? 사실, 앞의 내용은 1차 리뷰에서 설명을 해서 생략을 한 거다. 근데, 1차리뷰를 지금 방금 보고 왔는데, 왜 이렇게 못 썼대? 으..1차 리뷰 보지 마라, 부끄럽다 (그럼 당장 보러 가야지 하고 달려가시는 분, 곧 후회할 걸세!) 뭐, 그렇다고 완전체리뷰가 잘 쓰게 될 거란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1차 리뷰보다는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전적으로 신다 생각!
그러니까, 경수는 옥살이 3년을 하고 나와서 두부를 먹기 위해 찾다가 찌개를 하나 시켰는데, 두부가 없는 것이다. 워메! 그래서 생긴 빈 공간. 경수의 그 빈 공간을 대신 채우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2.
이 나쁜 새끼야, 내 남편 살려내라, 내 남편! 울다 지친 안반장의 아내가 주저앉았다. 안반자의 아내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경수는 안반장이 예전에 본 감자탕 집 사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 P.379
그래 그러니까 인연은 어찌될지 모르는 거라고. 악연도 어찌될지 모르고.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건 통쾌감이 아니다. 경수의 의도는 복수가 아니었다. 그저, 정도를 따르자고 하려는 것이었을 뿐.
때로 세상은 불공평하고 때로 세상은 정도를 걷다가 낭패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소설! 참 덤덤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기만 하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로는 꿋꿋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살짝 비껴가는 삶들. 그 삶들 속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의 자유는 누가 얻느냐고? 바로 내가! 그러니까, 독자가 얻는다는 의미!
3.
마리는 생각했다. 다 말은 이렇게 한다. 다 나를 생각해서 이러는 거라고. 마을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들은 아주 적다. 조씨와 장씨, 그리고 경수 아버지 정도. 그런데 믿고 따랐던 조씨와 장씨에 이어 경수 아버지까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 결국 나에게 잘해준 사람달은 전부 나쁜 사람이고 위험한 사람이고 경계해야 할 사람이다. 더구나 경수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문까지 있다. 금세 지워지긴 했지만 바로 이 공부방 벽 앞에서 경수 아버지가 변태라는 낙서를 본 적도 있다.
- P.489
대체, 경수네 가족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경수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오해를 받고 있는데, 그 오해는 오해인 걸까, 진실인 걸까?
경수 아버지란 인물이 적어도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흠잡을 데가 많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해받으면서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어리숙함, 그러면서도 물 흐르듯 그냥 흘러가는 인생. 그렇다고 해서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닌 인생. 꼭 30대의 내 모습 같다. 물론, 100프로 같은 것은 절대 아니고. 그래서, 나는 별로 경수 아버지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 나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 이유로, 경수아버지가 오해받는 채로 끝나는 것은 싫으니까 경수아버지의 실체를 밝히기로 한다.
4.
마리가 다시 말을 하게 된 건 형기를 마치고 시설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너무나 뒤늦게 진실을 깨닫고 나서였따. '집에……물……'이라는 경수 아버지의 마지막 말. 물이 아니라 불이라고 한 거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곘지만 집에 불이 날 거라고 알려준 거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 한 게 아니다. 사실은 도우려 한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 P.494
그렇게 경수아버지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비록, 마리의 방어로 경수아버지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났고 마리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최소한의 형기를 마친 후에야 깨달은 사실이었지만.
5.
『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정말로 덤덤하다. 실제로 아주 극한 상황까지 갔는데도, 작품의 주인공들은 결코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어려운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치열하게 재미있고, 덤덤하게 흥미진진하여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글들 속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 덧 책이 끝나 있었다. 읽고 나서 마음이 촉촉하면서도 건조한 이중성의 느낌. 그래서 삶을 조금 더 덤덤하게 바라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마리의 돼지의 낙타』가 주는 강점이라면 역시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는 거 아닐까. 삶이 내게 주는 단단한 매력처럼 덤덤하게 리뷰를 썼다. 조금 더 강한 느낌, 조금 더 강한 삶이 당신에게도 들이닥치길. 아무리 폭우가 세차게 쏟아지더라도 당신의 삶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되기를.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은 후
1차리뷰를 이미 작성하였고, 최종적으로 다시 쓰는 완전체리뷰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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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