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리뷰

신통한다이어리
- 작성일
- 2020.1.18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 글쓴이
- 요나스 요나손 저
열린책들
1.
「자, 자!」 알란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냥 술이나 한잔하자고. 이제 내 생일을 위해 건배하진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 남극에 닿기 전에 가스가 떨어질 테니까 말이야. 자, 앉으라고.」
본문 중에서 -
알란과 율리시스는 알란이 우연히 얻게 된 태블릿을 가지고 알란의 생일을 맞아 열기구로 여행하던 중이었다. 결국 열기구는 불시착. 지나가던 배에 의해 구조되는데, 하필이면, 북한 배? 그래서 구조는 되었지만, 북한으로 납치를 당하게 된 이 상황. 그 누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알란은 침착하다.
「그래, 지금 상황이 다소 암울하다는 것.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암울한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자, 진득하게 기다려 보자고. 바람의 방향이 바뀔 테니까. 아니면 다른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알란의 설명하기 힘든 차분함은 율리우스 마음을 조금 가라앉혀 주었다. 그 나머지는 샴페인이 해결해 줄 거였다.
- 본문 중에서 -
뭔가 계획이 있나 보다. 그러나 치밀한 계획은 아니다. 북한에 도착해서 생각해낸 계획이 핵을 들고 도망치자는 것. 계획은 허술했지만, 이 허술한 계획이 결국 통했다. 알란과 율리시스는 스웨덴 대사관 마르고트 발뢰스룀에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북한을 탈출하는데 성공.
2.
탈출한 후, 그리고 또 우연히 만난 사비네. 사비네는 관을 만드는 1인 기업가라고나 할까. 그런데, 무작정 이 집에서 머무르는 알란과 율리우스의 사기능력이랄까. 아니면, 진심인 걸까.
사업은 번창 일로에 있었다. 심지어는 주말에도 작업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토요일 오후인 바로 이 순간처럼 말이다.
「네, <자부심을 가지고 죽자>사입닏. 뭐,당장 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알란은 그가 노상 죽치고 있는 소파 옆의 조그만 탁자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 들며 응답했다.
- 본문 중에서 -
번창해가던 사업이 또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관 제작 전화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거금의 관 제작 주문이 들어왔지만, 또 우연히 어떤 실수를 하게 되면서 나치의 추격을 받게 되고 전에는 알란과 율리우스만 움직였던 것이 이번에는 사비네까지 더불어 셋이서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운명은?
3.
『핵을 들고 도망친 100세 노인』은 도망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핵을 들고 도망치고 나치에 쫓기고, 그러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던 101세 노인 알란은 결말에 가서는 걱정이란걸 하고 있고, 그 걱정하는 자신을 걱정한다.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고 했듯이, 101세 노인 알란과 그리고 그의 절친한 젊은 친구 율리우스에게 일어난 일은 우연 같지만, 우리 삶에서 흔히들 겪을 수 있는 필연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언제 어느 때 조난을 당할지 모르고 그리고 그 조난에서 간신히 구조되었는데, 거기가 북한의 수용소 같은 아주 끔찍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물론, 알란과 율리우스가 수용소까지 간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인생에서 수용소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겪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빌어야 한다. 이 수용소가 페기되거나, 아니면 이 수용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아주 운이 좋아 수용소가 폐기되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그 수용소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하는 일이다. 알란이 핵을 들고 도망쳐 버렸듯이. 삶은 그렇게 우연히 다가와 필연이라는 걸 우리에게 심어주곤 한다.
4.
「사비네, 우린 전에도 돈이 없었어. 여유를 좀 가지라고! 인생은 단 한번뿐이야. 우리네 삶에서 확실한 것은 바로 이 사실뿐이라고.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야.」
- 본문 중에서 -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가지 과제는 결국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이고,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핵을 들고 도망친 노인』은 재미있다. 핵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핵재미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만이 다가 아니다. 위기상황에서도 101세 노인이라는 연륜에서 느껴지는 여유를 잃지 않는 지혜로움이 느껴진다. 그 지혜로움이 살아가는 순간 속에서 나를 많이 이끌어줄 것만 같다. 비록 걱정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101세 노인이지만, 그 걱정은 너무 여유가 많아서가 아닌가. 삶의 위기라는 폭풍 속에서 자신과 또한 친구들에게 여유와 낭만을 즐기게 해주는 101세 노인 알란. 그 알란을 보며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책을 읽는 보람을 느낀다. 더불어, 삶의 여유로움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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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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