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조각들

consel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4.14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으며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의 여행 경비 2만 파운드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책을 다 읽고나도 계속 알쏭달쏭하더군요.(남의 돈에 뭔 그리 관심이...^^;)
필리어스 포그는 전 재산 4만 파운드 중 내기에 2만 파운드를 걸고, 나머지 2만 파운드를 들고 세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책의 말미에 보면 여행 경비로 1만 9,000파운드를 썼다고 나오구요.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영국 신사로서의 자존심과 체면으로 인해 돈을 아낌없이 써대는 바람에 남는 게 없을 것 같았거든요. 가계부를 꼼꼼하게 쓰는 제 습관 탓인지 결국 다 읽은 책을 다시 펼쳐서 엑셀 파일로 계산을 해봤답니다.(--;)
우선, 인도에서 코끼리를 살 때 지불한 2천 파운드, 봄베이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로 물게 된 벌금과 보석금 2,450파운드, 상하이행 탕카데르 호 대여 및 보너스 550파운드, 수족 인디언 포로 구출 포상금 1,000파운드의 합은 총 6천 파운드였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사용 액수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아 종잡을 수가 없는 거였는데, 예를 들어 기차나 배의 요금, 시간 단축에 대한 보너스 지급, 아우다 부인을 위한 물품 구입비, 코끼리 가이드 청년 수고비, 오마하까지의 썰매 이용료, 호텔비 같은 거죠. 아마 케이스 당 500파운드를 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당시 물가를 모르니 무작정 100~500 파운드 사이의 숫자를 입력할 수는 없는 거라서요.
두 번째 문제는, 당시 파운드와 달러의 환율이 어땠는지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헨리에타 호를 이용할 때 결국 6만 달러를 지불하게 되는데, '1파운드 = 1달러'는 아닌 것 같았거든요.(만약 그랬다면 턱없이 돈이 모자랐겠죠.) 인터넷에서 달러와 파운드의 가치를 현 시점으로 환산해주는 싸이트(https://www.measuringworth.com/ppoweruk/)를 발견하여 계산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싸이트 계산값으로는 '1파운드 = 2달러' 정도로 환산되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습니다. 파운드화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알아보니,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파운드의 위세가 축소되고 달러가 국제통화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시간적 배경인 1872년과는 상황이 달라져 버린 거죠. 19세기에만 해도 파운드에 비해 달러는 국제적 통화로서 거의 인정받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어쩌면 '1파운드 = 10달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1파운드를 7달러쯤으로 놓고, 교통비나 숙박비, 쇼핑비를 50~300파운드 정도로 잡아 대충 계산해보니 확실히 2만 파운드가 큰 돈은 큰 돈인지 남기는 하더군요. 그 큰 돈을 현찰로 가방에 넣고 세계를 돌아다니다니 확실히 현실적이지는 않아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과거 화폐 가치를 현 시점으로 환산해주는 싸이트에서 나온 계산값은 '2만 파운드 = 161만 파운드 ~ 3,068만 파운드'였는데, 오늘 파운드 환율이 1417.83원이니, 우리돈 22억 8,270만원 ~ 435억 원쯤 되네요. 161만 파운드는 상품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해준 가치이고, 3,068만 파운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환산해준 가치라, 제가 보기에는 161만 파운드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작품 배경이던 1872년은 대영제국 시절이었고, 지금의 영국 GDP를 그 시절과 동격으로 치기에는 아무래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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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