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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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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십계 (1956)
감독
세실 B. 데밀
제작 / 장르
미국
개봉일
1982년 7월 28일
평균
별점9.1 (0)
consel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보고 나니, 『십계』를 다시 보지 않을 수가 없어서 DVD를 꺼냈습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화면에 '서곡(Overture)'이라는 제목을 띄운 채 1분 30초가량의 연주가 진행된 다음 커튼을 젖히며 세실 B. 데밀 감독이 등장해 영화의 주제와 성격에 관해 2분 넘게 설명하고 들어간 뒤에야 시작되죠. 무려 3시간 39분에 달하는 영화이다 보니 중간에 휴식 시간도 있어서 첫 번째 디스크가 끝나면 중간 휴식을 알리는 'Intermission'이란 제목이 뜨고, 두 번째 디스크를 넣으면 'Entr'acte'라는 제목이 뜬 다음에 후반을 잇게 됩니다.


 


 


(스포일러 경고 : 이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언젠가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스크롤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십시오... 그런데, 3시간이 넘는 영화라 내용 소개도 길어지는 부작용이...^^;)


 


  영화의 서곡 연주와 감독의 서설이 끝나고 본 영화가 시작되면, 천지창조와 인간의 자유의지, 강한 자의 지배, 노예가 된 약소민족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고, 하나님이 제국에 홀로 맞설 한 사람을 보내셨다는 설명과 함께 아기를 요람에 눕히는 요샤벨(마사 스콧)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편, 이집트 왕궁에서는 대제사장이 간밤의 불길한 별의 출현과 유대인 해방을 이끌 지도자의 탄생에 대한 예언을 파라오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예를 자산으로 여기는 파라오가 유대인을 죽이는 걸 내켜하지 않자 대제사장은 지도자의 탄생에 대한 예언이니 갓 태어난 유대인 남자아이만 죽이면 된다고 제안하죠. 이에 람세스 1세는 유대인 남아들을 살해하라는 칙령을 내립니다. 요샤벨은 아들의 목숨을 구하려 요람바구니를 나일 강에 띄우고, 미리암은 어머니의 부탁대로 아기가 들어있는 요람바구니를 따라가는데요. 마침 왕실의 여자들이 나일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남편의 죽음으로 상심해있던 비티아 공주(니나 포크)가 떠내려오는 요람바구니의 아기를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시녀 멤넷(주디스 앤더슨)에게 명을 내려 여자들을 보내어버립니다. 멤넷은 요람바구니의 포대기가 유대인 레위 족속의 것임을 알아보고 공주에게 파라오의 칙령을 어길 셈이냐고 경고하지만 비티아의 단호함에 시키는대로 요람바구니를 강물 속에 가라앉힙니다. 비티아는 나일 강에서 건진 아기라고 이름을 '모세'로 짓고는 그를 자신의 아들로 키우게 되죠.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모세(찰턴 헤스턴)은 승전고를 울리며 멤피스로 돌아오고 그에게 열광하는 이집트 백성들의 함성에 람세스 왕자(율 브리너)는 심기가 불편합니다. 람세스 1세의 뒤를 이은 파라오 세티(세드릭 하드윅)는 아들인 람세스보다는 조카인 모세를 더 총애하고, 왕위 계승자와 결혼하기로 되어있는 네프레티리 공주(앤 박스터) 역시 모세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아들인 자신 말고 누가 상속자가 될 수 있느냐는 람세스의 말에 세티는 이집트를 잘 다스릴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전쟁에서의 승리 뿐 아니라 이디오피아 왕과의 동맹으로 보물까지 가득 가져온,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세... 반면, 파라오의 명으로 도시를 건설 중인 람세스는 공사도 잘 진척되지 않아 난처한 상황이죠. 건설 현장의 유대인들이 구원자를 기다리느라 말을 안 들어 그렇다며 람세스는 모세에게 시켜보라고 합니다. 모세와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네프레티리는 펄쩍 뛰지만, 세티는 람세스에게 유대인 구원자에 대한 조사를, 모세에게는 도시 건설 공사를 명하면서 왕위 계승에 대한 언질을 줍니다. 왕위 계승에는 관심이 없고 사랑하는 삼촌 세티를 위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모세의 태도에 네프레티리의 애정은 한층 더 뜨거워지구요.


  그리하여, 세티 즉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도시를 건설 중인 고센 지방.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예 중 석공 여호수아(존 데렉)은 물을 배급하는 릴리아(데브라 파젯)와 사랑하는 사이이고, 유대인으로 이집트에 충성하는 감독 다단(에드워드 G. 로빈슨)도 릴리아를 넘보고 있습니다. 건축사 바카(빈센트 프라이스)의 소개로 다단을 찾은 람세스는 유대인 해방을 이끌 구원자에 대해 알아보라고 시킵니다. 한편, 거대한 돌을 운반하기 위해 돌 밑에 기름칠을 하던 요샤벳이 허리끈이 끼이는 바람에 깔려죽을 위기에 처하는데요...


 



 


 


  이 영화는 아마 네 번째 보는 것 같은데, 이번에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과연 전에 봤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워서요. 어렸을 때엔 유대민족을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킨 위대한 인물 모세만 눈에 들어왔고, 대학생 때엔 종교와 민족에 관한 문제에 집중했으며, 10년 전 봤을 때엔 람세스에게 주목했는데, 이번엔 정말 주인공들 외에 정말 많은 인물들과 상황이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남편의 죽음으로 공허해진 마음을 강에서 건진 아기를 키움으로써 채운 비티아 공주, 그리고 조카를 아들보다 사랑했다가 그가 실은 유대인 노예의 핏줄임을 알고 누이의 거짓말에 치를 떨며 격노하지만 임종의 순간에는 모세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두는 파라오 세티, 모세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불사했던 정열적인 네프레티리,,... 그 모든 이들의 상처받거나 뒤틀려버린 마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쓰럽게도 느껴지는 게 바로 걸작의 위력일까요, 아니면 나이먹음의 방증일까요?


 



  CG기술도 없었던 그 옛날에 그런 특수 효과를 만들어 넣었단 것도 놀라운 일이고,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한 그 장엄한 규모도 압도당할 만했지만,




 


  그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그 이야기가 바로 우리 인간의 이야기란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현재의 유명한 영화들이 오랜 세월이 덮어준 먼지의 무게로만 그 가치를 지니게 될 때에도 『십계』나 『벤 허』는 살아 숨쉬는 걸작으로 여전히 인류에게 감동을 안겨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오랜 옛날에 이미 『십계』에는 신앙 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신념에 관한 고찰이 정확하게 묘사되어있었으니까요. 성경 자체가 지닌 생명력도 생명력이거니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들 말입니다.


 





  특히 제게는, 찰턴 헤스턴의 모세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율 브리너가 연기한 파라오 람세스야말로 신앙 여부를 떠나 영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각인되는 존재였습니다. 함께 자랐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는 모세에 대해 품게 되는 경쟁심과 질투,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 속에 모세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고도 자존심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놓아줄 수 없는 왕위계승자로서의 숙명, 아들의 죽음 앞에 복수를 꿈꾸는 그의 광기어린 눈, 그리고 갈라진 홍해 앞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수치스럽게 사느니 신과 싸우다 죽겠다”고 외치는 무모함. 어쩌면 그는 이집트 사막을 닮은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뒤 계산없이 직선적이고 어쩌면 만용에 가까운 용기를 지닌 전형적인 무인이었는지도... 그런 그에게는 부친의 사랑을 나누어 가졌던,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차지해버리고 아들의 죽음마저 불러들인 모세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테죠. 그런 모세를 선택하신 하나님조차도 감히 용서가 안 될만큼 그는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사막처럼 뜨겁고 모래폭풍처럼 격렬했던 그의 너무나 인간적인 삶과 애정.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신 능력 앞에서 자신이 파멸될 수밖에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그는 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요? 불길이 자신을 태워버릴지라도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그에게는 그 길이 자신의 타고난 본성에 가장 솔직하고 충실한 선택이었던 거죠. 비록 그런 어리석은 자존심을 본받을 수는 없지만, 그 길로부터 비켜서지 못한 격정은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그런 그의 무모한 격정 자체는 너무나 비장하고 가슴아파서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맙니다. 우리 인간들이 대체로 시험당하고 넘어지는 가장 보편적인 함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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