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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el
  1.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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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프레스티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 장르
미국
개봉일
2006년 11월 2일
평균
별점7.4 (0)
consel

  마술과 마법.

  비슷한 말인 것 같지만, 이 두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마술」은 일종의 기술이죠.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일을 구현해내는 트릭이나 손재주를 가리켜 ‘마술’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마법」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가리키기에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거나 이루어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은결, 최현우, 데이빗 카퍼필드는 마술사이고, 해리 포터는 마법사인 거...(가만... 사실은 이은결, 최현우, 데이빗 카퍼필드도 진짜 마법사인 거 아냐...? ^^;)

 

  어쨌든, 『프레스티지』는 마술사와 마술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2006년작인데, 그 무렵 희한하게도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연달아 개봉했더랬죠. 우리나라 영화 『연애술사』(2005)의 뒤를 이어 이 영화 『프레스티지』, 그리고 얼마 후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가 개봉했으니까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두 라이벌 마술사들의 그저 그런 경쟁과 무대 뒤에서의 자질구레한 연애사가 아닐까 하는 지레짐작으로, 두 주연배우들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도로 평범한 드라마를 상상했답니다. 아마 출연배우 목록에서 데이빗 보위의 이름을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하던 일 젖혀두고 극장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보다 데이빗 보위에게 더 강하게 끌렸던가...? ^^;) 


 

▲ 하지만, 영화 속의 모습이 제가 아는 데이빗 보위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대체 데이빗 보위가 어디서 나왔다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 그도 그럴 듯이, 글램 록 뮤지션으로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외계인 같은 의상, 짙은 화장이 눈길을 끌었던 그가 기품있고 점잖은 과학자의 모습으로 출연했으니...(왼쪽: 영화 『라비린스』의 고블린 왕 자레드 역/ 오른쪽: 『프레스티지』의 과학자 테슬라 역)

 

  

스포일러 경고 : 이 영화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으니 언젠가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스크롤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십시오.

※※ 사진 출처는 imdb.com이며 오직 영화 리뷰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잘 보고 계십니까?(Are you watching closely?)”라는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의 멘트와 함께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마술 공연의 3단계 「평범한 마술(pledge)」 - 「대전환(turn)」 - 「프레스티지(prestige)」에 대한 커터(마이클 케인)의 설명과,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의 순간이동 마술 공연 장면이 교차되구요. 하지만, 무대에서 사라진 앤지어가 무대 아래의 물탱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게 된 보든과,

그 상황을 설명하며 보든을 살인자로 지목하는 커터를 통해, 현재 상황이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인 것이 드러납니다. 즉, 보든이 무대 아래에 물탱크를 갖다둠으로써 앤지어를 익사시켰다고 보고 그를 살인자로 기소한 것인데요, 어쩐지 재판정의 사람들은 살인에 대한 분노보다는 앤지어와 보든, 이 두 마술사의 마술 트릭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선고만 남은 상태에서 감옥에 수감된 보든이 혹시나 마술을 이용해 탈옥할까 우려한 교도소에서는 보든을 철저히 감시하고, 그 상황에서 오웬스라는 변호사가 마술의 비법을 알려주면 5천 파운드를 지불하겠다는 콜드로 경의 제안을 전달하러 면회를 옵니다. 기술 담당 동료인 버나드 팰런에게 가보라는 보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이동 마술의 트릭은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는 오웬스의 말에 보든 역시 그것만은 안 된다고 거절합니다. 교수형이 선고되면 혼자 남겨질 딸을 생각하라며 오웬스가 앤지어의 일기장을 보든에게 넘겨주고 가자 보든은 그의 일기를 읽으며 앤지어와의 악연을 돌아봅니다.

  사실, 보든과 앤지어는 풋풋한 청년 시절에 밀튼이라고 하는 마술사의 숨겨진 보조이자 마술 견습생으로 일했고 커터 역시 밀튼의 마술을 도와주는 기술자였습니다. 보든이 한눈에 상대의 마술 원리를 꿰뚫어보는 천부적 재능을 가졌다면, 앤지어는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임에도 마술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뛰쳐나온 젊은이였죠.


  어느날, 보든은 수중탱크 탈출 묘기 순서에서 마술사 조수인 줄리아(파이퍼 페라보)에게 이중매듭으로 밧줄을 묶어줍니다. 매듭이 너무 헐거우면 탈출 중에 다리가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인데, 자칫 못 풀 경우에는 익사할 위험이 있어서 커터가 반대했던 매듭 방식이죠.

  자신있다는 눈짓으로 보든에게 이중매듭으로 묶게 했던 줄리아는, 그러나 탈출에 실패해 익사하고 맙니다. 줄리아와 결혼한 사이였던 앤지어는 이 사고로 인해 보든에 대한 증오심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술독에 빠져 지냅니다. 줄리아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커터는 술에 찌든 앤지어를 찾아와 그가 마술사로 성공할 수 있도록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해 돕습니다. 마술을 도와줄 조수로 올리비아(스칼렛 요한슨)를 고용하고, 친분있는 극장주를 설득해 앤지어가 설 수 있는 무대도 마련해주죠.


  한편, 조카를 데리고 마술 공연을 보러온 사라(레베카 홀)에게 반해 데이트를 신청하고 사랑을 키워간 끝에 결혼한 보든.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술 담당자인 팰런이란 사람을 데려오고 총알 잡기 마술을 준비합니다. 사라는 혹시라도 그가 총기 사고라도 당할까봐 걱정하구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마술 공연에서 보든은 각종 마술을 선보이지만, 관객들은 시시하다며 야유를 보냅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는 결국 총알 잡기 묘기를 하기로 합니다. 총을 쏠 사람으로 (관객인 척 끼어 있던) 팰런을 지목했건만 막상 총을 잡은 건 앤지어. 줄리아에게 어떤 매듭을 썼냐고 다그치던 그는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보든에게 진짜 총알을 써서 쏴버리고, 그 결과 보든은 손가락을 하나 잃는 부상을 입고 맙니다.


  그리고 앤지어가 (줄리아가 예명으로 지어주었던) ‘그레이트 단톤’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섰을 때, 이번엔 보든이 나타납니다. 새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게 하는 마술을 훼방해 새가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어버리는 보든.

  그렇게 서로 주거니받거니 경쟁하고 훼방을 놓으면서 마술사로서의 명성을 쌓아가는 두 사람.

  보든이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여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자, 앤지어는 그 마술의 원리를 알고 싶어 안달을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커터는 대역을 썼을 거라고 하지만 앤지어는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고 펄쩍 뛰죠. 손가락이 하나 없는 특징까지 닮은 대역을 어떻게 찾느냐고.

  보든에 대한 앙심과 질시로 인해, 앤지어는 자신과 꼭 닮은 대역을 고용해 순간이동 마술을 무대에 올립니다. 트릭이야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지만, 보든은 이미 자신이 공연하는 순간이동 마술을 따라하고 있는 앤지어를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대역을 맡은 남자가 알콜 중독 기질이 있는 걸 이용해 ‘주도권을 내어주지 말라’고 꼬드기죠. 그로 인해 앤지어는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대역이 등장해야할 타이밍에 보든이 등장해 앤지어를 망신주는 일까지 생깁니다.

  결국 올리비아를 보든에게 접근시켜 훔쳐낸 일기장을 통해 테슬라(데이빗 보위)에 대해 알게 된 앤지어는 미국 콜로라도로 테슬라를 만나러 갑니다. 교류와 직류 연구를 통해 테슬라와 오랜 기간 대결했던 에디슨의 방해로 전기 시연이 엉망이 되자 테슬라는 조수 앨리(앤디 서키스)를 통해 앤지어에게 만나겠다는 전갈을 보내고, 그를 만난 앤지어는 뭔가 불가능한 걸 이루어내는 기계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돈은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다는 그에게, 테슬라는 ‘부탁을 받아주기는 하지만, 집착은 파멸로 이끌 것’이라며 집착을 버리라고 충고하는데요....


 

 

  이 영화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 뒤에서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것도 불사할 것같은 마술사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술이 좋아서 자신의 전 인생을 걸고 최고의 마술 기법을 찾아 헤매고, 끝없는 연습을 통해 완벽한 마술 연기를 선보이려는 두 청년의 열정과 경쟁, 악연과 뒤엉킨 운명을 그려내고 있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말하길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놀라운 세계였기에 그 시절을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 그가 기대한 것은 자연과학과 초자연 현상이 뒤섞인 회색빛 세계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오늘날의 자연과학은 경이롭기는 하지만 어쩐지 금속성의 차갑고 메마른 번쩍임을 연상시키고, 중세의 환타지는 그냥 흐릿한 안개 속에 휘둘리는 숙명론적 패배감을 안겨주는데 반해, 확실히 빅토리아 여왕의 그 시절은 프랑켄슈타인박사의 괴물 혹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나 과학과 마법의 공존같은 중간지대의 느낌을 주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마술사들의 성공과 질시와 라이벌 의식에 대한 평범한 드라마가 아니라 데이빗 보위의 테슬라가 엄연히 한 축을 이루는 과학과 신비주의의 충돌이며, 마술을 소재로 한 ‘프랑켄슈타인’의 또다른 버전인 것입니다.

 

  그 3개의 축 중 하나로, 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알프레드 보든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은 때로는 따뜻하고 밝은 미소를 짓는 청년의 모습을,

때로는 마술사로서의 성공에만 매달리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연기하는데요,

 

  그가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하고 사랑을 키워갈 때나, 거리에서 딸아이를 안고 아내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환하고 따뜻해보여서 그 매력에 저까지 가슴이 훈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앤지어에 대한 그의 태도는 냉혹하고 잔인하기 그지없어서 과연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죠. 그런 그의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탓에 저는 영화의 중반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 영화의 마술의 비밀에 대해서는 이미 눈치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막상 휴 잭맨이 연기한 앤지어의 마술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 그야말로 뒷통수를 제대로 한 대 맞은 느낌이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앤지어의 마술과 테슬라에 대해서, 아마 데이빗 보위가 평소 그의 모습대로 - TV시리즈 『헝거』에서처럼 금발의 사이키델릭한 모습으로 테슬라를 연기했다면 별반 충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또 이 영화는 나이트 샤말란 류의 영화이거나, 혹은 TV시리즈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극장판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헌신과 희생과 상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보게끔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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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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