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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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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감독
이시명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02년 2월 1일
평균
별점5.8 (0)
consel

  광복절을 맞이하여 생각난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뭔 바람이 불었는지 집 앞에 있는 극장에 가서 밤 10시 상영을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벌써 15년이 지났네요. DVD를 통해 다시 보니 15년 전 장동건의 조각같던 미모가 새삼 감탄스럽고 짧은 분량임에도 천호진의 카리스마가 강렬합니다... 



 


 


 


 


(스포일러 경고 : 이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스크롤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십시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 오전 9시. 안중근(오세헌)은 기차에서 내린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겨누지만 간발의 차이로 먼저 총에 맞아 저격에 실패하고 결국 현장에서 사살되고 맙니다. 이어 화면에는 1919년 3.1운동 실패, 1932년 윤봉길 현장에서 사살, 1945년 베를린 원폭투하, 2차 세계대전 종료, 1965년 사쿠라 1호 위성 발사, 1988년 나고야 올림픽 개최, 2002년 일본 월드컵 개최와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전혀 다른 글귀들이 펼쳐지죠. 그리하여 2009년 경성, 온통 일본어 간판과 전광판으로 이루어진 야경이 화려한 가운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어야할 그곳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서 있고, 그 맞은편, 과거 조선총독부 자리에 세워진 현대식 건물 이토 회관에서는 이노우에 소장품 최종전시회가 한창입니다. 신라 금관과 반가사유상을 보며 감탄해마지 않는 인사들. 그런 이토회관을 향해 어둠 속에서 행글라이더 여러 대가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옥상에 착륙합니다. 반정부 레지스탕스 후레이센진(不令鮮人)들이죠. 그들은 천장을 뚫고 파티장에 들어가, 초대받은 인사들을 인질을 잡습니다.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사카모토 마사유키(장동건)와 사이고 쇼지로(나카무라 토루)가 포함된 JBL(Japan Bureau of Investigation) 특수요원들이 투입되고 치열한 전투 끝에 후레이센진들은 하나씩 쓰러집니다. 최후까지 남아있던 조선해방동맹 소속 대위 김준환(천호진)은 JBL의 미우라 반장(김응수)를 인질 삼아 대치하며 조선의 독립과, 일본 지배의 부당성을 외치던 중 사카모토의 총탄에 쓰러지고 말죠. 사카모토는 비정치적 전시 행사를 습격한 이들의 불분명한 목적과, 단 한 명의 민간인 희생자도 없는 절묘한 테러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는 인질로 위장하고 탈출하려던 후레이센진의 시체 가까이 떨어져있던 초승달 모양의 돌조각을 보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면밀한 재조사를 하려하지만, JBL수뇌부는 그의 요청을 묵살하면서 오히려 사건을 축소, 은폐시키려 합니다....



 


 


  이 영화는 역사가 만약 지금과 다르게 진행되었더라면 - 안중근 의사의 거사나 3․1만세운동, 윤봉길 의사의 의거 같은 것이 모두 실패하고 일본이 미국과 손잡아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주 착잡하면서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질문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프닝 음악부터가 가슴을 쿵쿵 때리고 그와 함께 3.1운동 실패라든지 윤봉길 의사의 의거 실패, 일장기를 단 이동국이 등장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 가슴을 후벼파는 듯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몰입하면서 보게 된 10여분의 여세를 계속 몰아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불행히도 대체역사라는 이 괜찮은 소재가 이 영화에서는 점점 힘이 빠집니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확인했을 때부터 불안했던 제 예감은 틀리질 않더군요. 사건이 진행되면서 호흡이 자꾸 끊기고 그러다보면 맥이 연결되지 않는 갑갑함이 고개를 드는데, 나중엔 '쟤들 뭥미?'하는 장면들도 줄줄이 등장합니다.(특히 JBI공격으로 후레이센진의 비밀아지트가 초토화될 때 흰옷 입은 연인들 손잡고 뛰다가 총 맞는 장면... 선혈을 돋보이게 하려고 흰옷 입힌 그 뻔한 연출 - 이게 오우삼 감독 액션영화인가요? --;)


  한 시간 남겨놓고는 10분에 한 번씩 시계를 들여다봤더랬습니다. 장동건과 나카무라 토루의 연기가 오버한 건지 캐릭터 분석이 잘못된 건지 두 주인공의 무게중심도 어쩐지 원래의 의도와 어긋나버린 것같고, 심오한 역사 고찰이 갑자기 SF판타지로 넘어가버린 것도 당혹스러워 실소가 나오고... 블록버스터란 게 규모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아닐진대, 쏟아부은 돈이 좀 아까워보이는, 한 마디로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영화였습니다.


 


 


덧붙임 1) 이 영화를 두고 복거일의 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가 원작이라고 소개하는 싸이트들이 종종 있는데,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역사라는 점을 빼고는 겹쳐지는 부분이 없죠. 복거일 씨는 이 영화가 『비명을 찾아서』의 권위와 품위를 훼손했다며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1억 6800만원의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제작사에서 판권을 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영화사에서 『비명을 찾아서』를 영화 홍보 문구로 쓰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그야말로 전혀 딴판인 내용이었으니까요. 


 


덧붙임 2) 영화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죽지 않았음을 가정했기 때문에 초대 조선총독이 이토 히로부미, 2대 조선총독이 안중근 의사를 사살한 이노우에로 나옵니다. 실제로는 조선통감부가 먼저 설치되었기 때문에 이토 히로부미는 초대 조선통감이었습니다. 2대 조선통감이 소네 아라스케, 3대는 데라우치 마사타케. 그리고 1910년 우리나라의 주권을 강탈한 후에 조선통감부 대신 조선총독부가 설치되면서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초대 조선총독이 되었구요. '이노우에'라는 이름의 통감이나 총독은 없었다는...(그런데 내가 이걸 알아야하나라는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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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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