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리뷰

heromom
- 작성일
- 2020.2.13
개가 되기 싫은 개
- 글쓴이
- 팔리 모왓 저
소소의책
체리를 먹는 개라니.
심지어 앞니 사이로 씨를 뱉기까지.
어쩌면 머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팔리 모왓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도 아닌 주제에 나무를 오르내리고 높은 지붕도 절벽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그 꼭대기를 자신의 발로 밟아야 내려오는 결기,
거기다가 시크하긴 또 얼마나 시크하게.
주인이 곤경에 처하거나 말거나 자기 관심사에 빠진 개.(하긴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사냥감을 물어 오라고 했더니 들판에 풀을 뜯는 소를 쫓아가니거나 스컹크와의 일전을 불사해 가족들을 곤경에 빠트리다 못해 첫사랑 여인과 기어이 헤어지게 만들기까지.
개에 대해선 일만큼의 지식도 없는 내가 봐도 머트 얘는 독특하다.
독특한이라는 말만으로는 머트를 표현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머트는 개가 되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자기가 자유로운 영혼의 존재쯤 된다고 생각하고 사는듯하다.
게다가 자기가 무슨 애완동물쯤 된다고 착각하는 수리부엉이들까지.
이 집에 오는 동물들은 되다 자기들이 무슨 모왓의 가족이라도 되는 줄 아는 착각 병에 단체로 걸린듯하다.
배꼽 빠지게 포복 졸도하다가 기어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책장을 덮는다.
내 이래서 생명 있는 동물을 안 키우는 거라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팔리 모왓이란 저자의 이름 때문이다. 꽤 오래 전에 『잊혀진 미래』를 읽으면서 소수종족으로 살다 사라져가는 이누이트인들의 삶을 따듯한 눈으로 담아낸 팔리 모왓의 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의 따뜻한 영혼이 어쩌면 어린 시절 캐나다 대평원의 자연 속에서 머트와 올과 윕스와 가정 동물원과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를 통해 만들어졌던 게 아닌가 싶다.
팔리 모왓이 8살 되던 해 새스커툰으로 잊이주해 겨우 4센트에 어머니가 사온 잡종 개 머트와 인간과 동물 혹은 주인과 애완견의 관계가 아니라 영혼을 함께 나누며 가족으로 산 10여 년의 성장을 기록한 작품다.
한 편의 성장 소설로 읽더라도 그 문학성이 탁월한 작품이다.
당분간 팔리 모왓의 유머 넘치는 문장을 떠올리며 웃을 것 같고, 그의 가족들이 동물을 대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감탄할 것 같고, 이들 가족을 찾아왔던 수리부엉이들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할 듯하다.
좋은 책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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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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