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18년)

블루
- 작성일
- 2018.6.21
고양이 1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소설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또한 경험의 산물이다. 소설 속에서 빛나는 문장들 또한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물론 그 사람 고유의 문체가 살아있긴 하지만 그 사람만이 가지는 어떤 매력이 보인다.
상상력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가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개미』 못지 않다. 비교적 짧은 소설이지만 베르베르만의 상상력을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 본 인간 세상과 인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고양이는 상당히 예민한 동물이다. 누군가 낯선 사람이 찾아왔을 때 어디론가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비교적 호기심이 강한 고양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슬그머니 나타나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지만 낮은 자세로 경계를 숨기지 않는다. 고양이가 가족 중 누구를 좋아하는 가는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다. 남편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지만 귀찮게 하며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면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내가 돌아왔을 때 이름을 부르면 ‘야옹’도 아니고 ‘이이이이잉’하며 달려와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약간의 알레르기가 있어 동물들을 만지는 거 싫어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집사가 되어버렸다. 1년 정도 고양이를 키운 내게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는 정겹게 다가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고양이 바스테트. 살아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고 여긴 암고양이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어쩌면 인간과의 소통도 가능하다고 여겼다. 바스테트라는 이름은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의 이름이다. 이 사실을 옆집의 수컷 고양이 피타고라스에 의해 알게 되었다. 피타고라스는 정수리에 칩을 달고 있으며 USB 단자로 연결되어 인간의 지식과 인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게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페스트가 일어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말해준다. 그 전에 바스테트는 집앞에서 일어난 사건을 목격했다. 인간이 기다란 막대기로 어린 인간들을 죽이는 장면이었다. 피타고라스는 그걸 테러라고 말해주었다. 인간이 인간들을 죽이는 사건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파리의 한가운데 테러가 자행되는 이곳에 다시 쥐들과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제2의 페스트라고 해도 되겠다. 페스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듯 거대해진 쥐들이 모여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군대를 만들어 쥐들과 싸웠던 바스테트는 인간과 함께 힘을 합쳐 쥐들을 완전히 물리쳐야 했다. 꿈속에서 그는 인간의 영혼과 소통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베르베르의 전작 『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 자신의 의지로 꿈을 꾸며 과거 속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바스테트가 인간의 영혼과 소통을 했던 것도 꿈속에서 가능했다.

미래를 예견하는 이들은 종종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소설 또한 그런 것들을 내포하지 않았나 싶다. 고대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들. 전쟁으로 이집트 문명은 사라지고 고양이 개체수도 줄어들었다. 베르베르의 말처럼 인간의 미래는 과연 고양이에게 있을까? 소통은 중요한 문제다. 그게 인간과 인간이든, 인간과 동물이든.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소설을 읽었기 때문인지 우리집 고양이를 바라볼 때 얘는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얘가 하는 행동은 어떤 마음인 것일까. 종종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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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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