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1. 책읽기(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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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글쓴이
정재승 저
어크로스
평균
별점9.4 (269)
블루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읽었었다. 뇌과학자와 소설가가 만나 과학소설을 쓴 것인데,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소설이더라도 과학 분야는 내 취향이 아니라며 읽다가 포기했었다. 김탁환 작가야 워낙 다방면으로 소설을 쓴 작가라는 걸 알고 있었고, 정재승이라는 과학자가 달리보였던 게 사실이다. 학계에서보면 과학자가 소설가와 함께 소설을? 이라며 말이 많았을 것도 같은데, 작가의 이력을 보면 그는 과학자로서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일단 그는 주로 협업을 하며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과학자는 우리와 동떨어진 사고를 가지고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여길 법도 하지만 그는 일반 독자들이 다가서기 쉽게 만든 과학자이기도 하다. 뇌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이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놓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고 말이다. 뇌과학자가 쓴 글이라고 해서 어렵지 않다. 그가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글 또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사실이다. 

 

뇌과학자가 바라본 인간의 존재를 열두 가지의 질문을 통해 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떠한 상황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했던 강연을 토대로 이해하기 쉽게 다시 손 본 글이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과학자의 과정이 담겨 있는 최고의 강연이었다.

 

그가 건넸던 화두는 결핍이나 선택, 결정 장애, 놀이와 창의적인 혁신, 낯선 미신과 혁명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해 말한다. 선택과 혁신은 같은 종류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룹을 지어 스파게티 면과 접착테이프, 실, 마시멜로로 누가 더 높이 탑을 쌓는가를 말한다. 여기에서 기업 CEO가 1위를 했고 그 다음으로 유치원생들이라는 사실이다. 어른들처럼 자기 명함을 돌리거나 계획하게 세우는 탑보다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탑을 쌓게 되는 순수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말한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길을 잃고 방황했던 시간만이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이 세상을 미친듯이 탐구하라는 그의 주장이었다.

 

 

 

결정장애나 무언가를 새로고침 해야할때 중요한 것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것이다. 내가 만약 오늘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선택지는 많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할 때 우리가 오늘 죽을 수도 있다면 결정은 빠를 수 밖에 없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어떤 것이 옳은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메멘토 모리'가 의사 결정의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좋은 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결핍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결핍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강한 성취 동기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할 의욕을 심어주고, 내 삶을 성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109페이지) 라고 했다. 부정적인 의미의 열등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생각하다보면 성큼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인지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나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가진 것이 망치뿐인 사람은 세상의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입니다. 내 앞에 놓인 모든 문제를 망치질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죠.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고 문제가 바뀔 때 내 연장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인지적 유연성입니다. (312페이지)

 

나이가 들수록 삶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삶에 안주하다보면 혁명이라는 단어에도 반감이 들 수 있다. 저자가 말한 '인지적 유연성'을 머리속에 새길 필요가 있다. 유연한 사고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당황해 주저앉아 좌절할 게 아니라 다시 새로운 전략을 꾸밀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혁명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천천히 오고 있는 것이다. 오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즉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의지, 노력, 능력이 결국 혁명을 이루어 낸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그렇지 않는가. 상상만 했을 뿐, 누가 걸어다니며 손안의 컴퓨터가 이처럼 상용화되리란 걸 알지 못했다.

 

결정의 순간, 내가 답해야 할 질문은 '내게 있어 인생은 탐험인가, 마라톤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생을 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정해진 삶의 코스를 완주하는 게 목표인 마라토너라면 페이스 조절만 잘하면 안전한 삶의 궤적을 그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새로운 경험이 주는 아슬아슬한 즐거움과 열매의 풍성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탐험가의 기질이 필요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내 삶의 철학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질주의 방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348페이지)

 

위 발췌글을 보면 과학자의 시선답다. 인생을 산책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탐험가들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깨어있는 사고가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기초가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안되, 실패하지 않기 위한 준비가 철저한 사람만이 준비된 탐험가들일 것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글이었다.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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