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19년)

블루
- 작성일
- 2019.6.17
사일런트 페이션트
- 글쓴이
-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
해냄
우연찮게 연이어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 심리 스릴러였다.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와 비슷한 제목의 소설, 더군다나 저자의 첫 소설이기도 한데 남편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쏘고 살인범으로 잡힌 화가와 그녀의 침묵에 맞서 마음을 열어보려는 심리 상담가의 글이 무척 궁금해졌다.
남편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발적 살인이든, 계획적인 살인이든 자기를 변호하기 마련이다. 자기가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고 여러 정황상 또는 증거물에 의해 살인을 했다고 해도 심리 상담가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가 관건이다.
남편 가브리엘에게 다섯 발의 총을 쏜 뒤 앨리샤는 침묵에 빠져든다. 어느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않는다. 범죄 심리상담가인 테오 파버는 앨리샤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수감된 그로브 정신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고자 한다.
소설은 앨리샤의 일기와 테오의 심정이 담긴 1인칭 시점의 글이 교차되어 진행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앨리샤와 테오가 사랑하는 아내 캐시에 대한 것, 어릴적 상처와 트라우마로 역시 상담을 받고 있는 내용이었다.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테오가 바라보는 앨리샤에 대한 모든 것이 나타날 것 같았지만 예상과 달리 테오의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테오이므로 테오의 시선에서 앨리샤를 바라보게 된다.
소설에서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알케스티스'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알케스티스의 남편 아드메토스가 이승에서의 명이 다하여 죽게 되었을 때 그를 대신해 죽을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시 한번 이승의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알케스티스가 그를 대신해 죽겠다고 했다. 헤라클레스에 의해 죽은 알케스티스가 다시 살아났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제대로 드러나는데 결국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동물인가 싶어 씁쓸하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심리 상담으로 치료 효과를 보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테오는 앨리샤 또한 자기에게 마음을 열어 말을 할 수 있게 될거라 여겼다. 심리 상담가가 아닌 마치 형사처럼 사건에 파고들며 앨리샤 주변 인물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슬쩍 빼거나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건너뛰는 것을 보며 이게 인간의 본심인가 싶기도 하다. 내게 불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여긴 부분만 말하는 식이다.
앨리샤가 침묵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 다른 기대를 했었다. 변한 것은 없고, 인간의 감정은 이처럼 자기 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자기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행동이 도리어 누군가를 죽게 만들 수도 있었고, 결국엔 자신 또한 감정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중요한 하나를 얻으려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만 형국이랄까. 영원히 묻히길 바랐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고 만다. 탄탄한 스토리와 압도적인 몰입감, 인간의 감정때문에 씁쓸한 여운을 길었던 작품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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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