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20년)

블루
- 작성일
- 2020.7.23
트위스트
- 글쓴이
- 델핀 베르톨롱 저
문학동네
우리 사회에서 유괴사건이 왜 끊이지 않은지 모르겠다. 지금은 전보다 덜한 것 같기는 해도 어디에서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몇 년전에 읽은 엠마 도노휴의 『룸』 에서 한 아이를 유괴하여 18년간 지하 밀실에 감금하여 아이까지 낳은 한 소녀와 아이의 탈출 과정과 적응 이야기를 했다. 유괴의 과정을 보면 비슷하다. 마음이 약한 아이의 마음을 훔치는 행동이다. 『룸』은 개가 아프다며 도와달라고 했고, 『트위스트』에서는 고양이가 아프다며 병원을 가르켜 달라고 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을 택하여 거절을 하지 못하게 차를 타게 했던 것이다.

소설은 1998년 유럽을 떠들석하게 했던 나타샤 캄푸슈 실종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내용이다. 납치를 당하여 지하실에 갇힌 열한 살의 소녀가 5년 만에 탈출한 과정을 담았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내용으로 납치범이 준 노트로 일기를 쓴다. 뿐만 아니라 납치 당한 소녀의 엄마가 마디손을 향하여 쓴 편지와 소녀가 좋아했던 테니스 선생님 스타니슬라스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을 담았다. 세 명의 인물을 통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게 하는 이점이 있었다.
소녀는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학교에 입학한 날, 고양이가 아프다며 동물병원을 가르쳐달라는 남자의 말에 검은색 볼보에 올라탔던 날이 먼 옛날처럼 여겨지고 마치 사후의 세계에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남자를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글로 쓴다. 물론 일기장은 그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감추어 두었다.

글쓰기는 자기 삶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아직 너무 어려서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바를 단어로 표현하니, 힘든 생활이 갑자기 참고 견딜 만해졌어요. (424페이지)
소녀는 이 일기장을 자신이 구출된 뒤 스타니슬라스 선생님에게 주고 싶다. 자신을 납치한 남자는 서른 살이 넘는 어른으로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음식도 잘 가져다 주고, 오랜 시간에 걸쳐 노트와 자신이 좋아하는 옷이나 백과사전, 컨버스 운동화 등을 달라고 청한다. 그가 마디손이라고 친근하게 불리는 게 싫어 소녀는 일기장에 트위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자신을 찍어 사진집을 냈던 할아버지도 자신의 이름을 비틀어 트위스트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이 라파엘이라고 하는데 라파엘은 아빠의 이름이다. 마디손은 그를 라파엘이라고 부르지 않고 R이라고 칭한다.
R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마디손에게 반말을 하라고 하는가 하면 아빠의 이름을 빌러 말하며, 마디손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훤히 꿰고 있었다. 그날 비가 세차게 내릴지도 이미 알고, 동물병원으로 가자고 하면 볼보에 탈 거라는 사실까지 예상했다. 동물병원이 어떤 곳이냐면 마디가 좋아하는 스타니슬라스 선생님의 아버지가 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R은 마디손의 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고 그녀의 부모가 찾기를 포기했다며 지하실에서 자신과 머물기를 바란다. 마디손은 R을 안심하게 만들어 지하 창고를 벗어나 정원 일을 돕는다든지 바깥의 정황을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마다 음식을 해서 가져오는 어머니의 정체도, 그가 숨긴 이름도 알게 되지만 만일에 대비하여 아는 척하지 않는다. R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데 만삭인 엄마의 사진이었다. 자기의 대체할 동생을 가졌다는 사실에 상처 받는다. 그러한 의도로 이 사진을 건네주었고, 자신에게 마음을 열기를 바랐다.

『룸』 보다는 다소 느슨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R은 마디손에게 성적으로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마디손은 자신을 대체할 동생이 곧 태어난다는 사실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탈출 계획을 세우는 현명한 아이이기도 하다. 아이로 사라져서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는 마디손 엄마의 말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키가 크고 마음도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마디손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는 아이를 잃는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으나 그 아이에게 정을 주지 못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까지. 그리고 새로운 아이를 키우며 점점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가는 부모를 나타내었다.
엄마인 레오노르와 스타니슬라스가 바라보는 삶의 한 페이지, 납치를 당한 마디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하므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피해자인 당사자와 엄마가 느끼는 두려움과 상실감, 그리고 여전히 청춘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스타니슬라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 아이가 실종되었어도 여전히 삶은 계속 된다. 어떻게든 버텨내어야 아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으므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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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