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1. 책읽기(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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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코리안 티처
글쓴이
서수진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2 (42)
블루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이유를 나타내는 말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내가 만약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배운다면 1급에서 그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르치는 사람 또한 막막한데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득할까 싶었던 것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대학의 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네 명의 시간 강사들의 눈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직업이 주는 의미와 어렵게 구한 직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네 명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그 민낯을 보게 했다. 




한국어학당을 이끄는 원장은 이제는 베트남이라며 비자가 되는대로 200명의 학생을 데려와 유치했다. 베트남 특별반을 만들어 한국어 강사를 모집했는데 김선이는 신규 강사로 채용되었다. 계절학기로 운영되는데 '봄학기'를 맡았고 열심히 하면 다음 학기에 재계약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다. 강사로 보일 수 있게 비싼 코트를 샀고,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는 스타일을 고집했다. 미주로부터 베트남반 학생들이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살펴보았다. 학생이 올린 사진에는 수업하는 자신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고 여러 개의 태그 중 #KoreanHotGirl 이라는 해시태그가 있었다. 해시태그를 따라가보니 옷을 벗고 있는 여자 사진들이 나왔다. 당황한 선이는 책임 강사에게 다가가 이 사건을 해결해 줄것을 요청한다. 


이 장면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하여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는 일은 허다한 것처럼 말이다. 칠판에 팔을 들어 올려 판서할 때 살이 보이는지도 살펴야 하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말해준 사람이 8년차 시간강사 미주다. 미주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미주에 대한 시선이 담겨있는 '여름 학기'를 읽을 때 나는 특별한 복장 규정이 없으면 미주처럼 입고 다니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재계약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는 미온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잘리고 마는 선이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7급 공무원 준비를 3년이나 했음에도 떨어지고 한국어 강사 국가고시를 보고 어렵게 취직했던 거다. 자신의 신념 때문에 혹은 불의를 참지 못해 따지고 드는 미주 또한 선이와 다르지 않다. 방학때마다 외국으로 여행다녀와 돈이 없는 그에게 비록 시간 강사여도 이 직업이 필요한 것은 같은 입장이다. 




'가을 학기'의 2년차 시간 강사인 가은은 그들의 걱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강평도 최고점에 항상 1위를 차지한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자주 입고, 학생들에게 파티도 열어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자기는 운이 좋아서 그 자리에까지 있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다소 생각이 없는 인물로 비춰졌다. 그녀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학생인 유토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고, 누군가로부터 남자친구와의 동영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 다. 문제는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동료라는 거다. 마치 처절한 싸움을 보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시기심인지 강한 질투의 감정인지 혹은 나름의 염려였던 것인지 헷갈렸다. 


마지막 인물은 외부에서 온 신규 책임 강사 한희다. 이번 '겨울 학기'만 끝나고 계약 연장을 하면 무기계약직이 된다. 하지만 아마 재계약 해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으나 강평이 낮게 나왔다. 그러던 차에 임신으로 강의 중 쓰러진 경우가 있어 휴직계를 낸다. '한국어에는 미래 시제가 없다'라는 논문을 준비하는 한희는 책임 강사 단체톡방에서 나가지 않으며 학교 일에 귀기울인다. 베트남 학생들이 대거 불법 체류 노동자가 되려고 나타나지 않자 중국인 학생들을 데려오는데 누군가 일할 사람이 필요하자 자기가 나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인 남자 친구가 학원에서 월급이 체납되자 노동청에 가서 따지기도 한다.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나타나는 진실은 아프다. 3개월 단기 계약으로 강의를 하고 재계약이라는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까라면 까'라는 정신으로 버틴다. 동종의 업계에서 누구보다도 서로 이해할 것 같은데도 그것 때문에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깔고 넘어서는 것도 우습다. 이러한 관계들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더불어 부풀어진 한류와 그 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다. 


책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인들이 잘못된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외국인 학생이 만약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을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그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표현이 원래 맞다고 해야할 게 아닌가. 예를 들면 '저는 작년에 중국을 갔습니다'에서 맞는 표현은 '저는 작년에 중국에 갔습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문법이 틀린 표현을 가르칠 수는 없다. 이 외에도 많은 틀린 표현들을 말하고 있어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표현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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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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