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21년)

블루
- 작성일
- 2021.2.4
달러구트 꿈 백화점
- 글쓴이
- 이미예 저
팩토리나인
사람은 왜 꿈을 꿀까? 꿈을 꾸는 건 숙면을 취한다는 뜻일까. 아님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꿈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일까. 생각이 많을 때면, 선명하게 꿈으로 나타난다. 꿈속에서도 괴롭고, 꿈에서 깨어나도 그 잔상 때문에 힘들다. 꿈을 꾼다는 건 무의식의 세계에 빠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에서처럼 잠든 후에 꿈 백화점으로 가서 자기가 꾸고 싶은 꿈을 구매한다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니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구매하고 싶은 꿈들이 많아졌다.
잠이 들어야만 꿈을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이다. 그래서 그들의 근무시간은 거의 밤 시간이다. 꿈을 자주 구매하는 사람들의 눈꺼풀이 감으려는 찰나에 꿈 백화점 직원들은 알아채고, 그들은 잠옷차림으로 꿈을 구매하러 온다. 자기가 꾸고 싶은 꿈을 주문하면 된다. 단, 매진되는 꿈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을 포함해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밤에만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낮잠을 자면서 아주 잠깐 동안의 꿈을 꾸게 되니 말이다. 대신 꿈 값은 후불이다.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이 눈물방울처럼 한 방울 톡 떨어진다.
띵동.
201번 손님께서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의 값으로 ‘설렘’이 소량 도착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구매하면 된다. 짝사랑의 시작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다. 만약 거래처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가 거는 업무상 전화에도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남자가 이처럼 다정한 전화를 받았다면 뭔가 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비록 그 남자가 옛날 연인이 나오는 꿈을 꾸고 기분이 좋지 않았을 때 말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고 싶은 페니는 나름대로 면접에 대비해 공부를 한다. 그녀와 친구인 녹틸루카 아쌈이 다른 것 보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라는 책을 건네주며 책 속의 내용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이 책은 이 도시의 아이들에게 필수 권장도서쯤으로 인식되는 책이기도 하다.
제가 생각하기에 · · · 잠, 그리고 꿈은 · · ·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32페이지)
페니는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했다. 1층 로비에서 레더 아주머니를 도와 상품을 진열하거나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달러구트 씨를 도와 다른 일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도 도둑은 있다는 건 좀 우울하다. 페니가 바쁜 레더 아주머니를 대신해 설렘 두 병을 가지고 은행에 갔다가 그녀가 신참인 걸 알았던 어떤 남자에게 한 병을 도둑맞는다. 도와주겠다는 선의에 의해 따라갔으나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남은 설렘 한 병을 들고 다시 꿈 백화점으로 돌아온 페니에게 달러구트는 괜찮다고 말해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야말로 상상의 세계다. 꿈을 설계하는 사람이 여럿 있어 각자만의 개성을 가진 꿈을 만들어 판다. 예를 들면, 아가냅 코코는 주로 태몽을 비롯한 예지몽을 만들고, 막심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을 만든다. 막심이 만든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은 내가 생각해도 다른 발상을 도와주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자꾸 군대 가는 꿈을 꾸고, 한 여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시험 보는 꿈을 꾸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한번 다녀온 군대를 다시 간다고 하면 얼마나 아찔하겠는가. 시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은데 자꾸 시험 보는 꿈을 꾼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말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꿈에 대한 환불을 요구한다. 다만 달러구트는 그 꿈을 판매할 적에 환불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구매확정계약서를 받아 놓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누구나 환불을 요구할 텐데, 이러한 꿈을 만든 이유가 자신감 회복을 위한 거였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군대 안가도 된다는 거. 시험을 다시 안 봐도 된다는 거. 이런 꿈을 계속 꾸다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신감 회복을 위한 꿈이었다.
띵똥.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대가로 ‘자신감’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대가로 ‘자부심’이 대량 도착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250페이지)
꿈의 대가는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설렘, 자신감 혹은 자부심이다. 실제 우리가 많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감정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인한 배움이라는 것. 꿈은 잠을 자는 꿈보다는 미래 혹은 현재에 이루고 싶은 꿈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포기하지 말라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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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