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16년)

블루
- 작성일
- 2016.8.1
세속 도시의 시인들
- 글쓴이
- 김도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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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시詩를 만나는 일은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일년에 몇 권씩이라도 시집을 꼭 읽겠다 해놓고도 늘 다른 소설들에 밀리곤 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시인의 신간 시집이 나오면 구입하고는 한다. 다만 그게 너무 가끔이어서 문제긴 하지만. 김도언 작가가 시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글을 모은 이 책은 다시금 시를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예스24 채널예스에서 작가가 시인들을 인터뷰한 글들을 가끔씩 읽고는 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나오면 반가움에 읽었고, 잘 모르는 시인이 나오면 호기심에 찾아 읽었다. 연재글을 모은 김도언 작가의 산문을 읽으니 좋았다. 그동안 시를 읽지 않은 나에게 자극제가 되어준것도 좋았고, 시집으로 만나보지 않은 시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김도언이 만난 시인들은 총 15명이다. 어느 한 시대에 활동한 시인들이 아닌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을 만났다. 그가 만난 시인들은 김정환, 황인숙, 이문재,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연, 류근, 권혁웅, 김이듬, 문태준, 안현미, 김경주, 서효인, 황인찬이다. 시인들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쓰게 된 배경이라던가 시에 대한 리뷰가 아니다. 시인들의 생각과 앞으로의 방향,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산문을 읽는 우리들은 시인이 가진 삶의 태도등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시에서 다 배웠다. 내가 웃는 거, 우는 거, 말하는 거, 화내는 거, 전부 다 시가 가르쳐준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든거예요. 그래서 시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하고 다시 시를 썼던 것 같아요. (166~167페이지, 시인 허연 편)

시인들도 일상을 살아가다가 시 때문에 울고 웃는다는 걸 깨닫구나. 우리가 책을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듯, 그들도 시가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한다는 것이다. 시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시집을 내도 그들 마음속에서 늘 시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릇 시인이라고 하는 존재는 산을 만나면 산을 쓰고, 물을 만나면 물을 쓰고, 여자를 만나면 여자를 쓰고, 개를 만나면 개를 쓰는 거다. 시인이 난 꼭 이렇게 써야지, 하는 좌표가 어디 있어 거기에 시가 있으면 그걸 옮겨 적는 건데. (192페이지, 시인 류근 편)
한때 나도 문학소녀인 때가 있었는데. 시를 썼던 때가 있었는데. 시인들의 거의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년이었고, 문학 분야의 다른 어떤 것보다 시를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시가 내게로 왔다'라고 말한 파블로 네루다처럼, 시가 시인들에게로 온 이야기를 듣는 것은 감동이었다.
저한테 시를 쓰면서 가장 설레는 지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시를 쓰는 순간 어딘가를 건너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극을 쓰거나 스토리를 쓰는 작업을 할때는 뭔가를 채워간다는 느낌이 강한데, 시를 쓸 때는 내가 모르는 어딘가를 건너가는 느낌이 있어요. 그 운동성. 그래서 저는 독자가 시집을 읽을 때도 내가 건너가는 느낌 그대로 읽는 게 아니라 그 독자도 어딘가로 잠시나마, 그게 아무리 어려운 시집이라도, 잠시나마 다른 곳에 건너갔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304~306페이지, 시인 김경주 편)
김도언은 15명의 시인들을 만나며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다정하게 질문들을 건넸다. 그의 문장들을 읽으며 그의 산문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졌다. 나는 김도언의 시인들을 인터뷰한 산문집을 읽고는 구입해서 보아야 할 시집들의 목록을 적었다. 아, 다시 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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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