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17년)

블루
- 작성일
- 2017.7.12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 글쓴이
- 마일리스 드 케랑갈 저
열린책들
한 청년이 죽었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은 친구들과 서핑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두 친구들은 안전벨트를 한 반면, 죽은 그 청년은 트럭의 가운데 좌석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난 순간, 그 청년은 앞으로 튕겨 나갔고 곧바로 병원에 실려왔으나 살아날 가망이 없었다. 곧 뇌사 판정이 났다. 사망 진단이 나왔으나 겉모습은 멀쩡했고 심장은 뛰고 있었다. 그의 부모에게 연락이 닿았고, 엄마가 달려왔다. 뇌사 상태라고 했으나 멀쩡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꼭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어느 부모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직도 핑크색인 살갗, 여전히 뛰는 심장. 곧 눈을 뜰 것만 같은데 아무런 생의 징후가 없다고 한다.
병원의 마취과 의사이자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에 의해 아들 시몽 랭브르의 장기 기증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는 말을 듣는다. 심장, 신장, 간, 폐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아들은 자기가 죽는다면 장기 기증을 원했을까.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 말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랑했던 아들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가. 아들의 육체를 죽은 그대로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가. 아들의 죽음만으로도 지옥을 오가는데 랭브르 부부는 결정을 해야 한다.
스무 살의 시몽 랭브르의 사고로 인해 장기 기증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기 기증을 제안 받은 부모와 의사, 간호사의 하루, 심장 이식을 받을 사람의 하루,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시몽 랭브르의 사고의 재구성이 주된 이야기이다. 우리는 수많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파도가 좋을 때 서핑을 약속한 하루, 서핑때문에 외출했다가 곧 연락 올 하루. 수많은 하루 중에서 아들이 죽은 하루는 절망적이다.

문득 딸아이가 장기기증 카드를 보여주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어린 딸이 만약 죽는다면, 나는 딸의 장기 기증을 허락할 수 있을까. 맑은 눈, 쿵쿵 뛰는 심장, 혹은 간이나 폐 등을 기증할 수 있을까. 아이의 얼굴을 보며 수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몽 랭브르의 경우처럼 생의 징후가 없을 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시몽의 부모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던 코디네이터의 곤혹스러움. 그들의 결정의 번복을 예상하면서도 물어야 했다.
장기 기증을 허락하고 이식을 해야 할 경우, 젊은 남자의 몸이기에 그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에게 이식되는게 좋았다. 거리적으로 가까워야 하고, 몇 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하고,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의 혈액형 등과 맞아야 했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연락을 받은후 급히 짐을 싸 병원으로 출발한다. 장기 기증 번복으로 실망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사람의 심장인지 궁금해하며 삶의 희망을 갖는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어찌해도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언어 이전의 언어로 그들을 후려친다. 공유할 수 없는 언어. 말 이전의 문법 이전의 언어. 아마도 고통의 다른 이름일 언어. 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묘사로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이미지로도 그것을 재구축할 수 없다. 그들으 그 어떤 이미지로도 그것을 재구축할 수 없다. 그들은 스스로로부터 단절된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세상으로부터도 단절된 상태다. (122페이지)

마치 굳건해지려고 언어로부터 떨어져 나오듯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우주의 바로 그 지점에 자리 잡으려고 지상의 언어 법칙을 벗어던지듯이. 그의 목소리가 부풀다 가라앉는다. 부풀다 가라앉는다. 부풀다 가라앉는다. (328페이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는 살게 된다. 타인의 몸에 들어있었을 심장이 내 몸에 이식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쉰다. 생과 사의 경계가 멀지 않음을 나타내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시몽 몽브르의 심장이 적출되기 전 장기 기증 담당 코디네이터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던 말들은 숙연하게 한다. 그의 부모, 여동생, 할머니, 여자친구가 함께 있다는 속삭임, 마지막에 그의 귓가에 들려주는 MP3 속에 녹음된 바닷소리. 읖조림과 바닷소리를 들으며 시몽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한줄기 위로의 빛이었기를. 마음의 안식을 얻었기를. 이제 다른 이의 육체에서 심장의 박동소리를 뜨겁게 내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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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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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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