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톨군의 책
힐씨쨩
- 작성일
- 2018.11.25
수자의 비밀 숫자
- 글쓴이
- 하신하 글/정지혜 그림
시공주니어
' 에이. 어른하고 아이하고 어떻게 친구가 돼요! '
아이는 책을 읽고 투덜거립니다. ' 그동안 네가 읽은 책들에서 아이와 어른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 라며 물어보니 녀석의 뜻은 반말로 이야기하는 또래 친구가 될 수 있냐는 의미였더군요. ' 어떤 사연이 있는데 그래? '
수자의 비밀 수자
하신하 글 / 정지혜 그림
시공주니어
영훈이가 2년 전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수자’라고 불리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수자’ 라고 부르는 아줌마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비만 오면 하늘을 향해 욕을 하는 욕쟁이 아줌마 수자이지만 굉장히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인공은 압니다.
이번 밤톨군 독서록은 독서 퀴즈를 만들었는데, 이야기의 순서대로 단순한 퀴즈를 내다보니 이야기 줄거리가 요약되어지기도 합니다. 녀석이 흥미를 보이는 지점도 보이네요. 제게 문제를 내는데 함께 읽었던 터라 ( 너무 단순하기도 해서 ) 다 맞춰버렸더니 '어떻게 알았지?' 하며 놀라워하는 녀석.
아니... 2번의 답이... 3번의 문제에 다 나와 있는 이 단순함에 한번 웃습니다. ( 나중에 밤톨군이 크고 나서 이 글을 보면 이불킥 좀 하려나요? ) . 게다가 5번처럼 '일까요. 아닐까요' 로 질문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아닐까요' 가 답이더군요. ( 비밀입니다. )
자동차 사고 때문에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주인공에게 수자는 숫자에 관련하여 수학천재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관련된 숫자로 기억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론들을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거든요.
밤톨군과 3번의 질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뇌 수술을 몇번이나 해서' 라면 모두 비오는 날 욕을 하는 걸까? 책을 좀 더 읽어보던 아이는 주위 사람들이 '정신이 이상해져서' 라고 생각하는 것과 영훈이가 '미친 게 아니라 슬퍼서 욕하는 거야!' 라는 대답을 찾아냅니다. '엄마, 나도 영훈이의 말이 맞는 거 같아요! ' 라고 하면서요.
아무도 수자랑 안 친하니까 모르잖아!
수자가 떠난 후 동네 사람들이 수자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니 영훈이는 이렇게 말하며 속상해합니다. 나이를 초월해 깊은 우정을 나누는 영훈이와 수자의 모습이 참으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어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부끄럽기도 하는 순간입니다. 정신이 이상한 욕쟁이로 보이던 수자에게 사실은 따뜻한 마음, 놀라운 비밀과 깊은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우리 이웃 중 누군가를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만으로 판단하고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수자는 떠났지만 영훈이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남겨 놓았습니다. 107동 503호에 사는, 중앙초등학교 6학년 2반 17번. 생일은 6월8일, 수자와 영훈이가 처음 만난 날은 2년하고도 53일전. (365+365+53). 수자는 영훈이를 기억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남겨놓고 떠난 거랍니다. 외로웠던 전학생과 욕쟁이 어른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소통하고 외로움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갔던 거지요.
작가는 자라면서 만나 온 여러 ‘수자’ 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합니다. 어떤 ‘수자’는 욕쟁이였고, 또 다른 수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늘 화를 내고 다니는 사람이기도 했다구요. 하지만 작가는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늘 후회만 했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이 무섭기에 무조건 열린 마음으로 낯선 이에게 다가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가르쳐야 했습니다. 어린 아이일 때부터 '경계' 부터 가르쳐야 했던 환경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고학년인 밤톨군도 이제는 쉽게 욕쟁이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하는군요. 진정한 경계의 대상과 편견 없이 소통을 할 수 있는 대상을 구별해내는 눈이 필요한 나이인걸까요. 마음 훈훈한 이야기 뒤로 삭막한 현실이 겹쳐지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화이기도 하네요. 그래서 얇은 문고임에도 고학년 대상의 책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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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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