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경영 |갈대에게 배우는 배려의 마음

 

그 옛날 우리의 선조는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보았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 하더라도 결코 사람보다 못한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자연중심적 사상의 발로였다.

자연중심적 사상으로는 사람도 자연 속에 포함된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었다. 사람이 자연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으니 자연은 사람과 같은 존재였다.

자연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보았다. 사람이 아픈 것처럼 자연도 아프고 사람이 기쁜 것처럼 자연도 기뻐한다고 느꼈다. 생로병사가 사람의 그것과 똑같았다.

이러한 사상은 전통적인 서정시 창작 방법에 그대로 들어 있다. 지난주에도 얘기한 의인화 방법이 그것이다.

의인화는 말 그대로 자연을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연이 사람과 똑같아지니 자연은 사람의 사고 능력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이때의 사람이 시를 쓰는 자아(시인)이고, 자연이 시로 쓰여지는 대상(세계)이다.

신경림 시인의 시를 보자. 이 시에 따르면 갈대가 운단다. 그리고 갈대의 몸을 흔드는 것이 타인(바람이나 달빛)이 아닌 갈대 자신의 조용한 울음이란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펑펑 울었다. 얼마나 눈물 나는 시인가. 얼마나 아름답고 깨달음을 주는 시인가.

갈대를 사람과 똑같이 생각한 의인화 방식에서 비롯된 최고의 명시다. 이 시는 그리하여 갈대의 울음에서 사람이 살면서 갖게 되는 설움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인이 갈대와 하나가 된 것처럼 이 시를 읽는 독자는 자신이 갈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설움과 갈대의 설움이 동일시되어 갈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 시를 읽는 독자는 갈대를 대할 때 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자연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쓴 이 시에서 자연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용한 울음 때문에 몸이 흔들리고, 산다는 것이 조용한 울음이라는 것을 아직은 깨닫지 못한 어린 아이 같은 갈대를 어찌 함부로 대하겠는가.

필시 갈대를 만나면 갈대 앞에서 삶을 서러워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배려다. 자연에 대한 배려다.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상대로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CEO가 직원을 대할 때 혹은 거래처 사람을 만날 때, 상대의 입장이 되어 대화를 하는 것만큼 더한 배려는 없다. 그러면 상대방도 똑같이 나를 배려하게 된다. 이것이 배려 경영의 기초다.

이는 CEO만의 일이 아니다. 간부가 부하직원에게,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똑같은 태도를 취하게 된다. 직원 간의 배려 역시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것이 시에서 배우는 배려의 요소다.

시보다 더한 배려 방법을 어디서 찾겠는가.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