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공정이란 무엇인가

벤 펜턴 지음 / 박정은 옮김

     연재만화 ‘딜버트(Dilbert)’의 작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는 “상식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못난 사촌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은 멍청한 사람들이 논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낸 개념이다. 공정성은 우주에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공정’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명사로서의 ‘공정(公正, Fair-이 책에서는 공정을 Fair로 표기함)’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 매우 간략하다. 이 책에서는 p. 45에서 롤스(John Rawls), 팀 스캔런(Tim Scanlon), 크리스토퍼 맥마흔(Christopher McMahon)과 같은 동시대 철학자들이 정의한 공정성이 진짜 의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도서의 저자 벤 펜턴(Ben Fenton)은,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영국의 언론인으로 8천 편에 달하는 기사를 썼다. ‘옥스퍼드 메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였고 20년 동안 40개국을 오가며 전쟁, 재난, 승리, 폭동, 9.11, 올림픽, 월드컵 등에 관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취재했다. 이후 워싱턴 특파원에 임명되어 언론 분야의 전문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수석 기자가 되었다. 정치 저널리즘 부문 오웰상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는 증 현재까지도 언론 및 미디어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2007년부터 공정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협력하는 사람들과 협력을 깨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페어플레이 개념에 매료되었다. 경쟁과 협력 측면에서 어떻게 함께 살 것인지를 생각했을 때, 인간이 타고난 의사 결정 과정인 공정성이야말로 궁극적인 해답인지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도서의 제목은 ‘공정이란 무엇인가(TO BE FAIR)’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Fair)’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서문을 통해 크리켓 규칙 42조의 페어플레이에 관한 규정(Fair and Unfair Play)을 이야기 하면서 인간 사회는 협력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형성되고 번영한다고 하면서 협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신뢰는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공정성은 우리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토대라고 말한다(p. 12).

     이 책의 구성은 크게 PART 1.(왜 공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PART 2.(오늘날 공정성은 어떤 모습일까?)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1장에서 다섯 가지 부분을 다루고 있다. (1)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2) 공정성의 원칙 (3) 신경학과 심리학에서의 공정성 연구 (4) 역사에서의 공정성 (5) 공정성은 영어권 국가의 산물일까?(스포일러 주의: 아니다). 2장에서는 (6) 스포츠(그리고 그 다른 형태인 전쟁)에서의 공정성 (7) 비즈니스와 경제에서의 공정성 (8) 법과 과세에서의 공정성 (9) 의사소통과 기술에서의 공정성 (10) 정치와 정부에서의 공정성 (11) 인간관계에서의 공정성 그리고 끝부분에 (42) 페어플레이가 궁극적 질문의 해답일까?라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p.173에서 수 세기에 걸쳐 영국의 대의 민주주의는, 원래 부유한 계층만을 위한 ‘공정성’이라는 제한된 목표를 위해 제정된 제도(마그나 카르타부터 1258년 옥스퍼드 조례, 1689년 권리 장전까지)에서 출발해 어떤 신앙(일반적인 개신교)의 공통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만 공정성을 제공하려는 첫 번째 제도로 진화했다고 밝힌다. 공정성은 영어권 국가의 산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비록 영국이 공정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 유일한 나라는 아니지만 잉글랜드 그리고 그 후 영국의 정치 특성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동시대 신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기회를 다른 국가들보다 더 많이 허용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p. 354 신앙에서의 공정성을 다루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앙은 어렴풋한 공정성을 제공하며,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옳은 일이 무엇인지 세부 사항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p. 362에서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활동 영역 중에서,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대의를 증진시켜야 하는 영역은 단연코 스포츠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합의된 규칙에 따른 공정한 협력이 그 영역에서 경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인종이나 빈부 또는 학벌 등의 차별을 하지 않고 함께 협력하여 무엇인가를 이루어 가는 것을 공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p. 373에서 “공정성은 타고나는 것이다”고 하였다. 불공정한 대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성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p. 376에서 공정성이 추구하게 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방법은 첫 번째로, 집단의 사회적 행위와 시장 주도 자본주의 행위의 협력과 경쟁의 본질을 갈기갈기 찢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무엇이 공정하고 공정하지 않은지 타고난 감각을 이용해서 마지막 즉, 디지털, 혁명이 시작될 때 향하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더 나은 사회를 찾기 위한 균형을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정(Fail)’을 다양한 스포츠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기량을 통해 정해진 규칙을 바탕으로 정의롭게 협력하는 것을 비유로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 데이비드 해킷 피셔가 쓴 ‘공정과 자유: 뉴질랜드와 미국, 두 개방 사회의 역사(Fairness and Freedom: A History of Two Open Societies: Nwe Zealand and the United States)’라는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로 협력과 경쟁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페어플레이의 개념은 경쟁을 촉진하는 협력적인 방법으로 이해될 수 있고, 반대로 협력을 촉진하는 경쟁적인 방법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경쟁이나 협력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의 역학적 상호 작용이라는 가설에 따라 탐구를 또는 다른 차원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스템이 더 복잡해질수록 공정성 개념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목청 높여 외쳐대던 사람이 과연 현실에서 공정과 상식적인 것들을 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공정과 상식에 맞게 법(규칙)을 집행하고 있는가?

     요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 사회를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경쟁하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불공정에 대해 고쳐나가기를 바라며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가 아니면 침묵하고 있는가? 공정을 말하는 그럴듯한 규칙들이 존재하지만 과연 그 규칙을 바탕으로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는가? 우리들의 삶 가운데 끊임없이 일어나는 협력과 경쟁 그리고 경쟁과 협력가운데 우리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바탕으로 얼마만큼 공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성경 아모스에 나오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라는 말씀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이루어지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