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과 마주 할 때면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늘 사람을 재밌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어서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항상 주위에 머물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말을 꺼낼 때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인 나로서는 부러울 대상일 수밖에 없다. 아홉 해를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내 옆집기도 재미없는 남편을 두고 살아가기에 간혹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유머를 가진 남자로 탈바꿈하고자 가끔 유머 책을 사다 읽기도 했지만 막상 실상에 써 먹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시 유머와 안녕을 고하는 생활을 하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도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제목부터 내 염원이 담겨 있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한때 즐겨 봤던 프로그램인 [체험, 삶의 현장]과 [TV는 사랑을 싣고]를 제작한 PD였고 무엇보다 개그맨 김준현의 아버지란다. 뭔가 필이 딱 온다. 웃을 준비와 더불어 웃길 준비를 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은 추억의 유머를 포함한 저자의 에피소드와 묶여진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져 있었다. 단순한 유머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에서 마주한 많은 사람들과의 겪었던 재밌는 일화가 유머가 되어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유머 안에 잔잔한 웃음과 함박웃음과 행복한 웃음을 지울 수 있는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머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어쩌면 교훈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방송실수담과 정치유머는 현실에 바탕을 둔 에세이 형식의 유머와 가까웠다. 유머도 이렇게 표현 될 수 있다고 하니 새롭게 다가왔다. 한편 Tip Page 라는 코너를 통해 유머의 기원과 유머를 연구한 내용과 종류와 영향 등 유머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수록해 놓았는데 유머도 학문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하긴 저자의 유머의 탄생이 그동안 연구와 노력이 바탕이 된 것 만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책에 실려 있는 많은 유머이야기가 재밌었다. 개그 콘서트와 같은 무대에서 활용하면 그 웃음은 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의 아들 김준현씨가 개그를 펼치고 있다고 상상하며 읽으면 더 재밌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들뜬 기분이다. 한두 가지 정도의 짧은 유머를 기억해 두었더니 당장 누구에게든지 써먹고 싶어진다. 혹시 실수할 수도 있으니 먼저 이곳에 써 본다.

 

과연 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