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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
- 작성일
- 2024.10.7
일인칭 가난
- 글쓴이
- 안온 저
마티
어릴땐 객관적으로 가난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은근히 가난했다. 근데 참 묘한게 객관적으로 가난했던 어릴때보다 커서 느낀 가난이 더 뼈저리게 느껴지더라. 성인이 되어선 몇 년간 나도 모르게 익혀 체화된 위장술 덕분에 전처럼 겉으로 가난이 줄줄 흐르진 않는데 뭔가 나만 아는 (어쩌면 상대도 눈치챘을지 모르는) 내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분노와 슬픔으로 성격도 변하더라.
스무살 때 친구들끼리 별 생각없이 분위기따라 먹으러 간 돼지 갈비집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다 먹고 계산할 생각이 막막해 정말 무슨 맛인지도 못 느끼다 대체 무슨 돈으로 계산하고 나온건지 기억이 없다.
식당에서 다 먹고 값을 치르는 일, 밥 먹고 다같이 가서 5천원짜리 음료를 시켜놓고 의미없는 수다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한 친구가 노래방을 가자거나 술 마시러 가자거나 옷이라도 사러 가자고 하면 집에 일이 있거나 몸이 안좋다고 먼저 돌아오는 길에 느낀 그 기분이 아직 기억이 난다.
내 대학생활은 돈 때문에 아무 추억이 없다. 소개팅, 미팅한번 못해봤다.남들처럼 건강하지도 못해 잠 줄이거나 좀 힘든 알바하면 바로 몸이 아파 병원비가 더 드는 타입이라 내가 할 수 있는건 악귀같이 학점을 잘받아 전액 장학금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시절엔 가난 말고도 부모가 너무 괴롭히던 시절이라 진짜 사는 게 지옥이었다.
...가난하면 포기가 빠른 거 같다.
뭐든지 일을 벌이는 것보단 하고싶은걸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게 돈이 안들 가능성이 높으니 그냥 안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타고난 성격이 소심한 탓도 있겠지만 갈수록 더 소극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돈때문에 이런저런걸 타협하며 살아간다.
다행히 이전에 나를 괴롭혔던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어 이전처럼 삶이 지옥까진 아니지만 돈 문제만은 여전히 끈덕지게 따라붙는다. 돈이란 참... 하고싶은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주제다.
그래도 지금은 그 좋아하는 책들을 돈주고 사서 읽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닌가 생각하며 산다.
책을 사면 대신 다른건 일절 못하며 사는 삶이지만.
그리고 이 글을 안온 작가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와 난 같은 90년대생이고 어릴때부터 부모 뒤치닥거리 하며 경찰서에서 쪽팔리고 수치스러운 일 당하고 집안에 물건들 날아다니고 나 죽이겠다고 식칼 든 부모 밑에서 살아온 건 비슷한데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한 작가를 응원한다.
삶이라는 게 워낙 거지같아서 진짜 그만 살고싶을때가 많지만
그래도 또 살면 살아지는거 아니겠나...
나만 힘든거같고 내 인생만 뭐 같은거 같아 너무 억울하고 화났는데 참 남의 불행을 보고 거기서 위로를 받는 나라는 인간이 너무 싫지만 어쨌든, 삶이랑 싸우고 있는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느꼈고 위로가 됐다.
자랑글, 돈써대는글, 자기 과시용 사진과 글이 넘쳐나는 이런 허영의 시대에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난이 무슨 죄라고 숨겨야되나. 막말로 내 잘못으로 가난하게 사는것도 아닌데. 가난이 비록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더는 숨기고 싶지도 않다. 까짓, 가난? 작가의 말대로가난이라도 팔아 돈 된다고 하면 팔지 뭐. 그게 뭔 대수라고.
스무살 때 친구들끼리 별 생각없이 분위기따라 먹으러 간 돼지 갈비집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다 먹고 계산할 생각이 막막해 정말 무슨 맛인지도 못 느끼다 대체 무슨 돈으로 계산하고 나온건지 기억이 없다.
식당에서 다 먹고 값을 치르는 일, 밥 먹고 다같이 가서 5천원짜리 음료를 시켜놓고 의미없는 수다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한 친구가 노래방을 가자거나 술 마시러 가자거나 옷이라도 사러 가자고 하면 집에 일이 있거나 몸이 안좋다고 먼저 돌아오는 길에 느낀 그 기분이 아직 기억이 난다.
내 대학생활은 돈 때문에 아무 추억이 없다. 소개팅, 미팅한번 못해봤다.남들처럼 건강하지도 못해 잠 줄이거나 좀 힘든 알바하면 바로 몸이 아파 병원비가 더 드는 타입이라 내가 할 수 있는건 악귀같이 학점을 잘받아 전액 장학금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시절엔 가난 말고도 부모가 너무 괴롭히던 시절이라 진짜 사는 게 지옥이었다.
...가난하면 포기가 빠른 거 같다.
뭐든지 일을 벌이는 것보단 하고싶은걸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게 돈이 안들 가능성이 높으니 그냥 안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타고난 성격이 소심한 탓도 있겠지만 갈수록 더 소극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돈때문에 이런저런걸 타협하며 살아간다.
다행히 이전에 나를 괴롭혔던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어 이전처럼 삶이 지옥까진 아니지만 돈 문제만은 여전히 끈덕지게 따라붙는다. 돈이란 참... 하고싶은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주제다.
그래도 지금은 그 좋아하는 책들을 돈주고 사서 읽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닌가 생각하며 산다.
책을 사면 대신 다른건 일절 못하며 사는 삶이지만.
그리고 이 글을 안온 작가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와 난 같은 90년대생이고 어릴때부터 부모 뒤치닥거리 하며 경찰서에서 쪽팔리고 수치스러운 일 당하고 집안에 물건들 날아다니고 나 죽이겠다고 식칼 든 부모 밑에서 살아온 건 비슷한데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한 작가를 응원한다.
삶이라는 게 워낙 거지같아서 진짜 그만 살고싶을때가 많지만
그래도 또 살면 살아지는거 아니겠나...
나만 힘든거같고 내 인생만 뭐 같은거 같아 너무 억울하고 화났는데 참 남의 불행을 보고 거기서 위로를 받는 나라는 인간이 너무 싫지만 어쨌든, 삶이랑 싸우고 있는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느꼈고 위로가 됐다.
자랑글, 돈써대는글, 자기 과시용 사진과 글이 넘쳐나는 이런 허영의 시대에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난이 무슨 죄라고 숨겨야되나. 막말로 내 잘못으로 가난하게 사는것도 아닌데. 가난이 비록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더는 숨기고 싶지도 않다. 까짓, 가난? 작가의 말대로가난이라도 팔아 돈 된다고 하면 팔지 뭐. 그게 뭔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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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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