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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돈비 어프레이드-어둠 속의 속삭임
감독
트로이 닉시
제작 / 장르
미국, 호주
개봉일
2011년 8월 25일
평균
별점6.6 (0)
hobero338

<돈비어프레이드: 어둠 속의 속삭임>


 


필모그래피를 보면 <헬보이2>나 <블레이드2>등을 연출하였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세계적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은 아마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단순히 흥행성을 넘어 그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은 작품성이 훌륭한 영화였다. <돈비어프레이드:어둠의 속삭임>은 비록 감독은 ‘토로이 닉시’라는 사람이지만 분명 기예르모의 영향 아래 <판의 미로> 후속작이라 해도 될 만한 영화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판의 미로>와 닮아 있고 이 영화의 제작 포함 각본도 기예르모가 쓴 것이기 때문에 기예르모의 작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혼한 엄마와 살던 샐리(베일리 매디슨)는 일방적으로 아빠에게로 보내진다. 샐리는 우울하고 신비로운 아이다. 중세의 화가 블랙우드가문의 대저택을 개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아빠인 알렉스(가이 피어스)와 그의 여자 실내 디자이너 킴(케이티 홈스)이 임시로 이 대저택에 사는데 샐리는 이 집에 오게 된 것이다. 이 집에는 굳게 닫힌 구멍이 있는데 거기엔 이빨 요정이 살고 있다. 이 이빨 요정은 무시무시하게 징그럽고 아이의 이빨을 먹고 사는 괴물이다. 이 괴물들이 샐리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샐리는 이 사실을 어른들에게 말하지만 어른들은 샐리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샐리가 아프고 이상한 아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샐리가 이 요정 괴물들의 정체를 알리려 애 써는 와중에 아빠와 그의 여자 킴이 괴물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제야 어른들은 괴물의 실체를 알고 샐리를 구하려 하지만 결국 킴은 괴물의 세계(지하세계)로 끌려가고 만다.



여자아이, 중세적인 고풍스런 대저택, 내밀한 공간, 구멍, 어둠, 음산함, 기이하고 기괴함, 요정 괴물 등… 기예르모의 작품 <판의 미로>와 <돈비어프레이드>는 이런 면에서 거의 흡사하다. 특히 그의 이 두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마 구멍 또는 내밀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두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서양의 전래동화나 종교, 신화, 민속학, 정신분석 등을 알아야 가능하겠지만(언젠가 이 작품을 소재로 논문을 쓸 생각이지만 이건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지금은 구멍이나 내밀한 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이 영화를 분석해보겠다.


 


<판의 미로>에서도 그랬고 <돈비어프레이드>에서도 구멍은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호기심은 그리스신화(판도라의 상자)에도 나오지만 항상 그 대가, 그것도 엄청난 불행한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돈비어프레이드>는 서양의 이빨요정에 관한 전래동화에서 일단 모티프를 따 온 것 같다. 이빨 빠진 아이들이 베개에 넣어놓고 자면 빠진 이빨을 요정들이 가져가고 은화를 놓아둔다는(그래서 다음 날 아이에게 새로 이빨이 난다는) 것인데, 영화는 완전 비틀었다. 이 서양의 전래동화를 잘 모르겠지만 일단 뉘앙스로 보면 이 요정이 괴물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영화는 무시하고 흉측한 괴물로 나온다. 왜 이 괴물들이 여자아이의 이빨을 먹고 사는지, 그걸 넘어 아이를 먹고 사는지 그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결국 아빠의 여친 킴을 대신 지하세계로 데려가는데 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미스터리로 남겨놓았다. 요정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넘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내밀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터부다. 지상세계로 대표되는 인간과 지하세계로 대표되는 요정괴물이 그 경계를 이루고 사는 묵시록적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공간을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보게 되면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이다. 다분히 기독교적 사상이 내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영화가 관객을 이해시키고 있는 대목은 샐리가 이혼한 부부의 아이로 나온 다는 것, 그래서 샐리가 외로움과 우울을 많이 느끼고 그래서 사랑이 필요한데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다는 설정 등이다. 그 외 한국의 관객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인류 보편적인 감성보다 특수성에 기인한 탓이 큰 것 같은데, 앞서도 말했지만 서양인이 아니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많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요정괴물들이 왜 어린 아이(이빨)를 먹고 사는지 알 수가 없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전설이나 설화는 꽤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의 기원에 대한 설화는, 알다시피 어린아이를 끊는 물에 넣어 종을 만들었다. 종을 치면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인 ‘에밀레’로 들린다 하여 ‘에밀레종’이 된 것이라 하는데, 잘 되새겨보면 끔찍한 이야기이다. 아무리 통일신라와 성덕왕의 발전을 위한다 하더라도 어린아이를 끊는 물에 넣어 종을 만든다는 것은 반인류적인 작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인신공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전설이나 설화에 많이 나온다. 일일이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이는 어린아이의 생명은 거룩한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은 신과 교제하고 신적인 생명에 참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속죄의 다른 방법이기도 했다. 농경시대 자연이나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한 존재였다. 따라서 인간은 그 이면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이런 신을 따르고 신의 보살핌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생명의 근원인 아기를 바쳤다는 것이다. 농경시대 땅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내밀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굳게 닫힌 지하실이 바로 그것인데 공간철학자 바슐라르에 의하면 안과 밖은 하나의 천체로 인간의 상상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바슐라르는 안과 밖의 경계(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과 밖의 경계인 문은 반개(半開)라는 한 우주 전체인 것이다. 적어도 그것은 우주의 원초적인 이미지이며, 존재를 그 밑바탕에서 열고 싶은 유혹, 응답 없는 모든 존재들을 정복하고 싶은 욕망, 그런 욕망과 유혹들이 쌓이고 쌓이는 몽상의 시원 자체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공허를, 상상까지도 되지 않는 미지의 것을 만나게 할 뿐이었는데도 존재를 유혹했던, 그 모든 단순한 호기심의 문들! 열지 말았어야 했을, 반쯤이라도 열지 말았어야 했을, 아니면 열려있는 것으로는, 반쯤 열릴 수 있는 것으로는 상상하지도 말았어야 했을, 그런 푸른 수염(페로의 소설, 주인공이 여섯 아내를 죽이고 일곱 번째 아내의 남자 형제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인간의 운명에 대한 비밀을 아는 것은 죽음의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작품)의 방을, 어느 누가 기억 속에 지니고 있지 않겠는가? 하나의 대상이, 하나의 단순한 문이 주저의, 유혹의, 욕망의, 안전의, 자유로운 응접의, 존경의 이미지들을 환기시킬 때, 영혼의 세계에서는 일체의 것이 얼마나 구체적이 되는가! 만약 스스로 열고 닫았던 모든 문들, 스스로 되열고 싶은 모든 문들의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스스로의 전 생애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문에는 두 ‘존재’가 있으며, 문은 우리들의 내부에 두 방향의 꿈을 일깨운다. 문이 열리면 누가 있고 무엇이 있는가? 문이 열리면 인간들의 세계가 있는가, 혹은 고독의 세계가 있는가?”


 


기예르모 델토로의 영화 <판의 미로>와 <돈비어프레이드>에는 바슐라르의 공간에 대한 철학이 놓여있다. 그리고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은 있다. 비록 장르가 판타지이긴 하지만 판타지라는 이유가 부족한 2%의 핑계가 될 순 없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잘 아우르며 좀 더 예술적인 함의를 구체적으로 영화에 담을 수 있다면 기예르모의 이런 류의 영화는 세기에 남는 영화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는 판타지다. 그래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곳이다’라고 말하는 영화가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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