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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0107
  1. Book:)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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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테드 창 저
엘리
평균
별점9 (206)
holi0107

독서를 좋아하지만, SF소설은 그다지 읽지 않았었다.

추리소설이 마이너한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더 마이너한 장르소설을 찾으라면 SF소설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정도로 SF소설은 마이너하다. 작가, 독자, 평론가가 다 같은 사람이 아니냐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

나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과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가 전부였다.

내가 읽은 소설들은 대부분 과거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면, SF소설이나 과학소설은 미래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옛날옛날이 아니라 먼 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과거와 현실에 충실한 나는 먼 미래에 관심이 전무했다.

테드 창의 SF 단편소설 《숨》은 북클러버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평생 읽지 않았을책인지도 모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북클러버인데, 처음부터 가장 취약한 SF소설이라니!

수록된 단편들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면 너무 방대해지니, 인상 깊었던 단편들을 추려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푸와드 이븐 압바스는 대주교에게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고백한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진귀한 도구를 사용하는 연금술사 바샤라트를 만난다.

바샤라트는 20년 전으로, 20년 후로 갈 수 있는 세월의 문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세월의 문을 소개하면서 이 문을 지나갔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년 후 미래로 가서 자기 자신을 만나 성공한 밧줄 직공 하산, 하산의 이야기를 듣고 20년 후로 갔다가 자신의 금궤를 훔친 직조공 아지브, 과거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오간 라니야.

라니야의 이야기를 들은 푸와드는 옛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바그다드에 세월의 문이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바샤라트가 본래 살았던 카이로로 향한다. 카이로에서 세월의 문을 지난 푸와드는 바샤라트에게 바그다드에 가게를 열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끝내 연인을 구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유언을 들으며 구원받는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SF에서 빠질 수 없는 타임슬립과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작품이다. 액자식 구성 이야기를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이야기의 끝이 곧 이야기의 시작이고, 이야기의 시작이 곧 이야기의 끝인 이야기였다.



2. 숨

인공 폐를 주기적으로 교환하며 살아가는 기계인간들의 행성. 두꺼운 크롬 벽에 둘러싸인 행성은 공기를 주고 받으며 일정한 양을 유지한다. 공기가 사라지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그들은 무한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깊은 잠에 빠지는 기계인간들이 생겨난다.

해부학자인 나는 기압으로 움직이는 시계가 오작동하자, 이걸 기회 삼아 자신의 뇌를 해부해본다.

기계인간들의 뇌는 공기의 흐름, 기압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으며 자신들이 사는 행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계에 이 사실을 보고 했으나 이런저런 연구들은 실패에 도달한다.

결국 평형현상에 빠지고, 나는 의식이 흐릿해져가는 도중에도 동판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새긴다.

「이웃하는 우주의 주민들이 우리의 우주를 단지 공기 저장고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통로를 뚫어 직접 탐험하러 오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다. 탐험자들은 우리의 거리를 거닐며 우리의 미동 없는 몸을 보고, 우리가 소유했던 물건들을 살피고, 우리가 살았던 삶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이 기록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런 탐험자이기를 희망한다. 이 동판을 발견해 그 표면에 각인된 글을 당신이 해독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당신의 뇌가 일찍이 내 뇌를 움직였던 공기에 의해 작동하든 그렇지 않든, 내 글을 읽는 행위를 통해, 당신의 사고를 형성하는 패턴들은 한때 나의 사고를 형성했던 패턴들을 복제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나는 다시 살게 될 것이다. 당신을 통해서.」




표제작 숨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열역학 제 2법칙을 활용한 작품이었다. 다만 열, 온도가 아닌 공기를 대입시켜야 한다. 방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냉장고를 열면 반대로 방이 더 더워지는 것처럼 이들은 공기를 순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방법은 오히려 공기를 더 쓰게 되는 방법이었다. 결국 어떠한 선택을 하든 멸망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주인공은 자신들이 살아왔다는 증거를 남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박물관에 서 있는 내가 떠올랐다.

박물관에 남겨진 유물들, 오래 전에 죽은 이들이 쓴 글들, 누군가 처음 만들었을 물건들을 사용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들이 그러한 것들을 보거나 만질 때, 이미 사라져버린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렸다.



3. 우리가 해야 하는 일

누르기 1초 전에 불이 깜빡이는 <예측기>가 존재한 미래사회. 하지만 <예측기>의 존재로 사람들은 자유의지의 유무를 생각하고 점점 무력해진다.

선택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한다고 생각하든가 무언무동증에 걸리거나.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이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짦은 단편이라서 가장 먼저 읽었다. 등장인물이 없어 다 읽고나서 이게 뭐야, 했던 단편이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운명론과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냥 예측기를 다 부숴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용할 사람만 사용하거나.

수록작들 대부분이 운명론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단편이 오히려 표제작으로 어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1861년, 런던에서 태어난 수학자 레지널드 데이시는 자동교습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아들 라이어널 데이시가 보모에게 학대박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완벽한 기계식 자동 보모를 만들게 되고,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기계식 자동 보모는 대박을 터트리게 되지만, 1901년 경 기계식 자동 보모의 고장으로 아이가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라이어널 데이시는 오명 속에서 쓸쓸하게 죽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입양한 아들, 에드먼드 데이시에게 기계식 자동 보모를 사용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진다.

새커리 램셰드 박사는 요양병원에서 에드먼드를 만나게 된다. 에드먼드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며, 심리사회적 왜소증을 앓고 있었다. 램셰드 박사는 에드먼드에게 필요한 것이 사람의 온기가 아니라 기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램셰드 박사의 설득에 라이어널은 아들을 만나 혼란스러워한다.

아버지께 용서를 구하는 라이어널. 그는 이로인해 아버지의 연구가 틀렸다는 것을 두 번이나 증명하게 된다.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일생을 아버지의 유지를 잇는데 바쳤고, 기계 보모 밑에서 자란 자신의 아들은 오로지 기계와 소통하며 살아가야한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애착 이론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유아의 애착 관계 형성 시기는 만 2세까지인데, 에드먼드는 그 시기를 사람이 아닌 기계와 보내서 오로지 기계와만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니 설령 기계식 보모가 완벽했다 하여도 부모의 사랑이 부재한다면 아이는 제대로 자랄 수 없다.

몇 달 전, 쇼핑몰 업체에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일한다는 뉴스를 봤다. 뉴스를 보면서 나중엔 사람 대신 기계가 일하는 세상이 오겠다고 생각했다.

보모 로봇, 간병 로봇이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로봇은 유독 개발이 느린 편인데, 그 이유는 사람의 성격과 행동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과 함께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7. 거대한 침묵

아레시보 메시지를 통해 외계 존재와 소통하려는 인간. 하지만 소통이 가능한 다른 종은 이미 지구상에 존재한다. 멸종 위기에 놓인 푸에르토리코 앵무새의 독백이다.

「잘있어. 사랑해.」



우리는 언제나 지성이 있는 다른 존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작 지구상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지성이 없다고 여기며 학대하고 멸종에 이르게 한다.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슬픈 단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이 단편이다.

잘있어 사랑해...



그 외 인공지능의 생애와 인공지능을 다루는 인간들을 다룬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더 이상 스스로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로 기억이 저장되고 나타는 세계를 다룬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젊은 지구 창조설을 활용한 《옴팔로스》, 평행 우주를 다룬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 수록되었다.

이야기들은 운명론, 자유의지, 선택, 변화해가는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SF지만 철학적인 요소가 많다.



책을 다 읽으며,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SF소설과 내가 잘 안 맞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공포?호러가 호불호 심하게 갈리듯이 SF 역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이다. SF영화는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면 몇 년 전부터, SF소설을 떠나서 판타지소설도 잘 안 읽었다. 전민희 작가님 작품들과 해리 포터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타라 덩컨 시리즈나 어스시의 마법사 정도만 읽었으니까. 로맨스 판타지도 자주 읽긴 읽었지만, 기억이 거의 안 나는 걸 보면 예전만큼 가상의 세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을수도 있다.

그래서 였을까? 표제작 《숨》보다 현대 판타지와 비슷한 느낌을 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거대한 침묵》을 재밌게 읽었다. 왠지 실제로 있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바그다드,어딘가에 정말 세월의 문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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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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