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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푸
- 작성일
- 2018.12.9
잠
- 글쓴이
- 무라카미 하루키 저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조금 긴 단편소설 그리고 아트북.
소설과 그림의 만남. <버스데이 걸>(http://blog.yes24.com/document/10403217) 과 비슷한 류의 책이다. <버스데이 걸>보다는 두껍다. :)
만약 <버스데이 걸>을 몰랐었다면, 이 책도 꽤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이 얇은 책이 이렇게 비싸!라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집 근처 중고서점 이용. 그래서인지 꽤나 만족스럽다.
책의 외형적인 모습은 뭔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같다. 조금 길지만 단편 소설이라 분량이 적은 편이고 거기에 '일러스트'가 추가되었다 하더라도 딱 100 쪽. 하지만 100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두꺼운 느낌이다. 하드커버와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책의 내부는 가위에 눌린 후 십칠 일동안 잠을 못자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소소한 일탈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고나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위스키와 초콜릿과 함께.
불면증.
불과 몇 년 전까지 너무 피곤한데, 잠을 자야하는데 잠을 못자는 상황이 있었더랬다. 일도 많았고, 그래서 야근도 많이 했었고 집에 들어오면 12시는 훌쩍 넘긴 상황이고, 그런데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었다. 당장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데도. 요즘은 그냥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2년간 조금은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기에, 잠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해야할까? 이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아마도 몇달 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상황이 또 올 것 같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기에 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불면증 상황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계속 잠을 못자는 상황이라면? 그런데도 활력이 넘친다면? 책과는 달리 아마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감 때문에 안절부절하지는 않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은 어쩌면 이런 위기감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잠깐 해본다.
내용의 좋고 나쁨과 일러스트의 존재 여부를 떠나 단 한편의 소설로 된 (비싼) 책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만한 책이다. 그러나 소설의 시작이 강렬한 책이기도 하다 -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
소리가 되지 않은 그 비명이 내 몸속에 틀어박혀서 아직도 파르르 떨리게 하는 것이다. (p.36)
잠이 오지 않은 뒤로 내가 생각한 것은, 현실이란 참 얼마나 손쉬운가, 라는 것이었다. 현실을 감당하는 일 따위, 너무도 간단하다. 그것은 그저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집안일이고 그냥 성교이고 그냥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 기계의 작동과 마찬가지여서 한 차례 운용하는 절차를 익혀버리면 그다음은 끝없는 반복일 뿐이다. 이쪽 버튼을 누르고 저쪽 레버를 당긴다. 눈금을 조절하여 뚜껑을 덮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냥 그것의 반복이다. (pp.61-63)
소설과 그림의 만남. <버스데이 걸>(http://blog.yes24.com/document/10403217) 과 비슷한 류의 책이다. <버스데이 걸>보다는 두껍다. :)
만약 <버스데이 걸>을 몰랐었다면, 이 책도 꽤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이 얇은 책이 이렇게 비싸!라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집 근처 중고서점 이용. 그래서인지 꽤나 만족스럽다.
책의 외형적인 모습은 뭔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같다. 조금 길지만 단편 소설이라 분량이 적은 편이고 거기에 '일러스트'가 추가되었다 하더라도 딱 100 쪽. 하지만 100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두꺼운 느낌이다. 하드커버와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책의 내부는 가위에 눌린 후 십칠 일동안 잠을 못자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소소한 일탈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고나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위스키와 초콜릿과 함께.
불면증.
불과 몇 년 전까지 너무 피곤한데, 잠을 자야하는데 잠을 못자는 상황이 있었더랬다. 일도 많았고, 그래서 야근도 많이 했었고 집에 들어오면 12시는 훌쩍 넘긴 상황이고, 그런데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었다. 당장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데도. 요즘은 그냥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2년간 조금은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기에, 잠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해야할까? 이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아마도 몇달 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상황이 또 올 것 같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기에 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불면증 상황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계속 잠을 못자는 상황이라면? 그런데도 활력이 넘친다면? 책과는 달리 아마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감 때문에 안절부절하지는 않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은 어쩌면 이런 위기감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잠깐 해본다.
내용의 좋고 나쁨과 일러스트의 존재 여부를 떠나 단 한편의 소설로 된 (비싼) 책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만한 책이다. 그러나 소설의 시작이 강렬한 책이기도 하다 -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
소리가 되지 않은 그 비명이 내 몸속에 틀어박혀서 아직도 파르르 떨리게 하는 것이다. (p.36)
잠이 오지 않은 뒤로 내가 생각한 것은, 현실이란 참 얼마나 손쉬운가, 라는 것이었다. 현실을 감당하는 일 따위, 너무도 간단하다. 그것은 그저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집안일이고 그냥 성교이고 그냥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 기계의 작동과 마찬가지여서 한 차례 운용하는 절차를 익혀버리면 그다음은 끝없는 반복일 뿐이다. 이쪽 버튼을 누르고 저쪽 레버를 당긴다. 눈금을 조절하여 뚜껑을 덮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냥 그것의 반복이다. (pp.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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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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