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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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글쓴이
카를로 로벨리 저
쌤앤파커스
평균
별점8.8 (156)
호푸
오랜 만에 읽는 과학 이야기.
원제는 <The Order of Time>. 직역하면 시간의 순서 정도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왜 저런 제목이 나오게 되는지 금방 이해가 될텐데. 이걸 말로 설명하자니 참 어렵네. 그런데 다행히 옮긴이의 글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책의 원 제목 <시간의 질서>는 매우 역설적이다. 마치 시간에 어떤 질서와 순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주장은 이와 정반대다. 시간에 어떤 순서나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에서 바라본 우주의 특수한 양상일 뿐, 보편적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지각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 본래의 원초적 시간에는 순서나 질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흐름이 없다.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관계, 좀 더 엄밀히 말해 이 관계들의 동적인 구조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이 번역 책의 제목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인 이유다. (pp.221-222, 옮긴이의 글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이해가 되는 것 같은데, 막상 책을 덮으면 무슨 내용인지 정리가 잘 안된다. 마치 어려운 수업을 듣는 것 같다. 수업 중에는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수업이 끝나면 정리가 안되는, 그런 어려운 수업. 생각해보면 물리는 항상 어려웠던 듯.
또는, 두꺼운 논문 한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논문을 읽으면서 뭔가 다 이해가 되는데 끝까지 읽으면 정리가 잘 안되고 여러번 다시 봐야 하고, 뭐 그런 느낌.

그런데 이 책은 음, 뭐랄까 물리에 대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뒤로 갈수록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과학 도서라고 해야할지 철학서라고 해야할지 아리송하다. "시간"에 대해 물리학 관점으로 접근하지만 결론은 철학적인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어렵게 다가온다. 사실 2/3 지점 이후로는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중력 이론과 양자론이 나오고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이론이 나온다. 양자중력 이론이라고. 예전에 통합장에 대해서는 들어본 것 같은데, 요즘은 양자중력 이론이라는 학문이 있다보다.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 책은 시간을 루프 양자중력 이론 관점에서 설명한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그냥 끝까지 읽었다는 것에 박수를.

사실 이 책을 구입할 때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http://blog.yes24.com/document/10844984)나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http://blog.yes24.com/document/10968648) 같은 류이기를 기대했었다. 그리고 책을 받았는데, 의외로 책이 얇고 작아서 놀랐다. 과학 도서인데 다른 책들에 비해 얇다니 금새 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이미 끄적인대로 책은 <코스모스><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같은 류는 아니었고, 얇은 것에 비해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읽기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지만, 또 어느 정도는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에 대한 내용이면서 일종의 가설이기에, 글쎄, 꼭 필요할까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긴 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이런 과학적 논쟁도 있구나라고 아는 것도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듯하지만, 여전히 글쎄...이다.

세상은 '사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물질로, '실체'로, '현재에 있는' 무엇인가로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혹은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연적 발생으로, 과정으로, '발생하는' 그 무엇인가로 이루어진 세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 무엇은 지속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며 영속적이지 않다. 기초 물리학에서 시간 개념의 파괴는 두 가지 관점 중 첫 번째 관점이 붕괴된 것이지 두 번째는 아니다.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의 안정성이 실현된 것이 아니라, 일시성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게 된 것이다. (p.105)

'사물' 자체도 잠깐 동안 변함이 없는 사건일 뿐이다. 이후에는 먼지로 돌아간다. 사실 모든 것은 언젠가 먼지가 된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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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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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xiangz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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