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외 서평단

동그란세상
- 작성일
- 2023.2.1
별의 지도
- 글쓴이
- 이어령 저
파람북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선생님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의 지성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알지 못하면 시대의 지성이 무슨 소용일까요? 뒤늦은 미안함 같은 마음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선택합니다. 살아계실 때 더 깊이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선생님이 풀어내는 하늘과 별의 이야기를 서두르는 마음으로 마중 나갑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호는 능소이며 서울대 문리과학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문화 평론가이며, 교수, 문학인으로 천재성을 발휘하셨죠. 수많은 저서들과 시대에 발자취를 남기고, 2022년 2월 26일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안 계시지만 그분의 생각과 책들이 소멸하지 않고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책은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이라는 부제와 함께 별을 향한 한국인의 정서와 감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천지인의 사상에서 시작되어, 윤동주의 서시에 이르기까지 별을 내재화 한 한국인의 모습들이 이해하기 쉽고, 하늘에서 본 것 같은 시선으로 펼쳐지고 있어요. 책의 첫 시작은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줄거리가 없는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할머니가 걸어가는 이야기이자 노래죠. 꼬부랑 꼬부랑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별의 지도를 따라 별까지 가 봅니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입니다. 반면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우리는 종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시(예술) 이지요.(p38)
천지인 사상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사상입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람을 보는 것이지요.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은 그 자신의 키만큼 밖에는 보지 못합니다. 비행기가 없던 시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상상이 필요하죠. 물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때의 높은 곳은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마치 하늘(우주)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시선을 갖기는 불가능하죠. 그럴 때에도 하늘을 향해, 별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이 시인이라고 말합니다. 시(예술)는 별을 향한 상상이죠. 평범하지 않는 관점으로 사물과 사람들을 보는 눈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 시라고 설명합니다. 시가 무용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시인들이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는 시대. 하지만 시는 소멸할 수 없음을 저자는 말합니다. 하늘을 향한 상상의 나래를 멈추지 않는 것이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하면서요.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에만 몰두하는 지금 왜 별을 노래하는 것을 이야기할까요?
땅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초월하고자 하고 가장 낮은, 모든 죽어가는 것의 현실에서 영원히 불멸하는 별을 향해서 가는 마음을 노래하고 그 길을 걷는 것을 실천하려고 한 것입니다. (p141)
간간이 나오던 윤동주의 서시는 3장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비교에서 시작해 별까지 사고가 확장됩니다. 그 별을 가장 잘 노래 한 시인 윤동주의 서시를 예로 들어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렵지 않게 암송하고 있는 서시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설명합니다. 저항시로 읽혔던 서시를 새롭게 보게 됩니다. 땅에 얽매여 있으면서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시선으로 별을 향해서 가는 마음을 노래하고 그 길을 걷는 것을 실천한 시인이자 시라고요. 윤동주의 탁월함을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시제를 뛰어넘는 탁월함과 그것을 통해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성과 불멸을 읽습니다. 과거의 시제로 읽을 때와 현재 시제로 읽을 때, 시의 원문 그대로 읽을 때가 전혀 다른 시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아주 조금 윤동주를 왜 천재 시인이라고 하는지를 깨달아요.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로 음악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윤동주는 시제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딱 맞는 말들을 아름답게 배열하다니... 괜히 아는 척하느라 뜻도 모르고 읽었던 윤동주의 시들이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읽을 수 없는 시들이었어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힘은 죽을 정도로 아파하는 고통과 슬픔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럼 죽을 정도로 아파하는 고통과 슬픔은 무엇이었을까요? 윤동주에게. 유한한 인간이 불멸의 별을 향한 마음과 그 길을 가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도 여전히 별을 향한 마음과 그 길을 가는 시인들이 있겠지요? 그들에 의해서 우리는 좀 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비록 짐승의 상태지만 끝없이 천사가 되는 꿈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합니다. 그 천사가 되는 꿈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바꿉니다. 저자는 과학이 세상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물론 기여했지만) 창조하고 크게 발전시킨 것은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서라고 말해요. 인간이 절대 날수 없을 거라는 두꺼운 책을 낸 과학자에 의해 비행기가 발명된 것이 아니라 날 수 있다는 혹은 날고 싶다는 꿈을 가진 자전거방 두 형제(라이트)를 통해 비행기는 만들어지죠. 꿈이 갖는 관념적인 이미지 때문에 동양이 서향의 근대화에 밀렸다고 설명합니다. 서양에서는 꿈을 희망으로 인식하지만 동양에서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창조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해요. 우리는 별을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을 가진 민족입니다. 땅에 얽매여 있지만 끊임없이 별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내 앞에 놓인 현실이 땅만 보고 살아가라고 다그칠 때 무심히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별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바라보며 경계가 없는 큰 생각을 가진 원래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시대의 지정이라 불린 이어령 선생께서 한국인을 보는 시각이자 희망입니다.
책을 읽으면 윤동주의 시를 더 깊이 있게 보게 될 겁니다. 또한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될 거예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배우게 될 겁니다. 또 일상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겠지요. 시인이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도.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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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