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 라이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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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6.14
위즈덤하우스 박태근 본부장(좌) 다산북스 권장규 본부장(우)
‘출판 라이벌전’이라는 기획을 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 기획 별로다, 빤하다 이런 솔직한 의견 환영합니다.
권장규 : 첫 편부터 그렇게까지 솔직한 말은 못 하겠고요. (웃음) 출판사 라이벌전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재밌을 거 같았어요. 독자들은 늘 새로운 걸 원하는데 그동안 출판계에서는 사은품 행사 등 비슷한 형식의 이벤트가 대체로 많았잖아요. 이렇게 두 출판사가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 저희 두 사람 사진 위에다가 디자인도 재밌게 해서 만화책 표지처럼 만들어 카드 뉴스로 알리면 재밌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포토샵으로 카드 뉴스 만들 정도의 능력은 없습니다.
권장규 : 중요한 건 독자들이 이런 이벤트를 보고 재미를 느끼고 한 권이라도 책을 더 알리는 의미가 크다고 봐요. 서점에서 매출이 생기면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고요. 어떻게 진행되고 독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저도 궁금하네요.
박태근 : 저는 온라인 서점에서 일을 해봤잖아요. 이런 콘텐츠 기획이 늘 흥미롭고 재미난 시도이긴 한데, 매출에 크게 득이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는 없어요. (웃음)
적확하시군요.
박태근 : 네. 매출보다는, 다른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출판사라는 회사 혹은 공동체가 시대나 변화에 부응하면서 변화들을 계속 해 왔을 터인데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회사들이라면 겹치는 고민이 있겠죠.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함께 얘기해 볼 기회는 없거든요. 특히나 큰 출판사일수록 그렇죠. 작은 출판사는 지향이나 색깔이 뚜렷해 자연스럽게 이를 드러내기 마련인데 대형 출판사들은 거칠게 얘기하면 ‘돈이 되는 책, 시장에 부응하는 책 만드는 출판사’로 이야기되다 보니 이런 부분이 드러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김영사,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위즈덤하우스 등 대형출판사마다 각각 다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런 서로 다른 점, 지향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볼 만한 좋은 기회인 듯해요.
첫 번째로 다산북스와 위즈덤하우스를 뽑고 보니, 공통점이 꽤 있는 거 같더라고요. 일단, 베스트셀러를 잘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두 출판사 모두 책과 커피가 결합된 북카페라는 유행을 선도했고요. 팟캐스트라든지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와 소통해왔죠. 두 출판사를 라이벌로 꼽았는데, 동의하십니까.
박태근 : 다산북스와 위즈덤하우스가 라이벌이라고 한다면, 업계 내의 많은 분들이 수긍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향이나 모습으로 봤을 때 매출 규모 상위 출판사 중에서 위즈덤하우스와 다산북스 정도로 라이벌인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창비와 문학동네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해 보면 그림이 딱 그렇게 그려지진 않거든요. 어느 시점, 어느 때에는 그랬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닌 듯해요. 그렇게 봤을 때 위즈덤하우스와 다산북스는 지금 굉장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다산북스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장규 : 라이벌이죠. 다산북스 사장님이 혼자 창업해서 170명 되는 회사로 키우는 과정에서 위즈덤하우스에서 투자받은 인연도 있고요. 만든 책 중에 비슷한 게 많기도 해요. 책 출간을 위해 저자에게 연락해보면, “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연락이 와서 이미 계약했는데요?” 이런 적이 있어요. 반대로 다산북스가 먼저 연락해서 계약하기도 하고요. 모든 출판사가 돈이 되는 분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책과 저자를 찾고 있죠. 누가 먼저 책을 내느냐는 속도 싸움인데 위즈덤하우스와 다산북스가 조금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저자 발굴, 섭외를 하는 회사만의 방식이 있나요?
권장규 : 사장님께서는 편집자들에게 좋은 저자를 발굴하고 싶다면 제안서를 열심히 쓰는 게 아니라, 우선 전화부터 하라고 말씀하세요. 일단, 언제 만나자고 약속부터 잡으라는 말이죠. 약속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미팅 자리에서 논의할 제안서를 쓰거든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편집자가 무조건 전화나 대면 미팅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어야 하죠.
다산북스의 특별한 점이라면, 신규 입사자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경력직인 저도 처음 다산북스에 이직했을 때 받았어요. 대표님이 신규 입사자들에게 2~3주 정도 매주 월요일마다 한두 시간 정도 강의를 하세요. 다산북스에서는 어떻게 다른 관점에서 책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지 가르쳐주세요. 일반적으로 책은 마케팅팀에서 팔지만, 편집자도 자신이 만든 책을 어떻게 홍보하고 팔아야 할지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해요. 내 자식을 소중하게 키워서 세상에 선보이면 누구나 잘 되길 원하지 안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다산북스는 편집자와 마케터가 한마음으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함께 고민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있어요. 그 방법을 강의와 실전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있죠.
요즘은 덜한 편이지만, 어떤 출판사에서는 ‘요즘 마케터들이 책 출간 기획회의에 들어간대! 충격이야’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에는 마케터라기보단 영업이었죠. 수금 받는 게 주 업무였고요. 지금은 온라인 송금 다 되고, 그런 업무만 했던 사람들은 이 시장에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케팅팀이 기획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다산북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박태근 : 위즈덤하우스는 조직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왔고, 3년 정도 전에는 NHN이 오너가 됐잖아요. CEO도 IT 업계에서 활약해오신 분이 오셨죠. 새로운 조직문화를 실험하고 있어요. 제가 느끼기엔 다산북스는 대표님이 창업자이자 오너라서 응집력을 갖춘 공격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거 같아요. 위즈덤하우스는 다산북스보다는 자율적인 편이라고 느껴요. Bottom-up으로 편집자 각각의 자율성이나 취향이 상대적으로 존중받죠. 각각의 취향과 관심사가 실제 출간되는 책에도 많이 반영되죠.
다산북스가 교육을 사장님이 직접 하신다고 했잖아요. 저희는 위크루라는 게 있어요. 입사하면 서로를 매칭해줘요. 서로 다른 본부에 있는 분들끼리 일정한 기간 동안에 서로 식사도 하고, 친분을 쌓는 거죠. 옛날 말로 하면 마니또같은 역할을 해주는 거죠. 새로운 사람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적응을 도와줘야 하는 필요성을 똑같이 느끼는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죠.
권장규 : 다산북스도 기수 모임이라는 게 있어요. 담당하는 업무는 달라요. 어린이팀, 성인 단행본팀, 경영지원팀 등 여러 팀 직원들이 모여서 각자 맡은 업무 얘기를 공유해요. 일하면서 애환이나 어려운 점 같은 것도요. 매달 점심 모임을 하면서 회사에 애사심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모르는 일에 관해서 물어볼 수도 있거든요.
종합출판사에서는 다양한 책을 내고 싶다고 하는, 다양한 편집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가 그냥 내고 싶다고 해서 내는 건 아니잖아요. 의사결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태근 : 위즈덤하우스라고 보통의 출판사랑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요. 다산북스와 비교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산북스는 콘텐츠사업본부와 마케팅본부가 출간에 대해 함께 결재하는 방식인데, 위즈덤하우스는 출판본부에 편집과 마케팅 영역이 한데 뭉쳐서 일을 진행하거든요. 편집과 마케팅이 함께 결정한다는 방향은 같지만 구조는 다른 방식인 거죠.
출간의 결정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터라 하나의 기준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운데요. 과거의 십진분류법이라든지 서점 내 분야가 이전에 비해서는 벽이 모호해졌고, 자유롭게 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야로 팀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는 좀 어렵잖아요. 여전히 많은 출판사에서 그런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요. 저희 같은 경우는 편집팀마다 미션과 비전이 정리되어 있고 그 방향과 범주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어떤 출판사는 편집자마다 1년에 한 권 정도는,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낼 수 있다는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요.
박태근 : 숫자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출판 기획이라는 게 편집자가 시장에서의 성공을 중심으로 기획했다고 해도 어쨌든 본인의 지향이라든지 가치관과 맞닿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시장에서의 평가 외에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될 수밖에 없죠. 종수로 1년에 한 종이라고 특정하진 않더라도 그런 경우들은 당연히 생기죠. 그런데 아마 빈도로 봤을 때 다산북스는 위즈덤하우스보다는 더 적을 것 같아요. 판매량이라는 부분이 출간 결정에 명확하게 설정돼 있는 회사니까요.
권장규 : 저희는 거의 모든 책의 목표가 1만 부, 이런 분위기이긴 해요. 물론 그중에서도 수익성을 중심에 두는 책이 있고, 빛과 소금 같은 의미성을 더 강조하는 책도 있어요. 두 가지 기준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많이 못 팔지만 의미성이 있다면, 다산북스도 출간하는 책이 있습니다.
큰 회사는 비전과 목표,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가기 마련인데요. 목표에 맞게 편집자당 한 해에 서너 권 정도 낼 수 있다면, 보통은 수익성 있는 책을 만들다가 마지막 한 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책을 만들더라고요? 재밌는 게 수익성 좋은 책을 만들던 팀들이, 마지막에 자기가 하고 싶은 책을 만들어도 잘 팔아요. 저는 이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수익성 좋은 책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권장규 : 다산북스가 잘하는 게, 콘셉트를 잘 짜요. 비슷한 책이라도 콘셉트를 잘 잡았으면 더 많이 팔 수 있죠. 다산북스 책 중에서는 무명저자가 쓴 책임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판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하려면 요즘 트렌드와 독자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분석해야겠죠. 새롭게 창조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존 시장에 있었는데 더 새롭게 만들어서 우리 회사가 더 많이 판 경우도 많고요.
다산북스는 아이템회의를 두 번 해요. 아이템회의를 거쳐서 통과되면 콘셉트 회의를 해요. 마케팅팀과 편집팀이 함께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책의 콘셉트와 제목을 잡아요. 그리고 출간 한 달 전에 마케팅 콘셉트 회의를 진행해요. 이때는 확정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예상 독자가 많이 활동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에 알려서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전략을 수립합니다. 물론, 아무리 이렇게 잘 준비해도 안 팔리는 책도 있죠. (웃음) 저희가 대표님한테 마케팅 전략상의 차별점이 안 보이면 ‘매번 했던 채널 쪽에서만 하지 마라, 마케팅 카피가 너무 획일적이지 않냐’ 등의 이유로 혼이 나기도 해요. 그리고 막상 책이 나올 때는 출간 전에 했던 콘셉트가 트렌드에 안 맞을 수도 있는 거고요.
책 소개, 카피 말씀하셨는데 책 판매에 중요하잖아요. 어떻게 정하시나요?
권장규 : 카피는 독자가 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잖아요. 당연히 출판사에서 정해야 하고요. 혼자 카피를 정할 수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보고, 원고도 한두 번 더 보죠. 이런 쪽은 다산북스가 좀 낫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카피, 팔리는 카피를 찾기 위해 자사 책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 책도 많이 분석하고요. 다른 책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책에 접목해 판매할 수 있죠. 실제로 그런 식으로 해서 성공한 적도 많이 있고요.
박태근 : 관찰자로서 봤을 때, 어느 게 더 좋고 나쁘다는 게 아니라 거칠게 도식화하면 다산북스는 독자보다 시장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책을 기획할 때, 대체로는 핵심 독자와 확산 독자를 고려하죠. 다산은 그런 접근법보다는 시장에 어떤 차별적인 메시지를 던져서 점유율을 가져올 것인가를 두고 사고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시장에서 늘 대체로 많은 성공을 불러일으켰고요. 다산의 책들을 봤을 때 명확한 타겟 독자가 있나 싶은 책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같은 책은 전에 없던 메시지로는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그렇듯 이전에 그 메시지에 반응했던 시장에 차별성을 더해서 이 책을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위즈덤하우스도 베스트셀러를 많이 만들어냈잖아요. 베스트셀러 만드는 요령, 비법을 공개해주신다면.
박태근 : 제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보지 못해서 드릴 말씀이 없는데, 위즈덤하우스 베스트셀러들의 특별함은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형식 혹은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 책이었죠. 시장이 없었는데 시장을 만들어내고 돌파한 유형의 베스트셀러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간 없던 트렌드나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거나 독자들의 욕망은 있으나 책으로 구현되지 않은 어떤 지점들을 앞서 돌파하고 만들어서 제안해낸 책이죠. 멀리 가면 『배려』나 『경청』 같은 자기계발형 우화가 그런 책입니다. 『1일 1식』 같은 실용서도 그렇고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도 마찬가지고요. 선도적으로 시도하고 돌파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권장규 : 예전에는 약간 밑단부터 점점 올라가는 책들이 진정한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했어요. 입소문으로 조금씩 퍼지고, 마케팅 활동을 할 때마다 조금씩 판매가 올라가는 책들 있잖아요.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가 되는 게 있었는데요. 요즘 느끼는 거는, 베스트셀러 중에 유튜버 책들이 꽤 많잖아요. 유튜버 책들은 회의감이 좀 드는 게, 이 책들은 출간하자마자 확 팔리잖아요. ‘이런 책은 과연 출판사의 오롯한 힘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출판사에서도 원하는 편집자상이 바뀐 거 아닙니까?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는 능력이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인 듯합니다. 유튜버 얘기가 나왔는데, 출판업계에서 듣는 공통적인 의견이 ‘책을 알리기 위해서 돈을 너무 많이 써야 한다.’죠. 지금 채널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고충도 있을 거 같습니다.
권장규 : 다산북스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유투버 쪽과 협업을 많이 하죠. 많은 출판사가 하겠지만, 저희 출판사도 리스트업을 해놨거든요. 분야, 구독자 수, 비용 등 이런 정보를요. 작년에는 책 홍보 1건당 100만 원이었던 채널이, 이제는 300만 원으로 올려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그만큼 좋은지 계산해보면 아니거든요. 비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지 굉장히 골칫거리죠. 그런데, 이것도 제가 볼 때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한때 그랬듯 지나갈 것 같아요. 다산북스의 장점은 마케팅을 실행해보고 효과가 없다면, 바로 뒤도 안 보고 다시는 하지 않아요. 효과가 없으면 시간과 돈을 안 쓰면 됩니다.
다산은 시장을 중심에 두는 출판사라고 하셨는데, 위즈덤하우스의 지향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표작을 꼽아주신다면?
박태근 : 위즈덤하우스의 미션은 ‘한국에서 가장 독자 중심적인 출판사’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미션에서 더 많은, 더 다양한 독자를 만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간 위즈덤하우스가 꾸준히 만나온 독자뿐 아니라, 다른 분야, 다른 취향의 독자까지 확장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새롭게 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즈덤하우스의 대표작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고 생각해요. 이 책은 예담 시절, 위즈덤하우스의 첫 책으로 나왔는데요.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죠. 시대에 부응하는 트렌디함에 시대를 건너가는 스테디함이 더해진, 위즈덤하우스의 차별성과 매력을 잘 구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박태근 본부장님의 호칭이 회사에서 테오죠?
박태근 : 네, 앞서 대표작으로 말씀드린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대한 리스펙트에서 나온 게 맞습니다. 반 고흐가 힘들 때마다 테오에게 편지를 썼듯이 저희 본부 구성원분들도 도움이 필요할 때 저에게 편지를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제가 편지를 많이 쓰고 있죠. (웃음) 그래서 감사하고요.
위즈덤하우스 지향이 시장이 아니라 독자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둘이 같지 않나, 생각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박태근 : 당연히 독자도 지향하고 시장도 지향하는 게 맞을 텐데요. 세밀하게 살펴보면 새로운 생각의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저도 명쾌하게 정리된 생각은 아니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설명해보자면 대략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어떤 출판사에서 같은 분야의 책 A와 B를 낸다고 했을 때, 두 책의 독자가 얼마나 겹칠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겹치는 부분이 적다면 당연히 독자는 개별 책에 대한 인지도는 높더라도 출판사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기대가 높지는 않을 겁니다. 출판사가 이 부분에 얼마나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지, 또 어느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면, 시장을 중심에 두고 있는가와 독자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건데요.
이에 더해서 각 출판사가 그간 형성해온 시장 이외의 영역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활동하느냐도 생각해볼 부분 같고요. 단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시장보다는 형성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게 익숙하고 편한 게 당연할 텐데, 어느 정도 한계가 보이는 시장이라고 해도 그곳에 독자가 있다면 그 관심과 취향에 맞는 책을 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시도가 우리는 그 독자를 만나러 여기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독자가 있다면 독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만큼 우리가 닫는 지점들을 만들어내겠다, 저는 독자 중심이라는 맥락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독자 중심이라고 한다면 ‘오월의봄’, ‘후마니타스’와 같은 출판사가 떠오르는데요.
박태근 : 그렇죠. 그런 출판사가 독자 중심이죠. 언젠가 위즈덤하우스도 독자 중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출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종합출판사가 가기엔 쉬운 길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시장 중심보다 더 어려울 듯한데요. 시장이 오히려 단순하고 명쾌하지 않나요.
박태근 : 쉬운 길은 아니죠. 그런데, 시장으로 접근해서 잘해내고 있는 출판사가 많을까요? 저는 다산북스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마케터들이 처음부터 함께 얘기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누구나 이야기는 할 수 있죠. 그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회의를 한다고 해서 다산북스처럼 할 수 있다? 구성원 모두가 체화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권장규 : 안 좋을 때도 있어요. 좀 더 할 수 있는데도 회의를 통해 미리 협의가 끝난 부분까지만 하는 거죠. 왜냐하면, 회의에서 이미 결정했으니까요. 저희 대표님도 이런 부분을 계속 말씀하시거든요. 너희끼리 정해서, 책의 한계를 미리 설정해두지 말라고요. 장단점이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라이벌이니까, 서로 좋게 본 책들을 칭찬해 보겠습니다.
권장규 : 구병모 소설 『파쇄』, 『디테일의 발견』 같은 책을 저희 출판사에서 하는 독서 모임에서도 다뤄보고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린이 책인데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이요. 저희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박태근 : 모두 신간이네요?
권장규 : 최근에 나온 책이라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해서요. 신간 프로모션이 중요하잖아요. (웃음)
박태근 : 의외의 답변이긴 합니다. 저는 다산북스야말로 대표작이 계속 갱신되는 출판사라 생각하거든요. 출판계, 서점 사람들에게 다산의 대표작을 물어볼 때 구간을 꺼내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위즈덤하우스의 대표작으로 신간을 꼽아주신 게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고요. 지금 제게 다산북스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거인의 노트』나 『조셉 머피 잠재의식의 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책이 떠오릅니다. 다산북스는 근래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인상이 훨씬 강하죠. 그리고 그 대표작이 계속 갱신되고 있고요. 놀라운 점입니다.
권장규 : 아니야, 다산북스에도 구간이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라고.
박태근 : 아니, 그 책을 누가 지금 얘기해요? (웃음) 그렇게 보면 많죠. 『4개의 통장』, 『리버보이』, 『덕혜옹주』도 있었지만, 지금 물어보면 그 책보다는 최근작을 더 떠올리는 게 다산의 차별성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권장규 : 엄청 나간 책도 있지만, 안 나간 책은 안 나가요. (웃음) 저도 『덕혜옹주』를 좋아해요. 그렇다면, 저도 위즈덤하우스 구간을 생각해 보자면 『미생』도 떠오르고요. 위즈덤하우스가 어려울 때 뭔가 하나씩 터질 만한 책이 늘 나와요. 그게 바로 『미생』이었죠.
두 분 다 책, 그중에서도 특히 종이책을 둘러싼 업계에서 오래 몸담으신 입장에서 요즘은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계십니까?
권장규 : 저희는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어요. 구독자 수가 80만 명 가까운데, 우리가 처음 만들었을 때는 도서를 더 알리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렇게 못하고,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왔죠. 올해부터는 도서 콘텐츠 중심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게 가장 큰 고민은 베스트셀러 중에서 에세이와 소설 쪽인데요. 다른 출판사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유명한 저자 책으로 하는 것보다는 콘셉트를 잘 잡아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사실 좀 없죠. 그렇다고 소설을 아예 내지 말아야 하나? 또 그건 아니거든요.
에세이, 소설 포함해서 다른 방향 책으로는, 앞서도 잠깐 말했는데요. 유튜버나 저자 영향으로 한 번에 확 올라가는 책보다 작지만 좀 뭔가 아기자기한 마케팅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판매를 올릴 수 있는, 초베스트가 되진 않아도 꾸준히 나갈 수 있는 책들을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널뛰기하듯 팔리는 책은 오래 팔기가 너무 힘들어요. 이번 달에는 팔리다가 다음 달에 안 나가잖아요? 다음 달 매출을 하려면 다른 책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하는 거예요.
박태근 : 굳이 어떤 말로 표현하자면, ‘균형감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즈덤하우스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에세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위즈덤하우스는 최상위권에 속하는 출판사가 분명할 테고, 최근 몇 년 동안 어린이 분야도 크게 성장했죠. 제가 일하는 출판본부는 소설, 교양서, 경제경영 분야를 중심에 두는데, 이 분야는 위즈덤하우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더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런 부분이 종합 출판사로서 균형을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특정 출판사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질문 드릴게요. 출판계, 그중에서도 종이책에 오래 몸 담으신 입장에서 책의 쓸모, 매력은 무엇일까요?
박태근 : 요즘 일과 삶의 밸런스 얘기를 많이 하시죠. 자기와 회사를 분리하기도 하고, 분리를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이유는 애초에 일과 삶의 접점을 만들기가 어렵다라는 전제 때문이죠. 출판업은 그런 점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서 자기 가치와 회사 지향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저비용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결과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죠. 예를 들면, 영화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워요.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 시도 횟수가 너무 적죠. 출판은 시도 횟수가 많아요. 문화산업을 포함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조업 중에서 1년에 가장 많은 신상품이 나오는 업계가 바로 출판계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자기 것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기회, 시장에서 확인되는 부분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몇백 억을 들여서 만들고, 몇 백만 이상의 관람객이 봐야 이득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책은 3000명의 독자, 2쇄를 넘어갈 때부터 이득이 생기고 그때부터 자기 성취뿐 아니라 다음 기회를 만들 계기도 생기죠.
저는 자기 지향과 가치를 콘텐츠로 만들어내고 싶다거나 시도해보고 싶다면 책만큼 먼저 해볼 만한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책 만들다 영화로 가도 되고, 드라마 해도 되고요. 책이 가장 시도하기가 용이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쉽다는 말씀은 전혀 아니고요.
권장규 : 제조업 중에서 기존 업체보다 늘어나고 있는 게 출판 쪽이라고 하더라고요. 개인 일을 하면서 병행할 수 있고, 1인 출판사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대박 로또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웃음) 1인 출판사로 혼자 작게 시작하다 직원 10명, 30명 이렇게 늘려갈 수도 있잖아요. 다른 쪽 사업은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은데 책 한 권이 소위 대박이 나면 빌딩까지 세울 수 있으니까요.
저는 마케터로서, 책 한 권 한 권이 베스트셀러로 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어요. 내가 마케팅 활동을 할 때마다 판매가 늘어난다는 게 눈으로 보이거든요? 출판 쪽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많다는 부분도 좀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가 거의 20년 정도 이 업계에서 일했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만날 듣는 얘기가 있어요. “책은 원래 안 팔려, 출판계는 계속 암울해.” 이런 이야기요. 제가 여러 출판사를 다니면서 느꼈는데, 만날 안 나가는 책만 만들었던 쪽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었던 거예요. 암울한 시장에서도 어떤 회사는 잘 나가거든요? 출판계가 원래 이렇다며 자기 한탄하고, 하던 일만 해도 월급은 나왔죠. 편하게 일하고 아무도 터치 안 하고,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 회사가 좋을 때도 있어요. 정시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면 나의 워라벨도 챙길 수 있고 취미 생활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면, 꼭 시간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퇴근하고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많아요. 이렇게 했을 때, 실제 판매로 연결되는 그 재미를 느껴보면 좋겠네요.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 『빨강 머리 앤』 등 운 좋게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출판계에서도 기회가 오고, 분명히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때 있던 사람들과 협업해서 만들었던 거죠. 베스트셀러는 결코 혼자 만들 수 없어요. 편집자, 마케터, 그리고 제작 지원팀 등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함께 만들죠.
박태근 : 이 대목이 중요한 지점 같아요. 출판만이 아니라 문화산업 쪽에는 ‘그냥 문화산업이니까, 어차피 돈 안 되는데, 하고 싶은 거 하자.’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런 태도에도 어떤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다음에 올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다산북스나 위즈덤하우스 같은 경우는 매력적이죠.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 대한 호오가 다를 수 있지만, 좋은 콘텐츠가 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성과를 같이 누릴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환기가 되잖아요. 물론 위즈덤하우스, 다산북스보다 매출이 더 큰 전통적인 출판사도 있지만 두 출판사만큼 그런 뉘앙스를 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권장규 : 그렇죠.
박태근 : 다산과 위즈덤하우스가 그런 에너지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는 라이벌이자, 함께 좋은 길을 형성해온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두 분,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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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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