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 (대표가 장난 아니라 진지하게 추천하는 금쪽같은 우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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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2.8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클레이하우스의 대표 윤성훈이라고 합니다. 만 14년을 가득 채운 출판 편집자로, 만 3년을 가득 채운 작은 출판사 대표로 살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8년 전인 2016년에 <채널예스> 인터뷰를 통해 예스24 독자님들께 인사드린 적이 있더라고요. 그때의 나는 무슨 마음으로 편집자 일을 하고 있었나 궁금해서 오랜만에 다시 찾아 읽어봤는데, 이런 대답 하나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저자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편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에게 맡기면 돈을 많이 번다는 걸 알려서 나중에는 저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당돌한 말을 했다니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저 마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 판매가 잘되어서 작가님께 많은 인세를 드릴 때만큼은 정말 이 일을 하는 보람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니깐요.
클레이하우스 6행시로 출판사를 소개해주신다면
클래식이 될 지금 가장 트렌디한 책,
레코드를 모두 갈아치울 지금 가장 핫한 책,
이런 책을 펴내는 게 클레이하우스의 존재 이유예요.
하품 나오는 재미없는 책 말고요,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그런 책 말이에요.
스며들 거예요, 당신도. 조금씩, 천천히.
클레이하우스가 만들어온 책, 지향하는 가치가 궁금해요.
지난해 연말 워크숍을 앞두고 클레이하우스에서 출간된 책들을 스스로 리뷰해 보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등의 소설, 『세상 끝의 카페』,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등의 자기계발서, 『나를 살리는 철학』,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등의 인문서, 그리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에세이까지. 이처럼 워낙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출간해 와서 공통적으로 묶이는 정체성이랄게 있을까 싶었는데, 클레이하우스의 책들을 사랑하는 제 눈엔 제법 선명히 보이더라고요. 저는 그 가치를 ‘실용적 따뜻함’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마냥 감상적이기만 한 따뜻한 콘텐츠가 아니라, 독자의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돕는 따뜻한 콘텐츠를 꾸준히 펴내 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저는 이런 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할뿐더러,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분야가 통일되지 않더라도 ‘실용적 따뜻함’이라는 가치로 브랜딩이 되어, 전 세계 독자에게 읽히는 책을 출간하는 글로벌 출판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근 급성장 중인 출판사를 꼽으라면, 단연코 클레이하우스일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궁금해하실 듯해요. 클레이하우스의 성공 비결은?
정말 감사한 말씀이지만, 아직 그런 칭찬을 듣기엔 너무 일러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거든요. 걸음마를 갓 뗀 아이처럼 클레이하우스 역시 앞으로 넘어질 일도 많고 무릎이 까지는 일도 많을 거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걸음마를 떼는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건 맞는데, 그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결국 ‘인복’이라는 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클레이하우스에서 출간된 좋은 책들도 제가 기획하고 제안한 것보다는 다른 능력 있는 분들이 먼저 제안하고 소개한 경우가 더 많거든요. 책이 예쁘게 나오고 서점에 잘 깔려서 독자들에게 발견될 수 있었던 것도 함께 일한 동료들 덕분이고요. 인품까지 훌륭한 작가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말해 무엇하겠어요. 또 편집자 생활을 할 때 훌륭한 출판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부터 창업 후에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들은 것까지 하나하나 생각하면 감사한 분이 너무나 많아요.
이번 기획전에서 소개하고 싶은 금쪽같은 클레이하우스 책을 소개해주세요.
저에게는 모두 금쪽같은 책들이라 3권만 고르기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장 최근에 나온 책 3권을 골랐습니다.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2023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화제가 되어, 출간도 되기 전에 유럽 3개국의 출판사와 판권 수출 계약을 마친 소설이에요.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 선출간을 했는데 소설 1위, 종합 4위까지 오른 책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설명하면, 소중한 누군가의 자살로 ‘남겨진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는 소설입니다.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중심으로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요, 이 기적 같은 일이 실제로도 정말 중요한 일이더라고요. 자살자의 마지막 마음을 밝히는 작업을 심리부검이라고 하는데, 이 심리부검이 제대로 이뤄져야 남은 사람들이 슬픔을 받아들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애도의 과정을 거칠 수 있거든요. 저 역시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던, 이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진정한 힐링 소설입니다.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철학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는 이충녕 작가의 신작이에요. 저는 우리 삶에서 관계, 그중에서 특히 사랑보다 중요한 테마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문제를 철학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내는 인문 교양서입니다. 실제로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젊은 철학자가 진지하게 쓰는 사랑 이야기라니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저는 특히 “연애를 여러 번 하는 것 역시 연애를 한 번만 할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통찰에 완전히 매료되었답니다. 저자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담은 물론 철학과 심리학, 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지적 탐구에 독자 여러분도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이 책에 붙은 ‘엄마들을 위한 군주론’이란 별칭은 제가 들어도 정말 적절한 것 같아요. 어렵기로 소문난 인간관계인 엄마들 모임을 건강하고 슬기롭게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거든요. 다른 관계와는 달리 아이와 2인 1조로 맺게 되는 관계다 보니 서운한 일도 억울한 일도 속상한 일도 몇 배는 더 많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너무나 필요한 책이지만 세상에 없던 책이었던 만큼 독자들이 이 책에 보내준 성원은 정말 뜨거웠답니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은 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되어줄 거예요.
클레이하우스에서 나온 책을 제외하고 대표님께서 재밌게 읽은 책 3권을 추천해주세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저한테는 너무나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모든 것은 우연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있어 허무주의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이 책은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이로써 지금의 나를 긍정하게 만들어 줍니다. 내 앞에 다가온 모든 우연에 감사하게 되는 거죠.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한 가지 생각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사람보다 자주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결괏값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사람의 성과가 더 좋다는 사실이었어요.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시시때때로 다른 내가 되어,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예스24 펀딩에 올라온 것을 보자마자 바로 후원한 책이에요. 저는 보통 책이 나오면 사지 이렇게 미리 후원을 한 적은 잘 없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달랐어요.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덮는데, ‘와, 이런 게 문학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흐릿했던 화면이 점점 초점이 맞춰지며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도 좋았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내 삶을 점검하게 해주는 물음이었어요. ‘나도 살면서 진짜 좋은 일 하나는 하고 가자’ 하는 윤리적 각성마저 하게 해줬거든요. 새로운 좋은 소설을 발견하는 건 늘 즐겁고 짜릿한 일인 것 같아요.
나 같은 기계들
460페이지에 달하는 제법 두꺼운 작품인데, 생각할 거리를 무더기로 던져주는 심오한 작품인데, 그런데도 이런 페이지 터닝이 가능하다니…. 소설의 대가가 작정하고 쓴 역작이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40년 전 과거로 돌아가 대체 역사를 구축하고, 거기에서 인류 최초의 인조인간을 등장시켜 온갖 윤리적 딜레마를 다룹니다. 이 책을 놓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지만, 딱 한 가지만 다루자면 역시 ‘사랑’입니다. 함께 생산된 다른 인조인간 중 상당수가 스스로 뇌사 상태에 빠지는 일종의 자살을 택하는데, 주인공 커플과 함께하는 이 아담만큼은 계속 자신에게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사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다른 윤리적인 이유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하는 결정들을 내립니다. 무엇이 옳은 삶인가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면서도 단 한 순간도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23년 연말에 클레이하우스와 함께한 사람들을 모시는 소중한 자리를 가졌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유로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2년 연말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송년회였습니다. 클레이하우스 직원은 물론, 1년 동안 함께한 작가, 디자이너, 편집자, 마케터, 번역가, 제작자, 사진작가 등을 모시고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가장 큰 목적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말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예요. 업계 특성상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이 많은데, 같이 모여서 서로 고민도 나누고 조언도 주고받으면 더 의미 있는 관계가 만들어질 거라 기대하였습니다. 특히 작가님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이 일을 오래 하면서도 동료 작가를 만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새롭게 만난 작가님들도 이 송년회에 대해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덧 저희 출판사의 자랑이 된 것 같기도 해요.
24년을 빛낼 클레이하우스 책을 공개해주신다면.
2024년에도 클레이하우스의 ‘실용적 따뜻함’의 가치를 구현할 책은 계속 나옵니다. 우선 비소설 중에서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작가님의 신작과 『세상 끝의 카페』의 후속작인 『다시, 세상 끝의 카페(가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출간되는 김수현 작가님의 신작이 저도 많이 기대되는데요, 아직 주제는 오픈할 수 없지만 필생의 역작(!)을 쓰고 계시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소설 중에서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인 『씨 유 어게인(가제)』과 『선명한 사랑』 고수리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 『까멜리아 싸롱(가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작들을 읽어본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작가님 모두 내공이 엄청난 분입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설들이 나올 것 같아요. 또 하나,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해외 각국에서 클레이하우스 책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미국판,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의 영국판을 포함하여 수십 종의 책들이 해외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숨겨두고 있는 비밀 병기가 꽤 많이 있답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분들의 따뜻한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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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