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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 작성일
- 2019.6.19
82년생 김지영
- 글쓴이
- 조남주 저
민음사
Tell The World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년
10227 허 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는 한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혹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무조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이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여성의 인권문제를 다룬 책이며, 조남주 작가는 가상 인물인 ‘김지영’씨를 주인공으로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이 책이 엄청 흥행했었지만, 잘 몰랐던 나는 레드벨벳 아이린이 읽었다가 화제가 되어 알게 되었다. 엄청 특이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별 내용 없을 것 같은 제목에 나는 ‘82년생 김지영? 제목이 저런데 어떻게 화제가 된 거지.’라는 생각을 한 채 검색을 해보았다. 몇몇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대체로 많은 후기와 좋은 평들이 올라와있었다. 평들을 보고 ‘이 책은 꼭 사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구매했다. 하지만 구매만 했지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정신이 없어 그 책이 있다는 것 조차 까먹은 채 지냈다. 그러다 국어 시간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들뜨고 매우 설레었다.
이 ‘82년생 김지영’은 처음에 2015년 가을을 배경으로 시작이 된다. 김지영 씨의 요즘 생활과 상태에 대해 언급하여 이 책의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 뒤로는 김지영 씨의 삶에서 처참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그 속에서도 차별이 묻어나는 일생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큰 임팩트가 있거나 영화 같은 반전이 있지는 않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 문장도 놓치지 않고 기억할 만큼 몰입도가 뛰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성으로써 공감하고, 속 시원했던 순간들을 글로 적어보려 한다.
잘못된 생각 속에 갇혀 사는 우리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보았던 한 신문기사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신문기사에는 한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영상은 중국에서 한 부모가 딸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뜯고 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부모가 아들에게는 한 번도 손찌검을 대지 않았다. 또한 그 아들은 누나의 볼을 꼬집고 뺨도 때렸다. 나는 그 부분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도 중국의 남아선호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니까 우리나라와 다를까? 아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을 잘 나타내어주는 대목이 나온다.
“괜찮다. 둘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
“괜찮다. 셋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
-27p
김지영 씨에게 막내 아이가 생겼었는데 그 아이는 여자였다. 그런데 고순분 씨가 했던 저 말, 바로 다음 번에는 아들 낳으면 된다는 바로 그 말이 오미숙 씨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지웠다.
나는 오미숙 씨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아들이 아니면 가차없이 무시당하는 세상 속에서 오미숙 씨가 산다는 것조차도 속상했다. 근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오미숙 씨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였어도 오미숙 씨처럼 아이를 지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의 눈치에, 남편의 위로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말에 나라도 더 이상 견디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우리 엄마도 다섯 자매 중 넷째인데, 할머니가 엄마 밑에 동생, 즉 막내이모를 낳은 후에 몇 주 동안 한 번도 쳐다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또한 우리 증조할머니께서도 고순분 여사와 똑같이 아들을 그토록 바라셨다고 한다. 나는 도대체 왜 어른들이 아들을 바라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들이 대를 이어갈 수 있어서 그런 건가? 성을 이어받아서? 대체로 여자보다 힘이 세서? 왜 그런 걸까? 대를 못 이으면 좀 어떤가. 성을 이어받지 못하면 좀 어떤가. 또, 여자면 좀 어떤가.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하는 나도 한때 어른들처럼 커서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낳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남자아이는 대를 잇고, 여자아이는 예쁘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나도 모르게 남자아이는 대를 이어야 돼서 낳아야 한다는 틀에 박혀 있었다. 또 한번은 얼마 전 사회시간이었는데, 사회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기독교, 불교 등등 하나씩 물어보시다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순간 ‘누가 이슬람교를 믿겠어?’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 선생님께서는 왜 웃냐고 그러셨고,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이렇듯 나는 나도 모르게 편견 속에 갇혀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살았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나와 같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말과 상념에 당신도 모르는 편견을 가지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당신의 언행 하나하나에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성별에 관한 것이든, 인종이든 종교이든. 그리고 혹시나 당신도 나처럼 잘못 생각한 적이 있다면, 다시는 그러한 틀에 박히지 않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우리도 김지영
한번은 김지영 씨가 학원 특강을 듣고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되었다. 근데 남학생 한 명이 김지영 씨를 따라왔다. 김지영 씨는 무서워서 피했고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왜 자신을 치한 취급하냐며 화를 냈다. 김지영 씨가 공포에 떨며 무서워하고 있던 와중, 한 여성이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녀는 우는 김지영 씨를 다독여주며 위로의 말을 하였다.
“학생,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여기 앉아요.”
“근데,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아요.”
-66p,69p
나는 책에서 이 여자가 이름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 책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봤을 때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건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세상에는 내가 난처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만약 이 여자였다면, 김지영 씨가 식은땀을 흘리고 서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체하고 휴대폰만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가 김지영 씨에게 다가가 말을 하는 것을 본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요즘 사람들은 남의 일에 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살인 사건, 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만 찍지 쉽게 말리지 못한다. 아니, 말리지 않는다. 요즘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베테랑’, ‘걸캅스’ 등 형사가 나오는 영화에서는 항상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은 절대 그 싸움을 말리지 않고 동그랗게 둘러싸서 그 싸움을 구경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봤던 ‘우리 오빠는 아이돌’이라는 네이버 웹툰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납치를 당할 뻔 하는데, 골목 앞에 먼저 가고 있던 남자는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친다. 이렇듯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 받을 일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 ‘누가 도와주겠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해결하겠지’등의 생각을 하며 회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이 여자가 난 더더욱 대단하면서 멋있다고 느꼈다.
근데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김지영일지도 모른다고. 작품해설에서는 실제 1982년도에 태어난 아이 중에 가장 많았던 이름이 김지영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김지영 씨의 삶이 여성들의 삶을 보편적으로 나타내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나도 주변에서 김지영 씨처럼 모르는 남자에게 이러한 경험을 당한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럴 때마다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곤 한다. 김지영 씨의 사건은, 아까 말했듯이 우리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오해를 하게 된다면 이러한 일들을 예기치 않게 겪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회피하지 말고, 우리도 이런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김지영일지도 모르니까.
하고 싶은 말은 해도 괜찮아
김지영 씨가 퇴사한 후, 회사에서는 몰래카메라 사건이 일어났다. 남직원들은 알고 있었지만, 얘기하지 않고 묵혀두다가 결국 들키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직원들은 남직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김은실 팀장은 속 시원하게 남직원들을 비판했다.
“가정이 있고 부모가 있다는 건, 그런 짓을 용서해 줄 이유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156p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김은실 팀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특히 이 대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며, 할 말 못 할 말 구분하여 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은실 팀장은 용기가 있었고, 책임감도 있었다. 또한 우리가 이 소설 속에서 보기 힘든 인물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더 멋있어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반면에 김은실 팀장과 달리 이 책의 주인공 김지영 씨는 매번 말을 아낀다.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자신이 가만히 있는 게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나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러는 것일까? 이 책의 작품해설에서도 나오듯이 김지영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자신이 말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매번 말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곤 했다. 그래도 그녀는 중간 중간에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에 한 번씩 대꾸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처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게 되는 일 뿐이었다. 그녀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도, 크게 외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었고 점점 악화되어갔다. 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김지영 씨가 속 시원한 말들을 내뱉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나는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녀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러한 이유로 김지영 씨가 말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어쩌면 그녀가 영원히 목소리를 잃을까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김지영 씨가 목소리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고 상황이 악화되는 한이 있다 해도, 나는 그녀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하니까. 앞으로 그녀가 살아갈 세상, 그녀의 딸 지원이가 살아갈 세상은 더더욱 빛나고 창창할 거니까. 다음 세대에게 김지영 씨 같은 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니 이런 각박한 현실 속에서, 김지영 씨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숨어서 말을 아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 말해주고, 저마다의 방식대로 표출해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한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페미니즘, 여성우월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페미니즘과 여성우월주의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그 말들의 뜻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페미니즘이 왜 생겨났고, 여성우월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것들을 주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성이 현대 사회에서 자신도 모르는 차별을 받고 있고, 자신도 모르게 소외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엄청난 기여가 아니라 인식하기만 해도, 우리 사회 전체가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부당한 일을 겪으면 김지영 씨와 다르게 말해야 하며, 이렇게 여성이 소수자가 되는 사회를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리쳐야 한다는 것 등등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줄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시는 김지영 씨와 같이 그런 일을 겪고도 말을 삼키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세상에 소리쳐야 한다. 내가, 당신이, 우리 모두가 이 사회를 바꿔나가길 원한다면, 먼저 김지영 씨와 같은 사람을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김지영 씨의 삶을 간접경험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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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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