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읽고 싶은 책

부자의우주
- 작성일
- 2020.6.17
리뷰 쓰는 법
- 글쓴이
- 가와사키 쇼헤이 저
유유
건방진 <CIA요원, 최강 비즈니스맨이되다>를 읽고 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와 <마음에 불을>을 읽고 또는 접하고 한껏 불타오른 상황에서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까지 만나버렸으니 이제는 휴식이나 취미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라 고른 책<리뷰 쓰는 법>
내가 보고듣고말고맡고먹고느낀 것의가치를전하는 비평의기본기
가와시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유유(+ 좀 촌스러운 표지)
정보는 글이 되지 않는다 : 정보를 소개하기만 해서는 주장을 전할 수 없다
앞에서 글의 가치는 정보를 포함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 유효할까요?
사반세기 전에는 분명 글이 갖는 정보가 모든 것이었습니다. 책에 쓰인 내용이 바른 것이라 믿으며 읽었고, 잡지에만 실리는 정보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글은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갖는 걸까요?
<나쁜 예> 세나 피무크 감독은 1980년에 발표한 첫 번째 장편영화 [피넛과 개미집]에 대해 "내가 바라던 작품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에 지금은 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죽기 직전, 1982년 3월 잡지 [시네마스코프]의 인터뷰에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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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육성도 들리지 않고,
주장흘 전달하는 글로서도 거의 힘이 없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정보도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정도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길 바란다면 이렇게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주제는 피해야 합니다.
...
물론 조사하기 매우 어려운 대상을 끈기 있게 조사하고, 여러 문헌도 참고하여 상호 관계성을 명쾌히 밝히고, 대상을 더욱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가 "대단하다. 여기까지 조사하다니!"라며 갈채를 보내는 수준으로 조사해서 쓴다면 당연히 가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사하는 행위의 목적의식입니다.
이미 알려진 정보를 잘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글쓰기라면 언제나 의미 있는 글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단지 기존의 지식을 조합해서 알기 쉬운 정보로 정리만 해 놓은 글은 앞으로 점점 더 가치를 잃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새겨 넣는 것입니다. 85~87쪽
그렇지! 싶으면서도 '이런 된장.'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보는 글이 되지 않는다 : 정보를 소개하기만 해서는 주장을 전할 수 없다" 이 파트가 마음에 들면서도 정보를 정리하기에도 바쁜 내 독서 스타일을 어떻게 바꿀까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얻은 정보 중에 정말 쓸만하고 '나의 관념을 바꾼 것만
모아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쓰면 되겠네'라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좀 괴사망측하고 4차원적인 글이 나오던데 ...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줄이고 앞뒤가 맞게 마인드맵처럼 정리해서 리뷰(글)를 써보자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아직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시도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긍정적인 점을 전달하려면 부정적인 요소를 먼저 강조하자 : 부정적인 요소를 쓰면서 긍정적인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역에서 멀어 알기 어려운 위치, 고색창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기울어졌다 싶을 만큼 낡은 가게 외관, 마찬가지로 가게 안은 벽이 얼룩덜룩하고 식탁에도 먼지가 앉아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가게 주인도 무뚝뚝하고, 가격도 싸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맛있다. 어떤 결점도 눈감아 줄 만큼의 맛이 이 가게의 라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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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 다쓰헤이 지은이의 <사게 만드는 법칙>의 한 파트가 생각나는 글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요소의 나열이 상상이 아니라 관찰에 의한 것이라면 객관적 시점을 보장하는 증거가 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정성을 갖는 비평이라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어 논지를 펼치는 데 여유로워집니다. ... 대립하는 이항이 있다고 할 때 나는 어느 편을 들 입장이 아니다 라는 것을 표명하면 고정관념에 묶이지 않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알아 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 전술이겠지요. 93쪽
계곡을 사이에 두고 메지로다이와 이어진 듯 보이는 곳에
고목과 노랗게 물든 잎, 상록수와 푸른 보리와 무 잎이 새로
지은 집과 뒤섞여 어우러져 있다. 길 양옆으로 잎을 대부분
잃은 커다란 가로수 둥치가 늘어서 있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겹쳐 있어 한 덩어리로 보이는데, 그 틈새로 하늘이 조각조각
나위어보인다. 이 높은 나무가 좌우로 늘어서 길이 조금 돌
아가고 있어 그 끝이 (가로지르는 지평선을 밑변으로 한) 가
늘고 긴 삼각형이 되고, 나뭇가지들이 교차하며 정점을 이루
...... 109쪽 철저하게 관찰한다 : 철저한 관찰이야말로 글을 아름답게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일기에서 인용한 글이라고 하네요. '눈으로 본 것을 나열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자신의 감정 추이를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백미'라고 지은이가 주장하네요.
우리 불친님들이 아니고 독서를 좋아하지 않으며, 유튜브로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젊은이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먹히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할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강인한 타투 문신을 한 남성이 사실은 문학을 좋아하고 싸움을 피하고 싶어
하는 감성을 가진 전사이기도 한 장면처럼... 디지털에 푹 빠져서 길을 다니면서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못 떼는 세대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와중에도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남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글에서 글쓴이가 드러나야 한다 : 글쓴이가 보이지 않으면 독자는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렵다
평소 도스토옙스키를 애독하는 사람인지, 라이트노벨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대중소설가 야마다 후타로야말로 최고의 소설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 등등. 여하튼 글쓴이에 대한 힌트가 없으면 어떤 기준으로 그 사람이 재미없다는 가치 판단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글쓴이 정보에는 글쓴이의 성질이나 주의, 주장까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7쪽
당당히 나의 이름을 올린다 : 이름을 밝히면 자기 글을 쓸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글을 시작할 때 글쓴이를 표시하는 기호, 즉 이름을 쓰는 것을 강하게 권합니다. 인터넷이 융성한 현대에는 글들이 링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에 이를을 걸면 독자는 글을 읽을 때 이 글을 슨 사람이 누구인지, 나아가 글쓴이의 경험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행동의 성향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독자는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가치 판단을 내렸구나 하고 순순히 이해하고, 앞에서 든 예처럼 '재미없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 처음에는 작은 공간이더라도 계속 쓰다 보면 나를 아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단편화된 글이 아니라 나 라는 사람이 전하려는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이 모이고, 반대로 나의 의견에 반론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도 생깁니다.
... 비난받거나 비웃음을 사는 괴로운 일도 많을지 모르지만 무시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 시간을 참고 이름을 소중히 여기며 계속 써 나간다면 어느새 글 쓰는 사람으로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120쪽
당당히 나의 이름이 걸린 글을 쓰는 것, 이 생각을 하니 왠지 신통한다이어리님을 포함해서
여러분이 떠올랐습니다. (일전에 이름을 적지 못해서 죄송했던 march님을 포함해서) 여러분이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정보만으로는 글이 되지 않는다에서 당당히 나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것까지 나온 이 책.
만나야 할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보다 감미롭고 의미있어질 것 같아요.
고마운 고민이자 갈등이 있는 리뷰쓰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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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